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섯번째 사요코를 이제서야 만났다. 온다 리쿠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고 있는 중인데 여섯번째 사요코를 어젯밤에 읽기를 마쳤다. 밤중에 읽기에는 으스스한 면이 있는 소설이다. 특히, 학교축제 때 공연된(?) "여섯번째 사요코"를 12시가 넘은 한밤중에 빨간램프, 노란램프에 맞춰 읽고 있자니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그런 오싹함과 무서움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빼면, 약간은 흐지부지한 면이 없잖아 보인다. 또한, 사요코와 슈를 제외한 주변인물들의 역할이 지나치게 주변적(?)이어서 존재이유를 모를 정도였기에 아쉬움이 큰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마사코의 역할을 어느 정도 기대했었다. 마사코의 무녀와도 같은 촉매적 분위기(p.57)라든가, 마사코가 '그 느낌'(p.26)이라고 지칭하는 것들, 그리고 유달리 사요코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사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이 그러했지만, 결국 마사코가 한 역할이라곤 별것없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유키오는 그 자신의 직감과 불길한 느낌(p.31)을 갖고 있으면서도 소설 끝까지 가는 동안 마사코와 연인이 되고 싶은 남학생 이상의 어떤 역할도 부여받지 못했다. 오히려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시다라가 슈와 함께 문제를 푸는데 동참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시다라도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는 주변인물일 뿐이다.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인문들의 존재가 책의 내용 전개상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히, 특이한 정신세계(?)의 소유자인 슈의 아버지도, 그런 특이한 등장 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슈에게 어떤 실마리도 제공하지 못하는 인물이 왜 그렇게 특이한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모를 일이다.

[여섯번째 사요코]의 내용은 누군가 말했듯이 [여고괴담]과 닿아있다. 뿐만 아니라 온다 리쿠의 이후의 작품 전반에 걸쳐 학교를 무대로 하거나, 미소녀 미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형식적인 틀과도 닿아있다. 여섯번째 사요코가 한밤중 내게 느끼게 해 준 그 오싹함과 무서움마저 없었다면, 의미없는 책이 될 뻔 했다.

한 작가의 책을 계속해서 읽는다는 것은 이래서 조금 불편하다. 책의 서두만 보고서도 누구 작품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문체의 독창성이라는 점으로 볼 때는 무한한 칭찬이지만, 비슷한 인물들, 비슷한 사건 전개들, 비슷한 배경들로 알아차리게 될 경우에는 시리즈 물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칭찬이 될 수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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