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마고 모르티스 Imago Mortis, 2009
감독 : 스테파노 베소니
출연 : 제랄딘 채플린, 우나 채플린, 알베르토 아마릴라, 레티시아 도레라 등
작성 : 2010.08.23.
“무엇을 마주하시겠나이까?
당신만의 마지막 시야로,”
-즉흥 감상-
‘애인님과 함께 본 영화’라는 것으로, 다른 긴말은 생략하고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밤의 시간. 인적 없는 복도와 계단을 지나 깊은 지하에서 오래된 영화필름을 돌려보는 누군가의 손길로 시작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화면속의 또 다른 무대에서 발생하는 어떤 끔찍한 마침표를 보이게 되는군요.
그렇게 푸르스름한 새벽. 시작에서의 건물 속 어느 방에서 자명종과 함께 일어나는 한 남자가 이야기의 바통을 받게 되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문이 열리게 되는데요. 그가 ‘영화 학교’의 학생이라는 소개에 이어,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착실히 학교생활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게 됩니다. 한편, 시험을 마주하게 된 학생들은 ‘시간’, ‘죽음’, ‘공포’, ‘운명’, ‘진실’에 해당하는 주제로 사진을 제출할 것을 요구받게 되는데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통해, 주인공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그 어떤 답을 찾아내고자 노력하게 되었지만…….
결론부터 말해 보자면 별다른 기대 없이 만난만큼이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이 작품을 만났을 때만 해도 심적으로 고립되어가는 주인공을 통한 뒤틀린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요. 갑자기 무슨 놈의 좀비인줄 알았던 귀신이 등장해 주인공을 괴롭히질 않나, 과제를 해결해감에 있어 온갖 위협에 시달리지를 않나, 결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희생되어버릴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는 것이, 아아. 저 같았으면 아마 스스로 저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행위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의 시간을 가지게 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영상의 표현기법도 그렇고 ‘타나토스코프’라는 어떤 전설의 물건과 함께 펼쳐지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있었으니, 호러, 추리, 심리, 스릴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그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도 약간 느긋한 느낌의 작품을 조심스레 추천해볼까 하는군요.
‘타나토스코프 thanatoscope’. 나름 직역하여 ‘죽음경’. 작동원리에 대해서는 작품 안에서 친절히 소개하고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구요. 음~ 뭐랄까요? 죽는 순간에 망각에 각인되는 영상에 대해서는 다른 작품에서도 언젠가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도 ‘로보캅-TV 시리즈 Robocop, 1994’의 한 장면이었지 않나 하는 기대는 있지만, 그녀석이 담겨있는 컴퓨터가 다운되어있으니 그저 안타깝기만 하군요. 그래도 뭐 동생이 귀국했으니 조만간 침묵의 잠에서 깨어날 것이기에, 2011년에 소개예정이라는 ‘로보캅’을 만나보기 전에는 쭉 달려보고 싶습니다.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이번 작품을 어떤 기분으로 만나보셨을까나요? 모든 것이 생소했지만 그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구요?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이야기에 주인공과 함께 피아노의 미를 쳐버리는 줄 알았다구요? 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다구요? 으흠. 아무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평범한 인간은 영원불멸의 존재가 아니기에 항상 ‘죽음’이라는 것과 끝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무한을 외치면서도 실상 유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이라고 받아들여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고대에는 연금술이라 불릴 어떤 과학의 결정체인 ‘타나토스코프’가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이것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볼 뿐이로군요.
그럼, 오늘 또한 저의 인생이 역사의 한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적어본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하는데요. 영원한 명작이라. 그것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속삭여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