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돼지 세 자매 파랑새 그림책 31
프레데릭 스테르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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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끔 강의를 나가는 곳에는 '자아존중감'을 고려하며 책을 골라 가져간다. 그곳에는 여성들만 있는데, 목적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통해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편이다. 이번에 가져 간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 '아기돼지 세자매'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화들은 대부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되어 나온 작품들이 많다. 가끔은 원작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주제가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짜맞춘 느낌이 들 때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을 고를 때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아기돼지 세자매는, 작가의 말대로 '아기돼지'는 아니다. 결혼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자매는 집에서 독립하여 각자가 살 집을 짓는다. 첫째돼지는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벽돌집을 장만하고, 둘째돼지는 반을 털어 나무로 된 집을, 셋째돼지는 조금만 사용하여 짚으로 된 집을 산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신랑감을 찾는다.

 

첫째돼지와 둘째돼지는 겉으로 보이는 남자돼지의 모습을 믿고 문을 열어줬다가 봉변을 당하고, 셋째돼지는 자신만의 기지를 이용해 살아남는다. 물론 살아남은 이후의 삶도 남다른 삶을 살아간다. 셋째돼지가 멋진 신랑감을 찾았는지 글지 못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끝이 난다.

 

표지의 그림만 보고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돼지고, 누가 늑대인걸까? 어쩌면 우리는 그 두가지 모습을 다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 또한 그리고 있다. 수동적으로 신랑감을 찾으며 기다리고 있기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이 나를 찾도록 만들라는... 그리고 굳이 주인공이 여자라고 해서 여성을 향한 메시지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은 바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간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아기돼지 삼형제와는 포맷만 비슷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물론 셋째돼지가 가장 영리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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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로 읽는 흑설공주 흑설공주 1
이경혜 지음, 송수은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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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 질렸다면, 아니 이제 좀 지겨워졌다싶다면, 흑설공주 이야기 읽어보는 건 어떨까?

흑설공주를 테마로 쓰여진 책도 제법 많은데, 이번에 읽은 것은 그림동화로 읽는 흑설공주다.

하얀 얼굴에 새까만 머리, 빨간 입술로 그려진 백설공주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공주이야기다. 게다가 멋진 왕자님도 나오고, 빨간 독사과의 유혹도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는 새하얀 얼굴도 흑단같은 머리채도, 새빨간 입술도 없으면 그런 행운이 오지 않는 걸까? 예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이야기만 읽다보니 자기 자신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어떡하지? 고민하는 아이가 있다면, 다양한 공주이야기를 들려줄 필요도 있다.

물론 그냥 예쁜 이야기로 만족한다면 굳이 다르게 생각해보기 따위는 필요없을 수도 있다.

 

나는, 아이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이 즈음에 이런 책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이 유아용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 속에는 생각꺼리가 많다.

 

일단 주인공은 흑설공주다. 백설공주가 낳은 아이. 그렇지만 이 이야기에도 함정은 있다. 흑설공주는 피부색이 검기는 했지만, 얼굴은 예쁘다는 거 --;; (그림이 그러하다) 피부색이야 어찌 되었건 이 그림책의 흑설공주는 못난 공주는 아니다. 그림이 없었다면 조금 더 다르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 그런데, 이 공주는 말이다. 책을 무지 좋아하는 공주다. 그래서, 독사과 대신 헌책이 등장한다. 백마 탄 왕자 대신 책을 좋아하는 정원사가 등장한다. 인물과 소품의 변화는 괜찮은 설정이다.

 

이 그림책에서 진실의 거울은 큰 역할을 한다. 그림책이 하고 싶은 말을 거울이 정리를 해준다. 그러고보면, 이 그림책은 초등학생보다는 유아에게 맞는 그림책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게 누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지 물었을 때, 거울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누가 예쁜지 잘 모르겠다고. 누구나 아름다운 면을 갖고 잇고, 각자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말이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면, 같이 읽어도 좋겠다. 외면의 아름다움 보다는 자신이 가진 숨겨진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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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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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체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래서 더욱 사실적이다. 그리고, 격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을 울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주인공인 '하'는 엄마와, 세 오빠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빠도 있지만, 아빠는 징집된 이후 생사를 알지 못한다. 1975년 고양이해를 맞이하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체적으로는 운문이고, 형식으로는 일기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주인공 '하'의 마음을 따라가며 이 책을 읽었다.

 

1970년대의 베트남하면 월남전이 생각난다.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인 1975년은 내가 3살 때이다. 주인공인 '하'와 나는 7살 안팎의 차이가 난다. 결국은 동시대를 살아 온 셈이지만, '하'가 겪은 삶과 내가 겪은 삶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지금 이 책을 읽을 어린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삶이다. 그렇지만, 정말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걸까?

 

'하'는 베트남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고, 미국에 와서 후원자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가 기억하는 베트남은 파파야 열매가 무성하게 열리는 아름다운 나라 베트남이지만, 미국인들의 눈에 비친 베트남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비참한 나라이다. '하'는 소설도 읽을 수 있고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유아들이 읽는 그림책조차 읽지 못하는 아이일 뿐이다. 나는 이것이 비단 그 시절의 '하'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국에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생각했다. 총과 대포가 울리는 전쟁은 아니지만, 경제전쟁(돈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혹은 중앙아시아에서 오는 외국인노동자들은 그 나라에서 의사고, 교사고, 변호사였지만 우리나라에 와서는 한국말 제대로 못하는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한다. 어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하'의 일기를 통해 그들을 떠올렸다. 나는 혹시 핑크보이처럼,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어.

양축이 제각기

맹목적인 자기 신념만

떠들어대고 있으니!" (p.32)

 

하의 오빠인 꾸앙은 대학생이다. 전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부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나라를 떠나고, 대통령은 악어의 눈물을 흘리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을 치고, 군인은 나라를 버린다. 마지막 힘을 다해 베트남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겨우 미국에 정착하게 된 '하'의 가족들. 엄마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에 매달렸듯이, '하'의 엄마도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교육'을 선택한다. '하'는 학교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사람들의 무시와 놀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활한다. 그래도 '하'의 생활이 지독하게 비참하거나, 견딜수 없는 수렁이나 나락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하'를 도와주는 카우보이 아저씨, 워싱턴 아줌마, 펨과 씨티반, 그리고 늘 '하'의 편이 되어주는 엄마와 오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로서 남의 나라에서 겪는 수모와 고통은 애나 어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현실과 싸워나간다. '하'가 핑크보이와 맞서듯이, 엄마는 정육점 주인에게 NOW! 라는 한마디를 쏘아붙일 수 있을만큼 당당해진다.

 

'하'가 1년동안 겪은 일들을 군더더기 없는 운무체의 일기를 통해 읽어가다보면 나는 어느새 '하'의 마음을 읽고 짠해짐을 느낀다.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나와는 다른 상황의 친구를 이해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혹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야기로, 또 우리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이해하는 이야기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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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22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았습니다.
 

001-A536576155 신청합니다. ^^; 저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책읽기와 독후활동을 지원해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여러모로 이 책이 궁금하더군요^^ 다른 선생님들과도 함께 읽어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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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옛 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

 

저자는 우리의 옛 그림 전시회가 한적한 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서양의 그림전시회와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모습때문에.. 우리의 관심이 그만큼 못미쳐서...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우리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이름조차 생소한 작가들, 낯설기만 한 작품들) 전시회는 당연히 관심이 없지. 음악도 많이 들어 본 사람이 또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듯이 미술관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이 책에는 옛 그림 속에서 이야기들을 찾아낸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2. 지구 바깥세상 우주에는

4월은 과학의 달이라하여 학교마다 과학관련 행사가 많다. 한솔이네 학교에서도 과학관련 책을 읽어보라는 숙제가 나왔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본 책 중에 이 책이 보이네.

쉬운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고학년도 좋고 청소년도 읽을만하다니 한번쯤 읽어보면 어떨까싶다.

 

 

 

 

 

 

 

 

3.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바닷물고기 도감

보리의 세밀화로 그린~ 도감 시리즈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집에도 몇 권 갖고 있는데, 아이가 틈날 때마다 들춰보는 책이기도 하다. 주로 식물이나 동물 관련 도감이 대부분인데, 이건 바닷물고기 도감이라니 급~!! 관심.

얼마전 세밀화 그리기를 하러 갔을 때, 담당 선생님이 어촌박물관에서 물고기 세밀화그리기를 가르치는 분이어서 이야기를 듣고 또 관심이 생겼었는데, 요렇게 딱! 책이 나왔네^^

 

 

 

 

 

4. 베란다 꽃밭

매번 집에 식물들이 오기만 하면 죽어서 나가는 우리집. 나에게는 베란다만한 공간도 없지만, 책상 위 화분마저도 말려죽이는 솜씨가 있다 (--)

그래도 마음은 늘 화사한 꽃과 풀에 대한 염원이 있어서 포기하지 못하고 기웃대곤 하는데...요런 책 하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찜.

그저 물 안줘도 햇볕 없어도 잘 자라는 식물에만 관심을 보이는 나도 색다른 꽃과 만나고 싶당...

 

 

 

 

 

5. 10살 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지금 딱 8살인 딸래미와 함께 떠나는 여행....어떨까?

저자는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80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나고 이제는 국내여행을 다녀왔단다. 멋진 일이지만, 나로서는 엄두가 안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그래도 국내여행은 지금까지도 제법 다녀온 바, 요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어 이 책을 펼치고 싶어졌다.

이들이 떠났던 그 길이 나에게 독이 될지, 선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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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3-04-0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