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dts]
송일곤 감독, 감우성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 : 거미 숲Spider Forest
감독 : 송일곤
출연 : 감우성, 서정, 강경헌, 장현성, 조성하 등
등급 : 18세 관람가
작성 : 2005. 08. 30.

 
  전역 후의 휴학 연장을 위해 대략 2년 만에 대학교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도교수님과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교수님을 찾아가 보았지만, 자리에 안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늦어도 좋으니 저녁에 뵙기로 하고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음날 자대로 복귀해야하고 학교가 집에서 차로 50분 거리의 외각지대라는 등 그리 여유를 가지기 귀찮은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3시간의 공백. 마침 학교 도서관의 멀티미디어실에서 영화를 시청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한편의 영화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예전에 극장에서 '알 포인트R-Point'와의 선택을 저울질했었던 영화 '거미 숲'.
  하핫. 그럼 그때부터 쭉 보고 싶었던 공포영화를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밤의 숲. 곧게 키가 큰 나무들이 인상적인 어두운 숲 속에서 한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한 남자가 숲 속에서 눈을 뜹니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숲 속의 집에 들어서게 되는 그는 피 튀긴 살육의 현장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실의 남자시체를 피해 방안으로 들어선 그는 죽어 가는 애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그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는 여자. 그리고 살인자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발견하게되는 그는 마침 주위에 떨어져 있던 낫 하나 주워들고 그 뒤를 추적하게 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둔기에 맞고 쓰러지게되는…… 것에서부터 숲 속에서 눈을 뜨는 것으로 이어지는군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 그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14일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는 그는 형사 친구에게 사건을 하나둘씩 이야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그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서 그에게 다가오는데…….

 
  클라인의 병처럼 입구가 곳 출구이며, 출구가 곳 입구라는 이론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 폐쇄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그림자와의 좇고 좇기는 추적. 두개의 연속성을 지닌 선택을 위해 같은 시간 속에서 끝없이 돌고 도는 공포의 이야기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번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생각보다 혼란스러운 작품 같다는 기분이 드는군요?

 
  기억. 흘러가는 시간 속의 자신의 인생을 증명한다는 것. 하지만 그 기억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신용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때론 전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반갑게 인사를 건네올 때마다 죄송스러운 한편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잊고있었던 끔찍한 과거의 기억들이 다시 떠오를 때의 그 숨막히는 가슴의 압박이란…… 아아. 생각하기도 싫어집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정면으로 맞서 싸워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은 이의 영혼이 머문다는 '거미 숲'.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때까지 이런저런 공포영화를 봤었지만 서정성을 지닌 공포영화는 처음 접해본 것 같았습니다. 물론 피도 실감나게 튀기고 18세 딱지가 붙을 만한 장면 또한 등장하고있지만, 후훗. 글쎄요. 근사한 느낌이 드는 공포를 즐기시는 분에게는 귀신의 전설을 지닌 숲의 이야기 '거미 숲'을 조심스레 추천해봅니다.

 
  그럼 4박 5일의 훈련과 연이은 3박 4일의 외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쉬어버린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를 다시 집어들어 봅니다.

 
Ps. '알 포인트'에서의 주연이었던 배우 감우성 씨의 또 다른 느낌의 공포영화라서인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기도 했지만, 처참히 망가진 모습과 이어지는 그의 벗은 모습이라…… 아아 성별이 여자인 친구와 영화 '취화선醉畵仙'에서의 리얼 춘화도를 봤을 때의 기분이 나서 깜짝 놀라버렸다고 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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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이현우 옮김 / 21세기북스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Science and Practice, 4th Edition
저자 :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B. Cialdini
역자 : 이현우
출판 : 21세기북스
작성 : 2005. 08. 23.

 
"하품이 나오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재미있는걸 어떡하랴?"
―즉흥 감상―

 
  깜빡하고 있었는데 전역을 앞두고 집으로 짐을 보내던 도중 부모님이 사정사정하며 읽어보라고 했던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하여 '설득의 심리학'. 대학교 시절부터 심리학 관련 수업에 교수님들과 싸울 때마다, 아침형 인간 관련 책을 읽고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제스처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보디랭귀지 등의 책을 읽고도 자신의 무의식적인 제스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실천의사'에 대해 도로 물어보고 있는 처지라. '심리'에 관한 이론서라면 거의 무조건적 거부권을 표현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이거 '옮긴이의 글'과 '지은이의 글'에서 하품을 하며 본론에 들어가는 순간 저는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이라는 타이틀을 건 이론서를 조금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보상과 양보에 대한 무의식을 다룬 '상호성의 법칙', 공식적인 약속을 통한 잉여이미지와의 일치성을 다룬 '일관성의 법칙', 모방을 통한 안정심리와 신드롬을 다룬 '사회 증거의 법칙', 거절할 수 없는 익숙함을 다룬 '호감의 법칙', 합법적인 권위의 이미지에 복종하려는 의무감을 다룬 '권위의 법칙', 금지와 자유를 통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다룬 '희귀성의 법칙'이라는 여섯 이론이 사회적 현상과 실증적인 실험 등을 통해서 분석 설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활 속에서 일어난 실제사례와 작은 카툰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서술되어져있었습니다.

 
  각각 독립되어 이론을 설명하면서도 이 여섯 가지의 이론들이 하나의 모습인양 뒤엉켜 설득 당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하핫. 뭐랄까요? 여섯 가지 이론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실험의 결과에 화가 나는 동시에, '자기 방어전략'부분과 각 이론의 사용법에 따른 긍정적인 결론과 부정적 결론을 접하고 나니 또 한번 '지식의 열매'를 통해 선의 의지보다 악의 의지로서 '힘'을 사용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알고 있다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리석은 자만으로 인한 파멸의 위협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뼈저리게 경험한 적이 있지만, 글쎄요.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한번 '앎'이라는 자만의 늪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떠한 이론이든 그것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실험의 모습에서 어떤 '위험성'을 감지했음은 부정하기 힘들군요. 뭐 이전부터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는 어떤 심리의 속박 앞에 일단은 TV를 멀리하곤 있다지만, 수집의 취미를 가진 저 역시 '희귀성의 법칙'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편안한 기분으로. 소설을 읽듯이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어떤 이론서보다도 '설득력'있게 느껴진 책이라니. 아아.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직관력의 재정비를 결심하며 감상기록을 종료해봅니다.

 
  때마침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도 도착했겠다 이어지는 9월까지는 앤 라이스Anne Rice 님의 작품 세계에 빠져보렵니다.

 
Ps. 현대인의 성실태性實態에 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인 '킨제이 보고서Kinsey Report'도 번역본이 나와있음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후훗. 빨리 읽어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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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08-31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kinsey report 번역본 어딧 구할 수 있을까요?? 열심히 찾고있는데 쉽지 않네요ㅠㅠ

무한오타 2013-09-02 10:09   좋아요 0 | URL
알프레드 킨제이와 워델 포메로이가 집필한 보고서로, 인간의 성적 행동을 다루고 있는 두 권의 책 《남성의 성적 행동 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1948》과 《여성의 성적 행동 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 1953》으로 구성되어 있는 '킨제이 보고서 Kinsey Reports'의 번역과 출판여부는 모르겠습니다.

R. 비즐리, J.M. 라이니쉬 의 '킨제이 보고서 The kinsey institute new report on sex'를 말하시는 거면, 중고시장이나 가까운 도서관에 문의해보세요^^
 
미드나이트 시즌
스티븐 킹 지음, 이창식.공경희 옮김 / 대산출판사(대산미디어)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미드나이트 시즌Different Seasons
저자 : 스티븐 킹Stephen King
역자 : 이창식, 공경희
출판 : 대산출판사
작성 : 2005. 08. 20.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다."
―작품 中―

 
  저를 지치게 만들었던 여름이 한풀 꺾여 가을이 되는가 싶더니. 몇 일 연이은 비는 그 우중충함에 제법 한기를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음산한 초가을의 어느 날. 저는 스티븐 킹 님의 '미드나이트 시즌'을 읽어보았습니다.
  별로 기대 없이 집어든 작품. 그런데 이거 재미있더군요. 비록 감상기록이 존재하지 않지만, 소설 '그린 마일The Green Mile'이후 눈과 상상력의 뇌를 즐겁게 해준 두 이야기를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어느 날 아서 덴커라는 가명으로 살고있는 쿠르트 두산더라는 이름의 노인을 찾아온 소년 코드 보튼. 소년은 노인의 과거를 알고 있다며, 그 비밀의 발설을 미끼로 나치의 잔인한 행위에 대해 말해달라고 합니다. 벗어날 수 없는 교묘하고 잔인한 협박 속에서 역사의 현장을 경험하게 되는 소년은 어느덧 그 잔인한 이야기 때문에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노인 또한 잊혀진 악몽의 과거에 시달리게 된 것입니다. 한편 길거리 부랑자들의 잇따른 실종과 의문의 죽음이 시작되는데…… [파멸의 시나리오Apt Pupil]
  추운 겨울날 밤. '나―데이비드 애들리'라는 일흔 세 살의 노인이 '이스트 53가 249 B호'로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일 밤 자리가 마련되는 이름 없는 클럽. 매주 목요일마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특히 크리스마스 전 목요일 밤에는 기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모임. 그는 10여 년의 시간 속의 어느 날 처음 듣게 되는 애믈린 맥캐른의 '크리스마스이야기'를 회상하게 됩니다. 그것은 스토리 텔러의 병원에서 있었던 자신의 환자―임산부에게 일어난 '죽음과 함께 하는 탄생'이라는 믿을 수 없는 소름끼치는 이야기였는데…… [라마즈 호흠Breathing Method]

 
  스티븐 킹. 호러 소설의 대가라고 말해지는 작가. 하지만 두 권 이상 되는 무엇인가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만 만나다가 이번 작품과 같은 중·단편을 읽어보니. 사건 전개가 뇌리에 팍팍 인식이 되는 것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파멸의 시나리오'를 읽은 뒤의 소감이라면. 음. 글쎄요. 주인공 소년이 노인에게 너무 버릇없는 것은 다른 나라라는 정서상의 차이라 일단 생각하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과도한 호기심은 파멸을 부른다' 등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노인과 소년의 치열한 심리전과 그 압박감의 결과로 벌어지는 사건은 '대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라마즈 호흡'은 '호흡법'에 관한 기묘한 이야기로. 생명탄생의 집착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아 결말부분의 그 상황의 묘사는 그저 상상도 하기 싫어지네요(덜덜덜). 그나저나 정기적인 특정 일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클럽의 모습은 앞서 감상기록한 적 있던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님의 '흑거미 클럽Tales of The Black Widowers'이 연상되는 듯해 저도 이런 모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른 계절Different Seasons이라는 타이틀을 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해당하는 작품 중. 여름 이야기 '파멸의 시나리오'와 겨울 이야기 '라마즈 호흡'이 수록되어있는 작품. 기회가 된다면 봄 이야기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과 가을 이야기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또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건 그렇고 뱀파이어 연대기를 시작해보려고 하니 그 1부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interview with the vampire'를 빌려간 의경이 반납을 자꾸 늦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책이 돌아올 때까지 읽을 책도 없으니―날씨도 시원해졌고 쉬고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렵니다.

 
  가을이고 비가 내립니다. 감기조심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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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정서경 원작, 황세연 각색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 :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ance
원작 : 정서경, 박찬욱
각색 : 황세연
출판 : 랜덤하우스중앙
작성 : 2005. 08. 18.

 
"뭐냐?! 몇 페이지 읽고 느껴지는 이 섬뜩함은!!"
―즉흥 감상―

 
  드디어 읽었습니다. 씨네 픽션Cine Fiction이라고는 웬만해선 안 읽으려했던 제가 박찬욱 감독님의 이름이 걸렸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씨네 픽션을 충동구매해서 드디어 읽은 것입니다. 음음(진정하고)…… 박찬욱 감독님과의 만남이라는 추억으로 편파 감상이 될지 모르지만…… 아아. 백 선생 ×새끼!!를 연발하며 '친절한 금자씨'의 섬뜩한 복수의 여정을 조금 소개해 보고자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어두운 아침. '청주여자교도소'의 철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성가대의 연주와 합창과 함께 눈발을 해치며 그녀 '친절한 금자씨'가 마지막으로 나옵니다. 배불뚝이 전도사는 그녀를 반기지만, 그녀는 오히려 차갑게 말합니다. "너나 잘 하세요!"
  13년 만에 성탄절 특사로 세상으로 환원된 이금자. 그녀는 교도소에서 같이 생활하다가 먼저 출소한 이들을 하나 둘씩 찾아가 백 선생을 향한 복수의 칼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과거―원하지 않은 임신과 백 선생과의 만남. 여섯 살짜리 박원모 어린이 유괴사건의 진상. 13년 간의 교도소 생활에 이어서 백 선생의 악마 같은 모습이 밝혀지게 되는데…….

 
  밝음의 이면 속에서 잠들어 있던 어둠. 그녀의 이름은 친절한 금자씨. 복수를 위해 친절을 버리지만, 그녀는 역시 친절했습니다. 오로지 악마 같은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13년 동안 천사로서 교도소생활을 해온 그녀. 그녀의 아름답게만 보이던 모든 선행의 이야기는 180도의 반전을 통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잔인함으로서 복수에 임하게 됩니다. 거절할 수 없는 '친절함'으로 최고의 아군들을 만들어가며, 살인을 즐기는 미치광이에게 죽음의 공포를 선물하는 금자씨. 하핫. 글쎄요. 이 잔인한 복수의 이야기를 박찬욱 감독님의 숨결이 묻어나는 영상으로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너무나도 순진했기에, 너무나도 순수했기에 소름끼치는 친절함을 과시하는 금자씨. 저도 저 나름대로 복수를 꿈꾸며 살아간다고 생각했었지만, 정말이지 끔찍한 복수의 현장을 상상하며 작품을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일에 나름대로의 복수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영화에서는 백 선생의 과거가 나와있지 않다고 하던데요.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악마 같고 ×새끼 같던 백 선생 또한, 그 나름의 방식으로 복수의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였다는 사실에 다시금 '복수란 무엇인가? 무엇이 사람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분명 나쁜 ×인데, 분명 용서할 수 없었고, 그 모든 죄에 응징이 가해질 때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도, 끝없이 남아도는 어떤 찝찝한 기분이란…….
  그러고 보니 백 선생의 모습에서 지난날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병명으로 재조명되었던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백 선생의 과거와 함께 사랑의 부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는 법만을 강조 받는 현대에 대한 고발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소설 '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이후.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충격을 가져다준 소설 '친절한 금자씨'. 후훗. 박찬욱 감독님과의 첫 만남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며 이번 감상기록을 종료해봅니다.

 
  그럼 이번에는 앤라이스Anne Rice님의 뱀파이어 연대기를 시작해볼까요?
 
 
Ps. 박찬욱 감독님의 포토 제작 노트가 첨가 되어있는데요. 후훗. 뭐 재미있게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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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 - 상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해문출판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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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 : 인간의 증명人間の 證明
저자 : 모리무라 세이이치
역자 : 강호걸
출판 : 해문출판사
작성 : 2005. 08. 18.
 

살아가며 갑자기 닥쳐온 인생의 시련 앞에서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즉흥 감상―

 
  추리소설. 중학교 때까진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에르큘 포아로 등이 등장하는 고전적인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상하게 그런 작품에 손이 잘 가지 않았더군요. 저 다음으로 들어왔던 후임이 추리소설 광이었고 친구 중에도 추리소설 전집을 모으는 친구가 있었지만, 이번에 접한 '인간의 증명'이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야 보통 '옛날작품'이라 말해지는―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추리소설에 관심이 생겨버렸습니다.
  그럼 상실되어버린 인간성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색다른 느낌의 추리소설을 조금 소개해보겠습니다.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 흑인이면서도 동양인의 흔적이 보이는 '조니 헤이워드'라는 이름의 한 남자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카이 다이닝'이라는 초 호화판 호텔 레스토랑의 엘리베이터에서 죽은 외국인으로 인해 사건 수사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 증거로의 추적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뿐입니다. 그러던 중 발견되는 낡은 밀짚모자와 밀짚모자의 시가 담긴 「사이조 야소 시집」은 그 밖의 풀리지 않던 사건과 함께 숨겨진 '인간의 증명'을 찾기 위한 열쇠가 되려하는데…….

 
  이번 작품은 크게 혼혈 흑인의 죽음의 진상과 한 여인의 의문의 실종을 뒤쫓는 이야기라는 두 흐름을 가집니다. 외국인 살인사건은 일본에서의 무네스에 고이치로 형사와 미국에서의 형사 켄 슈프탄이, 실종사건은 아내를 찾는 오야마다 다케오와 아내의 불류의 파트너 니미의 공동추적이라는 서로 상관없을 듯한 두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나가며, 결국 거대한 한 이야기로서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은 뭐랄까요? 단순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낸다라는 기분보다도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으로서 인간임을 증명할 것인가 등의 철학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현재의 자신이 존재하기 위한 과거와 만나게 되는 사람들. 나름대로 한 맺힌 추억들과의 재회 속에서 속죄의 답을 찾아나가는 이번 이야기는 저의 뇌리에 각인 되어있던 고전추리소설의 선입견을 무참히 파괴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고전 추리물. 어린 시절 이런 저린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인식한 것이 '담배연기가 자욱하다거나 밀폐된 어떤 공간에서 사건 현장에 흩어져있는 흔적을 날카로운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결국 반전적 결과를 이끌어낸다'라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글쎄요. 특정 탐정이 등장하지 않아서? 아니면 그나마 가까운 일본사람의 작품이라서?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있어서? 아무튼 꽤 인상적인 기분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 전쟁의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한恨의 이야기. 이 감상기록을 종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후훗. 그럼 드디어 소설 '친절한 금자씨'를 집어들어 봅니다.

 
Ps. 제 「감상기록장」에 멋진 추천서를 만들어주신 '조아라'에서의 '바다를꿈꾸는별'님과 그밖에 저에게 관심을 주시는 많은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멋진 작품을 소개해준 나의 후임 Y.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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