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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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2라는 숫자를 마주대하는 순간, "아,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나를 찾아왔다. 왜 매년 나는 "올해도 잘 살았구나"가 아니라 "올해도 벌써 가는구나"라고 한탄만 하는지. 누구는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 내년도 더 잘 살게되는거라고 말하지만, 나는 매년 그게 마음에 걸린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샘터 12월호의 특집 주네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다. 그러고보면, 매년 아쉬움을 남겼건만,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돌아가고 싶은 추억의 순간이 존재한다. 알고 보면 나름대로 잘 지냈다는 뜻일까? 나는, 고3이던 그 시절로 늘 돌아가고싶어진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섰던 날 나의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다르게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너무 행복하고, 너무 알차게 잘 살았던 순간이 아니라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양인자님의 글은 지난 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좋았다.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어서일까? 매 순간의 단상들이 와 닿는다. 양인자님은 법륜 스님의 강연을 앞에 두고 느낀 점을 썼다. 오다가다 우연히라도 그러한 강연을 마주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이건 지방 독자들이라면 많이들 아실듯) 정말 가고 싶은 강연이 있고, 모임이 있는데도 부산에서 서울까지라는 물리적 거리를 떠나 경제적 거리, 심리적 거리가 너무나 큰 탓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서울에서 하는 강연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양인자님처럼 그 분 책도 다 읽었고, TV에 나오는 것도 몇 번 봤으니 본 셈 칠까?하다가 과감하게 신청. 그 다음은 시간 빼고, 기차 예매하고...아, 뒷일은 여전히 복잡하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나를 움직인 한 마디>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라고 불리는 노라노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글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던진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나 역시 그러한 말 한 마디로 인생이 바뀐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고3때 담임선생님의 한 마디, 대학 졸업 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의 궤도를 이리저리 수정해준 만남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한 마디가 아무리 획기적이고, 파격적이고, 멋진 말이어도 자기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한마디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결국 노라노씨도 자신의 열정과 끼가 있었고 그것을 이루려는 자세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한마디가 기폭제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비록 지금 이 시간의 나는 정체되어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출발의 경적 소리를 울리리라.



<구석구석 골목여행>

요즘은 대세는 그야말로 골목이다.

특히 부산은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감천문화마을이나 산복도로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골목 문화라는 것이 일상이었다. 친구들과 놀았던 곳도, 동네 사람들과 정보교환이 이루어졌던 곳도, 시끌벅적한 세상사를 알게 한 곳도 골목이었다. 지금은 인위적으로 골목이라는 이름을 찾아내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시대이다. 그러니 그 옛날 골목의 정취를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구석구석 골목여행 꼭지에서는 진주의 골목을 소개하고 있다. 진주는 목적지로 간 곳이기보다는 경유지로 가장 많이 들른 곳이다. 어딜 가든 진주를 거쳐 갔던 것 같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 놀 때 / 아무래도 내게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는 거리가 너무 먼 곳이다) 차 시간이 남아 잠깐 걸어다닐 때, 그곳에서 누군가와 만나 합류하기로 하였을 때 진주의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래도 여전히 늘 가는 곳만 가기 마련.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곳들은 가보지 못했다. 다음에 들를 때는 꼭 한번 들러봐야겠다.

 


<옛 사람의 사귐>에서 이번에는 황윤석과 금봉이의 이야기가 실렸다. 학교 다닐 때 후배 녀석 이름이 금봉이었는데..하하.. 웃으며 글을 읽는다. 마지막 글귀. "진심은 진심으로 보답받는 법"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주종관계로 인식하기 쉬운 주인과 하인의 관계였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대할 때 그들의 관계는 달라진다. 우리는 지금 그 옛날 주인과 하인의 관계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직장내 인간관계를 경험하고 있다. 하등 다를 바 없는 관계이다. 우리는 지금 상사를, 내 아래 직원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 볼 일이다.


 

역시 샘터의 기사나 이야기 중에서 하일라이트는 특집이 아닐까. 특집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게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떠올려보니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시간들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 지를 알 게 되었다. 10년 뒤쯤 나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진다.

 

월간잡지의 매력이라는 것이 이런데 있지 않나 싶다. 매일의 일상을 돌아보기에는 벅차지만, 월별로 한달을 정리하거나 한달을 계획하는 건 할 만한 일이다. 2013년을 정리하고, 12월을 계획하면서 생각꺼리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힘차게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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