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그림책의 내용을 포토리뷰로 올리면 백마디 말보다 나을 것 같은 책이다.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란 생각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그 전의 책들과 비교해볼 때 이 책은 특히 더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아닌 글로 리뷰를 쓰는 이유는 책장을 넘기며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빼앗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6시 정각 얼룩말은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는 말로 표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407호의 개부부는 피아노를 치며 "썰매를 끌고"를 연습하기 위해 털양말을 신기로 했는데, 그때 407호 빨랫줄에 앉아있던 참새가 날아오른다. 사건은 바로 그렇게 시작된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의 그림에 신경을 쓰지 않고 후루룩 넘겼다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정작 그림에서 사건의 시작을 알아차린 것은 한솔이였다. 이럴 때 그림책을 볼 때 그림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나의 무신경이 부끄러워진다.

 

얼핏보면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어제 저녁 동물들의 행동과 모습이, 의외의 결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건의 전후를 에측하는 것은 재미나는 일이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 사는 동물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이웃간의 단절의 상징이 되기는 했지만, 어쩌면 층간소음과 같은 민감한 문제로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도 하다.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따로 일어난 일들이 결국 모두 연결되어 잇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단절과 연결의 경계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무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어쩌면 오늘 저녁에 일어났던 일일지도 모를 일들이 책 속에서 펼쳐진다. 그것을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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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5-2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궁금했어요^^

하양물감 2011-05-24 21:03   좋아요 0 | URL
생각꺼리가 풍부한 그림책이에요.

희망찬샘 2011-06-15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라면을 먹고 있을 때>>에서 받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 것 같은 기분~ 저도 이 책을 읽지 못했는데, 이미 리뷰로 많이 보았어요. 그래도 궁금하니까 곧 읽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