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몬스터! 사계절 그림책
피터 브라운 지음,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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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함께 그림책을 읽는 모임에서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들 '선생님'이라는 단어의 자리에 '엄마', 즉 자신을 대입한 분들이 많았다. 바비라는 아이가 선생님을 몬스터라고 부르는 이유와, 그 선생님이 몬스터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모습을 보면서 아이와 부모의 관계도 저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림책의 서두에 보면 작가의 메시지가 있다.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여기에 한 마디 더 붙인다면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에게".
 

 

 

바비는 선생님을 몬스터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 처음에 저 그림을 보고 선생님의 콧구멍이 눈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랫만에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들은 아래의 이 장면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챘다. "선생님, 바비가 잘못했네요."라고. 학교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 모두 저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행기를 교실에서 날리면 안돼요.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를 하면 안되죠"라고 말이다.
 

 

 

물론 바비는 교실에서 날린 비행기 사건 하나만 가지고 선생님을 몬스터라고 부른 건 아니다. 선생님의 발소리도, 목소리도, 그리고 바비에게 하는 말 한마디도 다 몬스터처럼 여겨진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선생님의 별명은 '몬스터'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상천외한 것들로 가득했다. 그것이 때로는 선생님의 인격을 모독하는 수준의 별명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별명 하나 가지지 않았던 선생님들은 기억에 잘 남아 있지 않다.
 

 

 

어느날 바비가 자신만의 장소에서 선생님과 우연히 만났을 때.

나는 아래의 그림을 보고 정말 재미있게 웃었다. 학교가 아닌 장소에서조차 선생님 앞이라는 이유로 손을 들고 말하려는 바비의 모습이, 선생님과 바비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물론 선생님은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이 그림책에서 선생님과 바비의 관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 선생님이 바비를 보며 활짝 웃는 모습. 그림책을 보다보면, 선생님의 얼굴과 표정이 점점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아이들도 쉽게 눈치를 챈다. 우리는 바비의 시선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다.


 

 

이젠 괴물의 초록색마저 사라진 선생님. 선생님은 바비에게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릴 수 있게 해준다. 공간이 달라지면, 할 수 있는 행동의 제약도 달라진다. 교실에서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것이 허락되지 않지만, 야외에서는 가능하다. 바비의 잘못은 바로 적절하지 않은 장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공공의 약속을 깬 것이었다.

 

 

자, 이제 선생님은 몬스터가 아니다. 바비가 바라보는 선생님의 모습은 이렇게 달라져있다.


 

 

뭐,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저런 예쁜 선생님일리는 없다. 학교에서 바비는 다시 몬스터인 선생님을 만날수도, 예쁜 선생님을 만날 수도 있다. 물론, 바비의 시선으로만 선생님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도 몬스터처럼 변하고 싶을 때가 있을테니까.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몬스터같은 엄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이 때로는 몬스터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가능하면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지만 말이다.
 

 

 

마지막 표지의 문장을 보고 고민을 했었다. 이 그림책이 선생님의 겉모습, 즉 외모가 몬스터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듯 여겨져서이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을 때는 이 문장을 가리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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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6-02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괴물이기도 하고 사랑이기도 한 두 얼굴이
언제나 아름다운 사랑으로 빛날 수 있기를
저부터 스스로 가슴에 대고 이야기합니다..

하양물감 2015-06-04 22:20   좋아요 0 | URL
네 저두요.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니 어른들 짐작과는 또다른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바비보다 선생님 입장을 더 이해하는 우리 아이들이 많아서 지나치게 도덕적(?)이라는 생각도.^^

해피북 2015-06-03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믹하면서도 핵심을 콕 찌르는 동화책 같아요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하양물감 2015-06-04 22:22   좋아요 0 | URL
그림책이라 그림보는 재미도 있어요. 선생님 얼굴 변화의 모습이나 바비의 변함없는 태도가 웃음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