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옆 철학카페 -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삶을 바꾸는 철학의 지혜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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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를 들라면, 첫째는 제목때문이고, 둘째는 저자때문이고, 셋째는 나의 책읽기를 위한 길잡이를 위해서이다. 내가 읽을 책을 고를 때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내가 별로 친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한달에 한권은 꼭 끼워서 읽자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 계통의 책이나 자기계발서적 등을 읽을 때가 있다. 그런데 영 손이 안가는 책들도 있다. 읽으면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책들... 예를 들자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말이다. 하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말미에 소개된 함께 읽을 책 목록을 보니 읽은 책도 보인다.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요렇게 딱 두 권. 35권 중에 딱  두 권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읽어봐야지 하고 점찍은 책이 몇 권 있다. 자꾸 책 목록만 늘어가는구나.


남들이 나에게 박수를 치건 비난을 하건, 그들은 결국 자기의 생활로 돌아가버린다. 내 인생을 끝까지 책임지고 갈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나는 젊어서는 남들에 자랑하려고 공부했다. 그 뒤에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했다. 지금은 재미로 공부한다" (미셀 드 몽테뉴, 『몽테뉴 수상록』)

p.21

몽테뉴가 이런 글을 썼다. 몰랐다. 남에게 자랑하려고 한 공부에서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공부로, 그리고 재미로 하는 공부로 옮겨간다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3년쯤 전에 딸아이가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하도 피아노 배우게 해달라고 졸라서 6살이 되자마자 학원에 보냈는데, 6개월쯤 지났을 때 학원 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피아노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아니지만, 피아노 칠 때 즐거운 아이입니다" 라고. 그런데, 1년을 다닌 학원을 그만 두고 내가 일하는 곳 근처의 학원으로 옮겼는데, 거기 원장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아이가 참 부러웠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렇게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몽테뉴의 수상록, 책 제목만 알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천천히 읽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해봤음직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왜 이상한 인간들만 만날까 하는 고민에 대해서는 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을, 착하게 살아서 이용만 당하는 것 같다면, 애덤 그랜트의 『기브앤테이크』를, 현실때문에 꿈을 접어야 한다면 김광수의 『철학하는 인간』을, 잘나가는 친구가 질투날 때는 질 리포베츠키의 『행복의 역설』을 추천한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는다고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책의 내용과 함께 나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지혜를 빚어내어야 한다. 고민을 입에 문 채로 책을 꼼꼼하게 읽어보라(p.6)는 저자의 말에 나는 따르기로 한다.


불행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하기 어렵다. 반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에서는 불행해지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아득바득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를 어떻게 하면 낫게 만들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p.204)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하게 살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러셀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서 "이 직장은 나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활력, 진보에 대한 자극을 보장하는가?"를 물어본다. 취직이 어려운 이 시기에 이런 물음은 가슴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실을 바꾸려면 내가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 책에 나온 고민들을 내가 안고 있다고 할 때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하고, 내 앞에 있는 인간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인데 주변이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쫓겨가듯 사는 것이 행복은 아닐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에서야 나도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참 달렸왔던 2, 30대 때는 이런 생각 자체가 사치였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고 싶을 때는 멋진 사회를 꿈꾸라는 말에 공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되었던 글이어서 그런지 짧으면서도 간결하다. 한 권을 통틀어 읽어도 괜찮지만, 자신의 고민에 맞는 부분을 골라읽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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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1-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문제별로 책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니 문제가 생긴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줄수도 있겠어요ㅎ 저두 읽는 분야의 책만 읽어서 다른 분야도 읽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ㅎ 저두 과학이나 철학 경제쪽은 노력해도 쉽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하양물감님 처럼 포기하지 말구 노력해 봐야겠습니다ㅋ

하양물감 2015-01-16 12:35   좋아요 0 | URL
철학이 제일 어려웠어요
그래서 가능한 쉽게 풀어쓴 책을 골라요.

바람돌이 2015-01-1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하지 않은 분야의 책을 의식적으로 읽는 노력이라니 훌륭하세요. 그거 진짜 쉬운일 아닌데 말이죠. 저는 제가 관심 없는 분야는 절대 안읽거든요. ㅠ.ㅠ 이 책은 하양물감님 덕분에 관심이 갑니다. 덕분에 좋은 책 한권을 또 보관함에 들고 가요.

하양물감 2015-01-16 12:34   좋아요 0 | URL
처음엔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렇게 읽다보니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