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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가족이야 ㅣ 고인돌 그림책 11
핌 판 헤스트 글, 닌케 탈스마 그림, 정낙선 옮김 / 고인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입양을 다룬 그림책.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보면, 접근하기가 민감한 주제의 책을 만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가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라는 주제로 이 책을 만났다. 가족의 정의를 함부로 내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가족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혈연으로 된 가족이라는 개념이 낯설게 느껴졌다. 과거에도 '양자'를 들이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입양에 의한 가족이라는 형태는 결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아닌게 아닌가. 핏줄에 대한 집착이 유난히 강한 탓도 있겠지만, 이제는 '입양'에 대해서도 조금은 자유롭게 이야기해도 되지 않을까싶다.
이 그림책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얼굴이 하얗고, 부유하고 화려한 (반지를 많이 끼고 있는 엄마, 넥타이가 엄청 많은 아빠) 부모와 가난한 아프리카에서 입양된 로지타가 등장하여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은연 중에 백인에 대한 우월감,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편협함이 드러난 것 같아서이다. 다시 한번 읽었을 때에는 입양을 보낸 부모가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생활을 하지만, 로지타의 행복을 위하여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음을, 그리고 그 아이를 데려 온 새 부모는 로지타의 친부모를 존중해주고 있음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로지타는 친구와 소꿉놀이를 하다가 자신이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친구인 마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친구가 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로지타가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눈치챈 이후 엄마, 아빠를 통해 사실을 전해듣는다. 로지타의 새 부모들은 친부모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지타에게는 로지타를 낳고 사랑하는 친부모와 로지타를 키우고 사랑하는 양부모가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로지타는 두 부모를 갖게 된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러한 결말이 가능하진 이유는 무엇보다 로지타의 건강한 자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로지타는 함께 살고 있는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로지타 또한 부모를 아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이는 로지타의 자존감이 낮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그림책을 읽었을 때 들었던 거부감은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다. 다만 피부색은 가족을 구성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빈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듯하다.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이런 부분이 걸린다면, 조금 큰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양한 입양가족(공개된 가족)의 모습을 함께 보며 이해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