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팔아요>를 리뷰해주세요.
우리 엄마 팔아요 담푸스 그림책 1
바르바라 로제 지음, 이옥용 옮김, 케어스틴 푈커 그림 / 담푸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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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다들 한번씩 들은 말 중에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이 있을 것이다. 보통 부모들이 아이들을 놀리느라 자주 하던 말인데, 아동심리나 교육학쪽에서는 이런 말들은 안하는게 좋다고도 하는 듯하다. 어찌되었거나, 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말이니 그다지 좋은 말은 아닌듯하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이 책 '우리 엄마 팔아요'를 읽다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놀리거나, 아이에게 툭툭 이런 말들을 내뱉는 게 보통이었다면, 요즘은 아이의 입장에서 어른들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어서다.  

이 그림책은, 아이의 입장에서 '제목과 내용'이 만들어진 듯하다. 어른들은 늘 아이들을 보고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요구하거나 하지말라고 금지한다. 아이 입장에서 보자면, 잔소리쟁이 엄마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것만큼 답답한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이 그림책은 아주 발칙하게도, 엄마를 골동품 가게에서 새 엄마와 물물교환을 한 아이가 주인공이다. 처음부터 아이가 생각해낸 방법이 아니라, 엄마의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지만, 골동품 가게에게 아이가 엄마를 놔두고 새 엄마와 함께 나가는 부분에서는 엄마도 허를 찔린 듯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관계는 자기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만약 이 아이처럼 엄마를 팔고 다른 엄마를 사올 수 있다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파울리네와 같은 마음을 품은 아이들(우리 엄마가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는), 또 가족에 대한 불신과 그것으로 인해 불화가 있는 가정의 아이가 읽는다면 도움이 될 듯하다.  

어떤 사람이 엄마가 되어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는 100% 만족할 수 없는 법이다. 엄마가 나이고, 내가 엄마가 아닌 이상은 서로에게 중요한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족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일치하는 삶을 살아왔으므로 다른 누구보다도 나에게 절실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파울리네와 엄마 외에 훌륭한 조력자가 한 명 더 있다. 그는 바로 골동품가게의 슈네크 아저씨이다. 새 엄마를 사겠다고 가게에 온 파울리네와 엄마에게 더 없이 딱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었으니 말이다. 슈네크 아저씨의 가게가 골동품 가게라는 것도 의미가 있는 듯하다.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요긴한 물건이 될 수 있는 이곳은 이런 역할놀이를 하기에 딱 맞는 곳이다.  

파울리네가 자신의 엄마를 되찾기 위해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엄마를 사갔다는 소식은 이 그림책의 호흡을 한템포 빨라지게 한다. 너무도 쉽게 엄마를 되찾았다면 파울리네가 느꼈을 감동도 반으로 줄었을 것이다. 엄마를 사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아이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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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0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릴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말 듣고 운적도 있어요. 그래서 엄마는 아빠한테 혼나기도 했죠. 그 말이 왜 그렇게 서운했는지 몰라요. 어린마음에 울다니..

그나저나 엄마를 판다니, [금붕어 두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이라는 닐 게이먼의 그림책이 연달아 떠오르네요.

아동심리나 교육학쪽으로도 그렇다지만, 저는 순수히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이죠, 아이에게 너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는 말은 하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요. 저 그때 정말 울었다니깐요. ㅜㅡ

하양물감 2009-09-04 17:59   좋아요 0 | URL
전 어릴 때 그런 말 듣고도 별 반응을 안보였다더라구요. 그런데 옆집 사는 꼬맹이가 진짜 엄마 찾으러 간다고 버스올라타는 거 보고 기겁을 해서 데려온적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