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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평점 :
이 책의 말미에 보면, 보론으로 변정수님의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이 있다. 평소 궁금하게 여겼던 내용이기도 해서 꼼꼼히 읽었다. 내 글은 서평인가, 독후감인가. 나는 서평과 독후감을 딱 잘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서평을 쓰는 것이 사회적인 책임이 따르는 사회적인 행위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누군가가 내가 쓴 글(그것이 서평이든 독후감이든간에)을 읽고 그 대상이 된 책에 대해 어떤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독후감을 써놓고 서평이라고 착각을 해서는 안되며, 서평을 써놓고 단순한 독후감이었을 뿐이라고 발뺌을 해서도 안된다(p.312)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독후감과 서평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비평'이란 걸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비평'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글을 쓴 적도 없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은 내 개인적인 관심과 생활, 육아에 대한 글들인데 그 속에 서평 혹은 독후감이 포함된다. 물론 이 글들을 온라인 서점의 서평(리뷰)으로 등록하기도 한다. 때로는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느낌을 공유하기도 한다. 서평과 독후감의 경계가 꼭 필요한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세이'라는 말을 나는 이 책을 기획한 리더스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고만고만한 리뷰들 일색인 도서리뷰에 조금씩 질려가던 차에 새로운 글쓰기의 방법을 제안한 것이었다. "책을 말하되 책만을 말하지 않는다. 내가 빠져든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을 말한다. 내 삶과 독서 경험을 잘 버무린다."(p.10)는 것이 책세이였다. 책세이 방식으로 도서리뷰를 써보라거나, 활용기 중심의 어린이 도서리뷰를 써보라는 제안을 하는 등 나의 리뷰쓰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곤 했다. 그렇게 다년간 시도된 경험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권의 책에 대해 쓴 책을 읽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저자의 삶이 있다. 글쓰기는 은연중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독서일기나 문학에세이라는 이름으로 쓰여진 책들이 특히 그러하다. 개인적으로는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이 그러했고,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100인의 책마을에는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이야기가 있다. 천천히 가기로 한 은이후니님의 글, 자본주의식 소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일님의 글, 환경활동가로서 살아가는 김원국님의 글이 그러하다. 그런가하면 어떻게 책을 선택하고 읽어가는지를 보여주는 글도 있다. 에쿠니가오리와 사랑에 빠진 김수정님의 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는 태극취호님의 글이 그러하다. 책읽기가 얼마나 다양한 장르와 공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도 있다. 뮤지컬을 더욱 풍성하게 감상하는 껌정드레스님의 글, 재즈를 몸으로, 머리로, 그리고 마음가는대로 느끼는 까탈님의 글이 그러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을 읽는 것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스레 또한번 깨닫는다. 책 소개를 위한 책이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유명한 누군가의 글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의 솔직담백한 글이었기에 거북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글이었던 것 같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느라 조금 어수선한 감도 없잖아 있지만, 골라읽는 재미도 있다. 수록도서목록은 관심 분야의 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