입김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동심원 5
신형건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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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하면 떠오르는 내용들 속에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사랑이란 게 워낙 큰 주제다보니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이성친구간의 사랑이야기를 말한다)를 담은 게 있나 싶어서 생각해보려해도 그다지 떠오르는 게 없다. 굳이 동시를 읽는 주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동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주제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는 어떤 시를, 어떤 이야기문학을 찾았던가? 지금의 아이들이라면, 이성간의 사랑이야기가 그리 낯설지도 않을텐데 그걸 굳이 저어하는 나는 뭔가?

 

신형건 시인은 '아이들이 읽을만한 연애시'를 써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연애시'라고 해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만 그린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랑'이 그러하듯 '연애'도 포괄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친구나 가족 또는 뭇사람들에 대한 마음, 세상의 모든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 여기에 들어간다. '詩'를 읽는 사람 마음 속에 어떤 것이 자리하고 있는가, 읽는이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달리 읽힐 수 있는 것이 시이다.

 

그런데 사랑시, 연애시라는 게 그런 감정에 빠지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는 낯간지러운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살짝 손발이 오그라들듯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입김]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추운 겨울날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피어나던 하얀 입김을 본 나는 네 가슴이 얼마나 따듯한 지 알게 된다. 그런 따듯한 가슴이 있기에 사랑의 감정도 피어오르겠지? 한 순간 발을 헛디뎌 첨벙! 캄캄한 하늘에 빠진 것이 [너 때문이다]라며 탓을 하기도 한다.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이, 그래서 행복해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긴 시집이다. 이별의 아픔이 없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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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 ‘국제펜문학상’ 아동문학 부문 수상작 동심원 1
이준관 지음, 최혜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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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느낌이 좋은 낱말이다. 평소에는 별로 못느꼈는데. 

이 세상 

어디선가 쑥쑥 

자라는 소리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시집을 펼치면 요 글귀가 보인다. 그렇네. 몰랐네.  

이준관 시인의 동시집인 '쑥쑥'에는 골목길 풍경이 많이 담겨있다.  

이 동시집을 읽고 있으니 텔레비전 어느 프로그램에서 '골목길'만 테마로 해서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의 느낌과의 비슷하다.  

어른들은 골목길에 대한 추억이 다들 갖고 있을 법하다. 내가 어릴 때 살던 곳에 가보았는데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은 사라졌다. 그걸 아쉽다고 해야할 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잠시 난감하긴 했다. 그때는 골목길이 나의 놀이터였고, 쉼터였는데 지금 아이들도 그럴까? 

얼마전에 우리 동네(지금 살고 있는 곳) 골목길에 늘 나와서 담소를 즐기던 할머니 한분이 이사를 가시자 다른 분들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낮시간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어르신들의 수다소리마저 사라지고 나니 골목길은 '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친구들 노는 소리 참새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시인은 그런 골목길을 노래한다. '봄이면 골목엔' 빨래를 너는데 빨래가 많은 만큼 아이들도 많단다. '우리는 골목에서' 개를 만나면 신나는 일 찾아 따라가고 개미구멍처럼 재미있는 일 찾아 단단다. 그러다가 '진짜 골목'에서 조용한 골목은 영 골목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 그래서 나는 앞선 시들이 골목을 노래할 때 요즘 골목은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했다. 진짜 골목은 그런 느낌이어야하지만 요즘 골목은 골목같지 않다. 시인이 바라는 골목과 내가 바라는 골목이 맞닿아 있다. 

골목길에서 벗어난 시인은 들길로 나간다. 나비를 잡으러 꽃밭으로 달려가고 잠자리를 잡으러 들길로 달려가는 아이들, 개구리가 팔딱 뛰고, 오리가 꽥꽥거리고, 길가에는 민들레꽃이 피어있고, 세상에 나온 꽃들이 나비랑 벌을 불러들인다. 여름 매미소리는 할아버지에겐 졸음 오는 소리고 호박넝쿨에겐 힘내라는 소리, 매미채를 든 용이에겐 혀를 날름 놀리는 소리다.  

골목길의 풍경과 더불어 자연의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 낯선 풍경이 되었다. 예전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고 익히 보아오던 모습이지만, 요즘은 그것이 쉽지 않다. 시인은 골목길과 들길 걷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 시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너도 느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서 봐야 하는 이 풍경들, 그 흔한 골목길이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나 등장하고, 길가에 핀 꽃들도 누군가의 비질에 쓸려가버리는 곳에서 이런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이 낯설음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다. 따뜻하고 포근한 이 느낌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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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6-0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네요 쑥쑥
정말 좋은 소리네요
 
난다 난다 신난다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3
이병승 외 지음, 권태향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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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수상작가들의 동시집이다. 신인들의 시를 읽을 때는 기대하는게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동시를 읽을 때면, 더욱 그러하다. 지은이가 이미 어른들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들의 세계를 그릴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시인들의 약력을보니 6~70년대생이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이다. 내가 바라본 아이들의 세상과 그들이 바라본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시인의감수성으로 그려진 그들의 시를 읽는다.

 

이병승 시인의 시를 먼저 보자.

'15층 아파트 계단 내려가기'를 읽다가 그 장면이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엘리베이터 괴물이 꿀꺽 삼킨 동생을 구하기 위해 마법의 숫자 버튼을 누른 오빠. 엘리베이터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는데 층마다 문이 열릴 때 느끼는 짜증은 다르 한번씩은 경험했을 듯하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놀이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어른들이라면 버럭 화라도 냈을텐데 도끼눈을 뜬 동생은 "오빠!! 너무해!!"라고 외친다. 귀엽다. 그래도 얘들아, 그런 장난은 안하는 게 좋겠는데? (^^)

 

'지구의 일기'는 아이들의 생활이 '지구'와 묘하게 오버랩이 된다. 입기 싫은옷 입히는 엄마, 놀고 싶은데 꼼짝 말고 있으라는 엄마, 살살 하라는데 등을 빡빡 미는 아빠, 싫은데 뭘 자꾸 바르라는 엄마. 아무래도 아이와의 생활은 아빠보다 엄마가 많다보니 하기 싫은 거 시키는 건 온통 엄마네. 지구도 입기 싫은 두껍고 딱딱한 콘크리트옷을 입어야 하고, 소나무 전나무 갈대 솜털까지 다 밀리고,. 집도 밀고 산도 밀고, 농약도 바르고 제초제도 바르고 폐수도 발라서 싫다고 말한다. 그 상황이 묘하게 겹쳐져서 울림이 있다.

 

'때린다는 것'을 읽으면 마음 한켠이 짠하다.

 

김미희 시인의 시를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다.

소나기를 피해 처마 밑에 숨어서는 '소나기'를 따돌렸다고 말하는 능청스러움, 수두 갑옷을 입고 ㅇ오빠 앞을 어슬렁가리는 동생의 모습이 재미나다.

 

박승우 시인의 시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가 많아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모기 사이렌'은 마치 지금 우리집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고, '백점 맞은 연못'은 하늘 선생님이 빗방울로 동그라미를 친다는 표현이 상큼했다.

 

이 새로운 시인들이 앞으로 아이들 세계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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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아파요 - 지구 온난화, 막을 수 있다!
얀 손힐 지음, 이순미 옮김 / 다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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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다룬 책을 최근에 너무 많이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유아용 그림책에서부터 어린이용그림책, 만화책, 그리고 지식정보를 다룬 사전같은 느낌의 책까지. 그만큼 온난화는 현재 다루어지고 있는 중요한 소재꺼리아면서, 그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책은, 사전처럼 정보지식을 나열하고 있지만, 백과사전류보다는 부드러운 대화체에 글의 전개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온난화를 문학적으로 다룬 책을 통해 감성적인 관심을 키웠다면, 만화나 그림책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대략 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이 책과 같은 책을 통해 전반적인 정리를 해두어도 좋을 듯하다. 그 다음은 세분화된주제를 좀 더 깊이있게 다루고 있는 책으로 영역확장을 하면 좋겠다.

 

지구가 아파요. 라는 제목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는 것 같다. 지구의 상태가 좋지 못하고, 동식물은 물론이고 우리 인간의 삶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렇기때문에 우리가 아픈 지구를 다시 건강하게 되돌려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의 흔적들, 그리고 동식물을 비롯한 생태계의 변화를 짚어 준 뒤 이 책은 지구 온난화를 우리가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이라 그리 특별할 것은 없지만,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게다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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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는 법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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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7세용 그림책 분류에서 찾을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과연 4-7세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 좋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생긴다. 그림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 비틀어놓은 책제목의 즐거움, 주제가 주는 느낌, 이 모든 것들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서양의 아이라면 이 즐거움을 조금 느낄지도 모르겠다.

 

다 떠나서, 어른인 내가 볼 때는 최고라고도 말하고 싶은 책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책, 그리고 그림 속에 있는 실제 책 제목을 비틀어놓은 제목들이 한참을 웃게 만드는 책이다. 한솔이(5살)는 이 책을 보면서 책으로 만들어진 마을(그림)을 재미있게 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는 엄마만큼의 감흥을 기대하지는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탐낼만한 그림책이다. 책이나 도서관을 소재로 한 많은 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권의 책이 있다. 그 중에 한권으로 뽑아도 될 듯하다.

 

천개가 넘는 방이 있는 도서관에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책이 소장되어 있다. 단 한권만 빼고. 그 책은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이다. 도서관 문이 닫히고 나면 책장은 살아난다. 요리책 책장 'ㅁ'부분의 '모과류'라는 책 속에는 로빈슨가족이 살고 있다. 로빈슨 가족의 남자아이인 피터는 서류함 아래로 쥐를 쫓아 들어가는 고양이 브라이언을 따라갔다가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의 기록카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책을 찾기로 결심한다.

 

밤이 되어 살아난 도서관의 책장이다. 살짝 수정된 책 제목들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중위의 여치 (--), 모비덕, 채털리 부인의 사냥




베어링의 상인, 줄리어스 시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채털리부인의 산사나무



 

그 외에도 39계란, 해저2만보리, 폭풍의 언더웨어&제인데님, 파일대왕, 로미오와 줄자, 와인과 함께 사라지다, 전망좋은 밤나무, 오즈의 조련사 등등 책의 분류에 맞게 수정된 책 제목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렇게 책장 사이에 만들어진 거대한 도시, 이 도시를 내려다본 그림은 가히 장관이다. 



 



 

책을 찾아다니던 피터와 브라이언은 노인을 만나 이 곳에 가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푸른 색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피터는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영원히 사는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시간 속에 얼어붙은 아이, 이 아이가 가진 것은 끝없는 내일들뿐이다.



  

 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후 피터는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 책을 읽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다. 피터는 연못 속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본다. 금붕어들 역시 나이를 먹고 있었지만, 새끼들이 그 그늘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죽어도, 나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살아간다. 인류가 그렇게 소망하는 오래 사는 법, 아니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법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통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가족을 구성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 영원히 사는 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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