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 옛이야기 속 집 떠난 소년들이 말하는 나 자신으로 살기 ㅣ 아우름 3
신동흔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구비문학자인 신동흔 선생의 글을 짧게 짧게 접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예전에 민주공원 신용철선생이 길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멘토교육을 해주셨던 일이 생각이 나, 다시 한 번 그때 받았던 자료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옛 이야기는 물론이고 세계의 옛 이야기들 속에서도 그 예를 찾아 이야기를 하니 그들을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라는 물음에 대한 이해가 된다. 길 떠남이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로 살아가기 위한 도전이며, 내가 나로서 올바로 서기 위한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오랜 세월을 거쳐서 이어져 온 옛이야기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화소를 갖추고 있고, 그 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재미와 긴장감을 일으켜 '의미'를 자아낸다는 선생의 말은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동안 계속해서 전달이 된다. 그 중에서도 누군가 어디로 옮겨 감으로써, 누군가 찾아오거나 또는 떠나감으로써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길떠남의 의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저자는 옛이야기 속에서 길을 떠나는 사람은 "대개는 막 철들 무렵의 아이들입니다. 세상과 본격적으로 대면하기 시작할 무렵의 아이들이지요. 그 아이들이 집을 나선다는 건 이제 비로소 자기 삶을 찾아 넓은 세상으로 첫발을 디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p.30)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집과 셩격이 다른 낯선 세계로 '숲'을 이야기한다.
숲으로 도망을 간 백설공주의 이야기, 숲에 버려진 바리데기 이야기를 통해 숲이 의미하는 바와 숲에서 만난 난쟁이와 산신령의 의미를 찾은 저자의 해석은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모든 주인공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안에서 나오는 밝은 빛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자문자답을 통해 그들은 성장을 한다. 성장을 위해 한 걸음 내딛은 그들에게는 자연스레 조력자가 생겨난다. 해석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겠지만, 신동흔 선생의 이야기는 그랬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한 번 도전해보리라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쩌면 옛이야기가 끊임없이 전승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내 복에 산다>에 나오는 은장아기, 놋장아기, 가믄장아기의 이야기도, 《장화홍련전》의 장화홍련의 이야기도, 《심청전》의 심청이와 심봉사 이야기도, <여우누이>와 <악어아들>이야기도 인물들의 머뭄과 떠남, 그리고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 삶을 찾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이 왜 그렇게 끊임없이 길을 떠나야 하는지, 그 떠남을 통해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읽으며, 지금의 내 아이와의 관계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이 아이가 결국은 나라는 안전한 품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그를 응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모와 형제들의 간을 빼앗아 먹으며 여우가 되고, 자기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과 이웃을 모두 파괴해버리는 악어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길을 떠난 그들 앞에는 무서운 함정과 고난과 배신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도 그들의 몫이고,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를 만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다만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다면 만날 수 없는 것이 이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떠났던 이들은 모두 돌아온다. 돌아온 아이들은 떠날 때의 아이들과 같지 않다. 한층 더 성장하여 세상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어 돌아온다.
옛이야기가 그토록 오랫동안 세상에 전해지고 있는 이유도, 한 지역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이유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런 옛이야기를 읽는 것은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