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는 법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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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4-7세용 그림책 분류에서 찾을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과연 4-7세의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고 좋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생긴다. 그림 구석구석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재미, 비틀어놓은 책제목의 즐거움, 주제가 주는 느낌, 이 모든 것들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서양의 아이라면 이 즐거움을 조금 느낄지도 모르겠다.

 

다 떠나서, 어른인 내가 볼 때는 최고라고도 말하고 싶은 책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책, 그리고 그림 속에 있는 실제 책 제목을 비틀어놓은 제목들이 한참을 웃게 만드는 책이다. 한솔이(5살)는 이 책을 보면서 책으로 만들어진 마을(그림)을 재미있게 보았을 뿐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는 엄마만큼의 감흥을 기대하지는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라면 탐낼만한 그림책이다. 책이나 도서관을 소재로 한 많은 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몇권의 책이 있다. 그 중에 한권으로 뽑아도 될 듯하다.

 

천개가 넘는 방이 있는 도서관에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책이 소장되어 있다. 단 한권만 빼고. 그 책은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이다. 도서관 문이 닫히고 나면 책장은 살아난다. 요리책 책장 'ㅁ'부분의 '모과류'라는 책 속에는 로빈슨가족이 살고 있다. 로빈슨 가족의 남자아이인 피터는 서류함 아래로 쥐를 쫓아 들어가는 고양이 브라이언을 따라갔다가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의 기록카드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책을 찾기로 결심한다.

 

밤이 되어 살아난 도서관의 책장이다. 살짝 수정된 책 제목들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중위의 여치 (--), 모비덕, 채털리 부인의 사냥




베어링의 상인, 줄리어스 시가,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채털리부인의 산사나무



 

그 외에도 39계란, 해저2만보리, 폭풍의 언더웨어&제인데님, 파일대왕, 로미오와 줄자, 와인과 함께 사라지다, 전망좋은 밤나무, 오즈의 조련사 등등 책의 분류에 맞게 수정된 책 제목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렇게 책장 사이에 만들어진 거대한 도시, 이 도시를 내려다본 그림은 가히 장관이다. 



 



 

책을 찾아다니던 피터와 브라이언은 노인을 만나 이 곳에 가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푸른 색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피터는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영원히 사는 아이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시간 속에 얼어붙은 아이, 이 아이가 가진 것은 끝없는 내일들뿐이다.



  

 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 후 피터는 고민을 한다. 그리고 그 책을 읽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다. 피터는 연못 속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바라본다. 금붕어들 역시 나이를 먹고 있었지만, 새끼들이 그 그늘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나는 죽어도, 나의 아이들이 세상에서 살아간다. 인류가 그렇게 소망하는 오래 사는 법, 아니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법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통해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가족을 구성하고 세대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 영원히 사는 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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