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세계 지도 그림책 처음 만나는 그림책
무라타 히로코 글, 데즈카 아케미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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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가 좋아하는 세계 지도를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책이다. 한솔이도 보자마자 좋아라하며 읽은 책.

 

그런데, 한솔이가 책을 다 본 뒤에 이렇게 묻는다. "엄마, 우리나라 산이랑 강은 왜 없어요?"라고. 처음엔 세계에서 높은 산들이라 우리나라 산은 없는거야 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일본의 후지산은 들어있고 순위에도 없는 일본의 시나노강은 들어있다.

 

이 책이 일본 작가의 그림책이다보니 자국의 산이나 강을 비교대상으로 넣었을 것이고, 다른 내용에도 일본은 다루되 한국은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이건 지식 그림책이니 이 책을 보여주는 엄마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한국과 일본을 나타낸 그림을 보면, 한국 여자 아이의 의상이 한복이라고하기에도 조금 어색할 뿐 아니라, 일본은 스모, 후지산, 초밥 등의 상세 내용이 있는데 반해 한국은 대표의상을 입은 여자 아이 하나다.

 

어떤 음식을 먹을까? 라고 한 곳에는 삼각김밥을 든 일본 아이가 나와있고, 지도 상에는 중국의 만터우(밀)과 일본의 삼각김밥(쌀)이 나와있다. 삼각김밥은 우리나라도 많이 먹는 음식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삼각김밥은 일본의 오니기리를 말한다.

 

이렇게 일본 중심으로 쓰여진 책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는 아무래도 조심스럽기 마련이다. 




 

그런데 시간이나 기온을 보면 한국(또는 서울)이라고 기준을 나타내었는데, 원본에서도 그러할까? 분명히 이 부분은 편집이 되어서 수정된 게 아닐까라고 짐작하는데, 다른 부분은 모두 일본 중심인데 이 부분만 한국(서울)이라고 수정된 것도 어색하다.

 

동물, 옛 이야기, 교통도 보라. 한국은 없지만 일본은 있다. (물론 중국도 있다) 그런가하면, 인사말을 나타낸 그림도 크게 그려진 일본 아이가 곤니치와라고 인사하고 아래에는 한국 아이가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다.

 

당연히 일본 작가가 쓴 책이고, 그린 그림이니 이럴 수 밖에 없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다고 한들, 이런 책을 번역해 소개할 때는 한번 더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적어도, 이 정도의 지식 그림책은 한국 작가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인데 번역이라는 쉬운 길을 택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그런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볼만한 책인가하는 점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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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2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귀엽고 깜찍한데 우리나라부분이 많이 부족하군요

하양물감 2011-09-26 14:34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부분이 부족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일본과 중국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이 빠져있고, 일본의 내용이 비교대상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것이랍니다. 자국에서 통용되는 책이라면 괜찮지만, 번역이 되었을 때는 명확하고 객관적이 기준이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나 가장 긴 강은 순위에 의해 들어갈 수 있지만 거기에 일본의 산과 강이 비교대상으로 나온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가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지요.

책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또, 한국이 많이 빠져있어서가 아니라, 비교대상이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읽기에는 조금 아쉽지 않나 하는 점이랍니다.

비로그인 2011-09-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크게 그려진 일본 아이... 너무하네요 정말 ㅡ_ㅡ;;
그래도 그런 불편한 사실을 알아채다니, 한솔이는 대단한걸요.
일본 사람들은 일본해랑 동해랑 구분을 어떻게 할까 좀 알아봐야겠어요.
온다 리쿠 소설에 보면 편집 과정에서 일본해를 '동해'라고 번안했는데, 참 애매해요.

하양물감 2011-09-26 16:08   좋아요 0 | URL
동해와 일본해는 자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기때문에 번역과정에서 다르게 표기할 수밖에 없지않나싶어요. 특히 그것을 바꿔 표기한다고 해서 문맥이 달라지지않는다면요.
그런데 이 책은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므로 비교대상으로 우리 주변의 것을 담음으로써 아이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겠지요. 우리 작가가 쓴 책이라면 이 비교대상이 분명히 한국의 것이 되었을 것이고, 일본 작가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일본의 대상이 담기겠지요
문학이라면 일본적인 색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인물, 사건, 배경은 다양할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