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로 간 빨간 모자 산하작은아이들 16
조엘 포므라 지음, 백선희 옮김, 마르졸렌 르레이 그림 / 산하 / 2007년 5월
절판


무대로 간 빨간모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빨간모자 이야기입니다. 처음에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늘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로 딸애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쓴 글이라고 해요. 빨간모자의 입장에서 쓰려고 했다는군요. 그래서일까요? 빨간모자는 늑대보다 엄마를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여섯명의 등장인물이 있답니다. 빨간 옷을 입은 빨간모자와, 이야기를 하는 남자와,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늑대와, 빨간모자의 그림자지요.

빨간모자의 엄마는, 빨간모자와 잘 놀아주지 않아요. 늘 시간이 모자란 엄마에게 빨간모자가 시간을 선물해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빨간모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랍니다.

엄마의 엄마 집에 도착하자, 목소리가 이상한 할머니가 누워있어요. 빨간 모자는 겁에 질려 이야기하지요. 그렇지만, 늑대는 빨간모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아요. 어서 잡아먹을 생각만 하지요.

늑대 뱃속에 들어간 빨간 모자와 할머니는 사냥꾼에 의해 구출되었답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지요? 늘, 빨간 모자를 혼자 두는 엄마보다 빨간모자 자신의 그림자하고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만큼 외로웠는걸요. 할머니와 빨간모자를 잡아먹은 늑대지만, 그래도 늑대는 빨간모자에게 말을 걸어주었지요. 엄마보다, 늑대가 더 나쁘다고 여겨지지 않는 건 그래서일거예요. [알라딘 서평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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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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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은, 온다리쿠 식의 미스터리에 별로 감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괜찮을 책이다. 미스터리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미스터리가 아닌 약간은 낭만적인 느낌의 소설. 내가 그동안 읽어온 온다 리쿠의 소설들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가족이라는 대전제를 끌고 들어와서 그런가?

다카코와 도오루가 다니는 학교에는 수학여행 대신 보행제를 실시한다. 보행제라 함은, 일종의 걷기대회 같은 건데, 우리나라의 국토순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행사이다. 보행제와 비슷한 행사에 참여해 본 적이 전혀 없는 나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 이건 등산과도 비슷한거야..라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 몸은 지쳐가지만 곧 눈앞에 마주한 정상을 향해 걷고 오르고 또 걷는, 대피소 부근에서 한숨 쉬고 또 걸어가는 등산을 떠올렸다. 그리고, 비약적이긴 하지만, 매년 고생을 하면서도 또 다시 보행제를 시작할 때쯤이면 고생한 것은 다 잊어버리고 설레임과 보행제 이후의 감동만 남아있어 기대를 하게 되고 막상 보행제가 시작되면 예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는 과정은 출산(出産)과도 맞닿은 느낌을 준다.

다카코와 도오루는, 서로 상대가 자기를 싫어할거라 생각하는 소년소녀다. 물론 다른 친구들의 눈에는 오히려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모종의 약속, 그러니까 두 사람이 사귀는 게 아닐까라는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만 말이다.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을 가진 채 이 소설을 읽었다. 대답은 의외로 빨리 나와버렸다. 그러니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건 미스터리가 아니다. 오히려 사카키 안나의 엽서 내용 속의 주문이 무엇인지가 더 궁금증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미스터리는 아니라는 생각은 더 강하게 든다. 그래서 그동안 온다리쿠의 똑같은 느낌의 소설들에 약간 질려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서로가 원했던 방향으로 결론을 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그들의 친구들 (가깝게는, 시오루와 미와코, 멀게는 안나까지)이다. 온다 리쿠의 소설에서, 쓸데없이 지면만 장식하는 주변인물들이 많다고 느꼈던 내게, 이 소설 속 친구들은 각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 인물들이 이렇게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야지.

안나의 동생 준야의 등장은, 그런 보행제나 수학여행 같이 밤을 지새는 행사가 있을때면 의례 이야기꽃을 피우기 마련인 유령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또 학교괴담시리즈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의 진실도 너무나 쉽게 밝혀진다. 오히려, 이 소설에서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없어서 좋다.

대학수험을 앞둔 고3에게 보행제가 주는 의미는 다양할 것 같다. 친구들과의 고교시절에 대한 추억을 남기는 의미로도 가치가 있지만,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코스를 끝내고, 골인지점에 도착하기까지 서로를 도와가며 목표를 이루는 그 행사를 통해 긴 수험생활에 지칠 수 밖에 없는 고3학생의 마음을 드러내보여준다. 극기훈련이라는 말로도 대체할 수 있겠지만, 단 시간에 이루어지는 극기훈련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길을 걷고 또 걷는 동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다음에 맛보는 감동. 이 보행제를 떠올릴 때마다 고통보다는 그 감동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보행제를 통해 참의미를 깨닫는 것이 아닐까.

의외로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그 간극이 지나치게 벌어져 있지만-간의 단절된 틈을 보행제라는 행사를 통해 효과적으로 메웠다. 거기에다가 진한 우정의 주문, 미와코와 안나의 배려, 준야의 엉뚱한 행동, 도우루와 시노부의 우정, 고이치로의 엉뚱한 모습까지..모두 아름답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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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손가락 이야기 산하작은아이들 15
로랑 고데 외 지음, 백선희 옮김, 마르탱 자리 그림 / 산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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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이 참 인상적인 다섯손가락 이야기.

어린이용 희곡으로 다섯 작가가 다섯 손가락의 이야기를 하나씩 하고 있고, 맨 마지막에 맺음말을 겸하여 [손가락들의 왕]이라는 글이 하나 더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희곡총서 중의 한권이며 2000년 5월에 프랑스에서 공연된 적이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이 있다.

희곡에 대해 학교에 다닐 때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 이 책을 읽으면서 희곡이라는 사실을 느끼기 힘들다. 대사와 지문이 있고 막의 구분이 있는 그런 희곡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명의 배우가 관객 앞에서 이 내용을 읽었다하니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희곡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어쨌든, 이 책에는 다섯 손가락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외로운 엄지, 재주많은 검지, 이름을 얻은 중지, 게으름뱅이(?) 약지, 더러운(??) 소지, 그리고 이들 모두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한편까지 손가락들의 이야기는 마르탱자리의 그림이 함께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 좋은 책으로 각각의 손가락의 역할과 생김새 등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책에서는 손가락을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로 나누고 있고, 마지막 저자들이 직접 쓴 소개에 이르면 엄지손가락, 집게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약손가락, 새끼손가락으로 나누어지면서 우리말의 두가지 손가락 이름을 표현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두가지 이름을 다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이건, 아마 원작과는 달리 한국적 상황에 맞춘 번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프랑스어로 손가락 이름이 몇개인지 모르므로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쓴 작가들이 프랑스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이 한국적 시각이 아니라 프랑스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왜냐면, 여기서는 이름이 없는 손가락이 중지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없는 손가락은 약지이다. (그래서 무명지라고도 한다.) 그리고, 중지는 서양에서는 욕으로 쓰인 손가락이기도 하지만 한국적 사고로는 욕할 때 쓰는 손가락이 아니다. 지금이야 중지를 들면 욕을 한다는 사실을 한국 사람도 다 알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걸 가르쳐줄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리고, 약지는 영어로 the ring finger이라고 해서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으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한국의 약지는 약(藥)과 관련이 있으니 그 다른 점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외국문학을 아이에게 읽어줄 때는, 특히 저학년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부모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듯하다. 스스로 외국과 한국의 의식의 차이, 문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부모가 책을 먼저 읽어보고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라딘 서평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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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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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사요코를 이제서야 만났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고 있는 중인데 여섯번째 사요코를 어젯밤에 읽기를 마쳤다. 밤중에 읽기에는 으스스한 면이 있는 소설이다. 특히, 학교축제 때 공연된(?) "여섯번째 사요코"를 12시가 넘은 한밤중에 빨간램프, 노란램프에 맞춰 읽고 있자니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그런 오싹함과 무서움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빼면, 약간은 흐지부지한 면이 없잖아 보인다. 또한, 사요코와 슈를 제외한 주변인물들의 역할이 지나치게 주변적(?)이어서 존재이유를 모를 정도였기에 아쉬움이 큰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마사코의 역할을 어느 정도 기대했었다. 마사코의 무녀와도 같은 촉매적 분위기(p.57)라든가, 마사코가 '그 느낌'(p.26)이라고 지칭하는 것들, 그리고 유달리 사요코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사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이 그러했지만, 결국 마사코가 한 역할이라곤 별것없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유키오는 그 자신의 직감과 불길한 느낌(p.31)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설 끝까지 가는 동안 마사코와 연인이 되고 싶은 남학생 이상의 어떤 역할도 부여받지 못했다. 오히려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시다라가 슈와 함께 문제를 푸는데 동참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시다라도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 주변인물일 뿐이다.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인문들의 존재가 책의 내용 전개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특이한 정신세계(?)의 소유자인 슈의 아버지도, 그런 특이한 등장 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슈에게 어떤 실마리도 제공하지 못하는 인물이 왜 그렇게 특이한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모를 일이다.

[여섯번째 사요코]의 내용은 누군가 말했듯이 [여고괴담]과 닿아있다. 뿐만 아니라 온다 리쿠의 이후의 작품 전반에 걸쳐 학교를 무대로 하거나, 미소녀 미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형식적인 틀과도 닿아있다. 여섯번째 사요코가 한밤중 내게 느끼게 해 준 그 오싹함과 무서움마저 없었다면, 의미없는 책이 될 뻔 했다.

한 작가의 책을 계속해서 읽는다는 것은 이래서 조금 불편하다. 책의 서두만 보고서도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문체의 독창성이라는 점으로 볼 때는 무한한 칭찬이지만, 비슷한 인물들, 비슷한 사건 전개들, 비슷한 배경들로 알아차리게 될 경우에는 시리즈 물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칭찬이 될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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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구슬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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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을 읽은 이후 오랜만에 그의 작품을 만났다. 사막에서 생활하는 이드리스는 랜드로버를 탄 금발머리 여자에게 사진을 찍힌 이후, 그 사진을 찾아 프랑스로 떠난다. 이드리스가 알고 있는 정보는, 금발머리 여자가 파리에 있다는 것, 그것 하나뿐이다.

사진에 찍히면 자신의 영혼까지 뺏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비단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생활하는 타벨발라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과거의 우리 조상들도 그러했다. 내 이미지가 사진이라는 이미지로 재탄생하는 것을 처음 본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라디오 속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텔레비전 속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이미지로 형상화된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사진은 더욱 그런 생각을 부채질했을 법하다.

어쨌든, 사막의 이드리스는 자신의 사진을 찾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자기를 지켜주리라 생각했던 황금구슬-불라 아우레아-를 몸에 지니고서. 이드리스가 프랑스의 파리까지 가는 여정은 문명이라고 부르는 것들과의 조우였다. 그렇지만 이드리스가 만난 문명은 가짜-이미지-들로 가득찬 것들이었다. 사막은 이드리스가 늘 생활하는 곳이지만, '사하라'라는 이름을 가진 사막의 이미지는 이드리스가 살고 있는 사막이 아니었다. 가난하고 모자라고 비어있어서 고통을 겪고 있는(p.203) 사막의 오아시스는 금발머리의 여인이 있는 화려한 호텔의 배경으로서 존재한다. 사막의 길동무이자 고기를 조달해주는 낙타도 파리에서는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의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드리스가 만난 문명은 온통 진실을 숨긴 이미지들이었다. 여기에 있는 모든 것들은 눈을 위한 (p.276)것일 뿐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눈으로 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한다.

내용 중에 이드리스가 낙타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는 낙타의 모습은 슬프다. 그것은, 도시를 걷고 있어도,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온 이드리스와 함께 걷고 있을 때 낙타로서의 자신을 찾을 수 있지, 사람들의 함성소리에 파묻힌 낙타는 이미 낙타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문구가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는 그것이 실제가 아니라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딴소리지만, 손으로 만질 수 있고 작동해볼 수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가 더 마음에 와닿고 기억에 남지 눈으로만 본 전시물은 전시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과 같다.

라디오를 들을 때 우리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이 나오고 영화가 나오면서 이미지로 전환된 그것 외에는 더이상의 의식확장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백분 발휘하는 작품도 있긴 하지만 그런 작품이 드물기 때문에 칭송받는 게 아닐까? 어쨌거나, 이드리스가 자신의 사진을 찾아 여행(?)을 하는 동안, 문명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이미지들 속에서 이드리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황금구슬을 창녀에게 어이없이 빼앗긴 이후 이드리스의 혼란은 점점 가중되지만, 마지막에 황금구슬을 다시 되찾음으로써 이드리스의 혼란은 막을 내린다.

아랍의 캘리그래피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손으로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호흡법을 조절하고, 시간을 들여 글을 씀으로써 시간의 무게를 느끼는 기쁨을 얻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미셸 투르니에는 작품과, 번역자와의 대담을 통해 이미지보다 기호가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깊이를 다 모른다 할지라도 캘리그래피를 통해 기호들을 통한 이미지의 해방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억에 남는 구절>

'이미지는 나쁜 힘을 가지고 있어. 너는 이미지가 충실하고 헌신적인 하녀 같은 것이기를 바랄지 모르겠다만, 이미지는 그런 하녀가 아냐. 겉으로는 어느 모로 보나 영락없는 하녀지. 하지만 실제로 음흉하고 거짓말 잘하고 오만한 여자야. 순종하기는 커녕 고약하게도 너를 노예로 만들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어.'(p.163-164)

이 책에서는 이민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는데 아래의 몇 구절을 통해, 얼마 전에 읽었던 '커피와 소브로빵'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살빛이 검고 머리가 곱슬곱슬해서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자들일수록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더 거만해.'(p.198)

'결국 그 낙타는 이민노동자들과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군요. 우리는 그들을 빌려왔다고 생각했고 필요가 없어지면 그들 나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러다가 이제야 우리가 그들을 샀고 그래서 프랑스에 계속 머물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거죠.'(p.255)

투르니에의 소설을 읽는 내내, 천천히 몇번이나 곱씹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 속에 투르니에가 인용한 구절 및 짧은 그의 시는 한번 읽은 걸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첫째는 그가 인용한 구절이 있는 원문을 다 읽어보지 못해서일 것이고, 둘째는 그걸 알았다 치더라도 이 소설 속에 언급한 인과성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나의 무지일 것이다. 그러나, 투르니에의 말을 빌러 결론을 내리자면 과도한 주석으로 인해 소설이 무겁게 되는 것보다 소설에서 즐거움을 얻(p,387)는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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