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는 잼만 좋아해 비룡소의 그림동화 65
러셀 호번 글, 릴리언 호번 그림, 이경혜 옮김 / 비룡소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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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편식은 엄마들의 큰 골칫거리이다. 아이가 음식을 골고루 먹기를 바라는 마음은 엄마라면 당연할텐데, 엄마 마음을 알아주기는 커녕 자기 먹고 싶은 것만 먹으려고 하는 아이들때문에 늘 전쟁이다.

 

나는, 아이의 편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우리집 아이가 골고루 잘 먹는 아이라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편식을 하고 있어서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 굳이 아이에게 골고루 먹으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아이의 식습관을 망치고 있는지. 그렇지만, 먹기 싫은 음식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리면 그 음식은 일생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나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강요하지 않을 뿐이다.

 

 

프란시스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아도 빵에 잼만 발라서 먹는 아이이다. 다른 음식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먹지 않는다. 도시락을 풍성하게 싸서 가서도 잼바른 빵과 바꿔 먹고 오는 아이 프란시스. 이런 프란시스에게 엄마나 아빠가 쓴 방법은, 바로 프란시스에게는 좋아하는 잼만 주고 다른 음식을 일체 주지 않는 것이었다.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었을 때, 그리고 그 음식을 먹었을 때의 즐거움은 엄청 크다. 우리는 있는데 안하는것과 없어서 못하는 것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프란시스는 바로 없어서 못 하는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다른 가족들은 즐거운 식사를 위해 다양한 음식을 먹으면서 프란시스에게는 올지 잼과 빵만 준다. 프란시스는 자기가 다른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실을 잊어버린 듯, 자기만 그 음식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섭섭해한다. 그리고 다시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된다.



프란시스는 음식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달지만 막상 자기에게 그러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없어지자 뒤늦은 후회를 한다. 내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끝까지 입에 떠넣어가며 먹이는 엄마들이 있다. 반찬뿐만 아니라 밥도 그렇다. 억지로 입에까지 넣어주는 음식을 통해 아이가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알 수 있을까? 골고루 먹고 끼니를 거르지 않고 먹이느라고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모르게 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란시스도 자기가 원하는 음식만 먹게 되었지만 섭섭함을 느끼고 다른 음식도 먹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자기 내부에서 그것에 대한 욕구가 생기도록 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식습관을 잡아주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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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가 주렁주렁 물들숲 그림책 6
최경숙 글, 문종인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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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숲 그림책은 [사과가 주렁주렁]을 통해 만났다. 생명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이다. 표지가 산뜻하고 읽어보고싶은 욕심이 나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선명한 색감이 표지에서부터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구매하여 읽어야, 아니 아이에게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집에는 생태를 담은 전집류의 책들이 있기는 한데, 시의적절하게 출간되는 단행본의 매력이 또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사과나무에 해를 먹은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어.
까치도 직박구리도 달콤한 사과를 먹어.
지나가던 사람도 동네 아이들도 하나만, 하나만!"

첫 장을 넘기자 정겨운 우리 시골 집이 나온다. 사실, 이런 시골집을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가끔 "아빠 어디가"에서 민국이가 자기 싫어하는 그런 집으로나 등장하지 않을까?"
그래도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시골집은 편안하고 고즈넉하다.

사과 한알이 데구르르 굴러서 돌담 밑으로 굴러간다. 고양이 한마리가 쫓아간다. 나무에서 떨어진 이 사과 한 알은 어떻게 될까? 이야기는 이렇게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한다.

굴러간 사과 한알에 여러 곤충들이 달려든다. 아하, 이렇게 떨어진 사과 - 사람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과 한 알이 있어서 곤충들에게는 잔치가 벌어진다.
과일나무 뿐만 아니라 우리 산과 들에 있는 식물에 열린 열매를 사람들이 싹쓸어가면 곤충들도, 작은 동물들도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한번 더 기억해내고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솔아, 지난번에 도토리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본 적 있지? 사람들이 이런 열매를 싹 다 가져가면 다른 동물이나 곤충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힘들거야." 라고.

곤충들과 작은 동물들이 먹고 난 사과 속 씨앗은 자연스럽게 땅 속으로 들어가고 생명을 키워낸다. 사과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고 계속 나무만 키워낸다. 3년이 지나서 겨우 열린 사과도 똑 떨어져버린다.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우리집 아이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 것이다. 식물은 심으면 바로 자라고, 바로 열매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었다.

이렇게 나무만 키우는 이유는 더 많은 열매를 키우기 위해서란다....하고.

큰 나무로 자라난 사과나무가 겨울을 보내고, 꽃눈과 잎눈을 튀워낸 사과나무에 꽃이 핀다. 사과꽃이 피면 저절로 사과가 열릴까? 한솔이와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 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다니면서 꿀도 얻고 꽃가루도 옮겨주는구나. 이렇게 해야 사과가 열린단다.한솔이도 이제 초등학생이라 이 정도 이야기는 어느 만큼 이해가 가능하다.

우와, 초록색 사과다!!
사과를 그려보라하면 늘 빨간색 사과만 그리는 한솔이에게 초록색 사과그림을 보여주며 또 이야기를 나눈다.
그림책이 좋은 건 이래서일거다.
사과의 일생을 보여주고 싶은 만큼 그려서 보여줄 수 있으니까. 물론 사진으로 다 볼 수 있다면, 아니, 직접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초록색 사과 밑에 사과배꼽이 보인다. 사과를 보면 아래 위에 다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꼭지가 달린 부분은 그렇다치고 요 아랫부분은 뭘까? 이걸 사과배꼽이라고 그러네.

이렇게 자란 사과는 비바람도 맞고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빨간 사과가 되었어. 이제야 우리가 먹는 바로 그 사과가 나왔네.

해를 먹은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어.

그러니 지나가던 사람도 새들도 곤충들도 사과를 향해 돌진~!!

며칠 전 친정 엄마가 사과 따는 일을 도와주러 갔다왔다면서 이렇게 새들이나 곤충이 파먹은 파지사과를 두어개 가져왔다. 상품이 될 수 없는 사과라 먹으라고 가져왔다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한솔이에게 그 사과를 보여주고 함께 먹으면서 마트에 파는 매끈하고 깨끗한 과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세로로 펼쳐야 하는 이 페이지에는 새들도 와서 사과를 먹고, 아까 맨 첫장에서 보았던 고양이 녀석도 사과나무 밑을 기웃거린다. 사과의 일생을 그림책 한 권으로 다 보았다. 마지막에 또 다시 저 사과나무에서는 새들이 먹다 떨어뜨리기도 할테ㅐ고 제 힘에 겨워 떨어진 사과도 있을 것이다. 그 사과는 또다시 새 생명을 키워낼 것이다.

그림책 말미에는 사과가 붉은 사과가 됙까지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놓았고, 월별로 어떤 일을 해주어야하는지 설명되어있다.

그림책이지만 정말 많은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 볼수록 매력적이다. 오늘은 사과잼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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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3.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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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라는 숫자를 마주대하는 순간, "아,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왜 매년 나는 "올해도 잘 살았구나"가 아니라 "올해도 벌써 가는구나"라고 한탄만 하는지. 누구는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 내년도 더 잘 살게되는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매년 그게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샘터 12월호의 특집 주네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다. 그러고보면, 매년 아쉬움을 남겼건만,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순간이 존재한다. 알고 보면 나름대로 잘 지냈다는 뜻일까? 나는, 고3이던 그 시절로 늘 돌아가고싶어진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섰던 날 나의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너무 행복하고, 너무 알차게 잘 살았던 순간이 아니라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양인자님의 글은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좋았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어서일까? 매 순간의 단상들이 와 닿는다. 양인자님은 법륜 스님의 강연을 앞에 두고 느낀 점을 썼다. 오다가다 우연히라도 그러한 강연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이건 지방 독자들이라면 많이들 아실듯) 정말 가고 싶은 강연이 있고, 모임이 있는데도 부산에서 서울까지라는 물리적 거리를 떠나 경제적 거리, 심리적 거리가 너무나 큰 탓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서울에서 하는 강연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양인자님처럼 그 분 책도 다 읽었고, TV에 나오는 것도 몇 번 봤으니 본 셈 칠까?하다가 과감하게 신청. 그 다음은 시간 빼고, 기차 예매하고...아, 뒷일은 여전히 복잡하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나를 움직인 한 마디>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노라노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글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던진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 역시 그러한 말 한 마디로 인생이 바뀐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3때 담임선생님의 한 마디, 대학 졸업 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의 궤도를 이리저리 수정해준 만남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한 마디가 아무리 획기적이고, 파격적이고, 멋진 말이어도 자기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한마디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결국 노라노씨도 자신의 열정과 끼가 있었고 그것을 이루려는 자세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한마디가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비록 지금 이 시간의 나는 정체되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출발의 경적 소리를 울리리라.



<구석구석 골목여행>

요즘은 대세는 그야말로 골목이다.

특히 부산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감천문화마을이나 산복도로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골목 문화라는 것이 일상이었다. 친구들과 놀았던 곳도, 동네 사람들과 정보교환이 이루어졌던 곳도, 시끌벅적한 세상사를 알게 한 곳도 골목이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골목이라는 이름을 찾아내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그 옛날 골목의 정취를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구석구석 골목여행 꼭지에서는 진주의 골목을 소개하고 있다. 진주는 목적지로 간 곳이기보다는 경유지로 가장 많이 들른 곳이다. 어딜 가든 진주를 거쳐 갔던 것 같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놀 때 / 아무래도 내게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는 거리가 너무 먼 곳이다) 차 시간이 남아 잠깐 걸어다닐 때, 그곳에서 누군가와 만나 합류하기로 하였을 때 진주의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래도 여전히 늘 가는 곳만 가기 마련.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곳들은 가보지 못했다. 다음에 들를 때는 꼭 한번 들러봐야겠다.

 


<옛 사람의 사귐>에서 이번에는 황윤석과 금봉이의 이야기가 실렸다. 학교 다닐 때 후배 녀석 이름이 금봉이었는데..하하.. 웃으며 글을 읽는다. 마지막 글귀. "진심은 진심으로 보답받는 법"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주종관계로 인식하기 쉬운 주인과 하인의 관계였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대할 때 그들의 관계는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그 옛날 주인과 하인의 관계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직장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하등 다를 바 없는 관계이다. 우리는 지금 상사를, 내 아래 직원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 볼 일이다.


 

역시 샘터의 기사나 이야기 중에서 하일라이트는 특집이 아닐까. 특집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니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시간들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지를 알 게 되었다. 10년 뒤쯤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월간잡지의 매력이라는 것이 이런데 있지 않나 싶다. 매일의 일상을 돌아보기에는 벅차지만, 월별로 한달을 정리하거나 한달을 계획하는 건 할 만한 일이다. 2013년을 정리하고, 12월을 계획하면서 생각꺼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힘차게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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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 -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 왜 이러는 걸까요?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정유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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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책이나 글을 읽을 때 대부분 맞아, 맞아라는 말을 되뇌이게 되고, 어떤 상황과 문제장면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후엔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망각한 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결국은 자신의 습성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고, 상대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늘 투닥거리며 대립각만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떠올려본다면, 어디까지나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닐까?

 

이 책은 여자가 원하는 남자의 조건을 이야기한 후 남성유형을 제시한다. 여성이 원하는 조건과 남성유형을 살펴봄으로써 둘 사이에서 어긋남과 삐걱거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여성은 자신이 만나고자 하는 남성이 어떤 유형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 전에 자기 자신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알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다음 "고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남자들의 습성(그 중에서도 여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단지 '고장'난 것이기 때문에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같다. 또한 사랑하기 전 이해부터 시작하라는 저자의 말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처럼 여겨진다.

 

자, 그렇다면 남자 사용 중 고장현상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책에서는 일반 고장 증상, 가정에서의 고장 증상, 집 밖에서의 고장 증상으로 나누고 있다. 일반 고장 증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내보다 엄마가 소중하다', '위생관념이 형편없다', '집에서는 말이 없다' 정도이다. 아마도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남자의 기준에 맞춰 보다보니 그런 것 같다. 가정에서의 고장 증상은 '화장실에 너무 오래 머문다', '언제나 TV앞에만 앉아 있다.' 등이며, 집 밖에서의 고장 증상 중에서는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를 들 수 있다. 몇 가지 정도로 요약해놓은 것 같은데도 이렇게나 많은 부분이 우리집 남자와 중첩된다는 사실은 남자의 특징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책이 제시하는 해법 혹은 대안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내보다 엄마가 소중한 경우를 보자. 이 책의 저자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정서가 있다. 세상 남자들이 아내보다 엄마를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한들, 한국남자와 엄마의 관계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그 정도로 되겠어?'라는 나의 반응을 이끌어냈을 뿐이다. 그런가하면, '화장실에 너무 오래 머문다'에 대한 이야기는 남자들이 왜 그렇게 화장실에 오래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게 해주었다. 물론 우리집 남자에 국한된 이해이다.

 

3부는 짧은 내용이지만, 첫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행복한 관계를 위한 조언을 보면 '억제되지 않은 불평 하나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섯가지의 친근한 사랑의 증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행복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는 우리에게 남자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해답을 제시하긴 했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관계는 그럴듯한 해답을 줄 수 있어도 누구에게나 딱 맞게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남자들의 일반적인 증상을 알고 나니, 우리집 남자만의 별난 특징이 아니라는 걸 한번 더 인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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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샘터어린이문고 41
김여운 지음, 이수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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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끔찍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나도 버거운 마당에 일곱째라고?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를 곳곳에서 발견하고, 하나도 많다, 우리 둘이 잘 살아보자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오던 시대를 살았던 내가, 지금은 다자녀 출산을 권유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나에게는 혼란이 올 법도 한 제목이다.

 

인구정책이라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떠나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라지만, 낳지 말라는 것도 문제고, 많이 낳아라하는 것도 문제이다. 가족이라는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가족이 주는 의미, 나와 내 가족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할 문제임에도 인구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적인 정책이 통용되는 것에 대해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김여운 작가는 작가 자신이 8명의 형제 자매 중 둘째이다. 를 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가족에 대해, 형제에 대해 좋은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적인 상황 설정이 과거이기 때문에 남아선호사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에 따라 줄줄이 딸만 낳은 엄마의 슬픔도 묻어나온다. 그와 반대로 줄줄이 아들만 낳아 딸 하나 얻기를 원하는 사람도 나오는데, 그 두 엄마의 마음은 천지차이이다. 딸만 낳았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엄마와, 아들이 많으니 예쁜 딸 하나 키워보고싶다는 엄마의 사치스러운 욕구는 대치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전반적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남긴다.

 

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녀들의 인생도 그리 행복할 것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여섯딸들이 일곱째 여동생을 가족으로서 보듬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들 가족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족으로서의 정과 가족으로서의 행복을 맛본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일곱째 동생을 위한 퍼포먼스를 벌일 수 있다고 본다. 결국은 이 책처럼 일곱째 아이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의 둘째, 쎗째 아이든간에 그들 가정의 행복정도, 혹은 만족도에 따라 달라질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 책에서 남아선호사상에 의해 상처받는 엄마를 위해 더이상 아기를 낳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리고 아이가 없어서 아이 하나 데려다 키우고 싶다는 선생님도 나오지만 그들을 위한 대책도 없다. 이 책은 그러한 상황을 제시만 할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것을 눈치 채는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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