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실 혁명 핀란드 교육 시리즈 1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 / 비아북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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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이야기할 때 흔히 거론되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세계 최고 학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성공한 교육 사례의 대표격인 셈이다.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기에 그런 찬사를 받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후쿠타 세이지의 원작에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장의 해설이 덧붙여진 책이다. 이왕이면 한국인의 시각에서 핀란드의 교육을 세세하게 보고 듣고 경험한 책이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과 한국의 교육여건이나 상황이 그리 다르지 않다고는 하지만 분명 다른 점이 존재하고, 한국의 교육 상황과 비교하여 중점 있게 다루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책도 여러 종류겠지만, 이 책은 핀란드 교실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서문을 통해 핀란드 교육을 정리해보자면, 핀란드에는 경쟁이 없으며 “공부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고, 교사는 학생을 돕고 정부는 지원하고 부모는 협력했다”(p.22)고 한다.

“핀란드의 핵심적인 교육과제는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한국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p.54) 이는 한국과 핀란드 교육의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는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평가와 직결된다. 뿐만 아니라 평가결과에 따라 최상위권 학생은 더 이상의 학습동기를 부여받지 못하고, 하위권 학생은 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을 갖기 쉽다. 분명 그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학력 편차로 인해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수업의 난이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평가는 모두 힘을 합쳐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지 서열을 매겨 학부모가 학교를 고르게 하려는 의도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현장에 힘을 실어준다. 학교를 평가하는 것은 더 좋은 학교를 목표로 학생, 교사,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첫걸음.”(p.83)이라는 핀란드의 평가제도는 최근 일제고사로 논란이 많았던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공부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사회전반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핀란드와 잘하는 학생에게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대학에 따라 취업에서 차별받는 한국 사회에서의 평가는 분명 그 의미가 달라진다.

교원평가는 어떨까? 핀란드에서는 교원 평가를 통한 인사고과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교사들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p.86)이란다. 이는 교사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에 가능하다. 핀란드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학부 3년), 대학원(석사) 2년을 마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2,3년간 자신의 장래를 고민한 후 대학에 진학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교사로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래를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다음 교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사들은 어떨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교사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교사로서의 인성과 적성이 갖추어진 좋은 교사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교사들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 중에 많은 사람들이 교육관이나 전문성과 관계없이 안정된 직장인으로서 교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실시하고자 하는 교원평가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육관이나 교육철학이 변하지 않는 이상 교원평가 역시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교육현장은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고,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핀란드의 교육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핀란드에게서 배울 것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학습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 느리지만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자신을 위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배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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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2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저 이책 읽으려고 벼르고 있어요. 사실 저는 아직 비혼인데도 불구하고 만약 내가 자식을 낳는다면 도대체 어떤 교육을 시킬것인가, 에 대해서는 가끔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아이를 교육시킨다는 것, 그 자체가 제게는 너무나 어렵고 대단하게만 보여요. 사실은 그래서 내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누군가 교육을 대신 맡아서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말이지요.

하양물감님, 이 책에 별 네개를 주셨군요. 요즘 여기저기서 핀란드의 교육을 얘기하니 거기에 편승해서 살짝 발을 얹은건 아닐까 싶어서 이 책을 사기를 망설였는데 많이 망설이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하양물감 2009-11-12 09:10   좋아요 0 | URL
일단, 이 책은, 교육현장의 모습을 수업참관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제가 별 네개를 준 이유는, 저자나 해설자의 설명보다는 수업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꺼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입니다.
혹시 핀란드교육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보셨는지요? 저는 안읽어봤습니다.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것 같아요.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 그것으로 제가 알고 싶은 것은 다 알게 되었으니까요.
다락방님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셨으면 합니다.

희망찬샘 2009-12-19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칭찬들을 많이 하더라구요. 학교 도서관에 이번에 도서 신청 해 두었는데, 그 때 읽고 님의 리뷰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느낌의 차이를 알아 보고 싶네요. (비슷하겠지요.)

하양물감 2009-12-24 21:41   좋아요 0 | URL
교원평가제 결국 시행하게 되는건가요? 저 정말 이 정부의 교육정책에 불만이 많은데 말이에요. 기본적인 생각의 변화없이 교사만 잡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우려스럽네요.(희망찬샘님의 댓글에 대한 답은 아니네요..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