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꼭 읽어봐야지 하고 미뤄 뒀던 책을 자주 듣는 팟캐스트에서 다룬다고 하면 비로소 읽게 된다. 내가 먼저 읽고 나서 그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 싶어서다.
이번주에 <빨간 책방>이랑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과학책 소개 코너에서 동시에 이 책을 다룬다고 해서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워낙 강렬한 제목이라 공상 소설인줄 알았던 책.
공상소설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기에 제목만 흘려들었다가 처음 제대로 만난건 장대식의 <다윈의 서재>에서다. 아, 그전에 올리버 색스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글들을 읽고 작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다. 그 에세이를 읽고나서 생긴 작가에 대한 호의가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신경학 전문의인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총 24편의 임상 사례들을 소개하는데 한편 한편이 소설 같은 이야기다.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란 별명이 잘 어울린다.
˝나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의 말처럼 그 24편의 사례들은 어찌보면 치명적인 손상으로 인하여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멸시받는 존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작가의 세심하고도 인간적인 `관찰`로 병을 이겨내거나 혹은 병과 함께 새롭게 적응하는 삶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뇌신경의 작은 손상으로도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보면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결함이 있으면 또 다른 능력으로 살아가는 걸 보며 인간이란 참 `어쨌든 생존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경이롭다. 그리고 표면의 증상만이 아니라 심층을 보려는 노력 -과학이 발달하면서 표면적인 데이터 분석에만 집중하고 일차원적인 관찰의 중요성을 놓치기 쉬운데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는 부분이란다)- 그는 환자들의 사소한 일상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음악으로, 이야기로, 심지어 숫자로까지 소통한다. 책을 읽을수록 작가에 대해 감탄을 금할수 없다.
제 4부에 소개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는 정말 많을 깨달음을 주었다. 물론 매 에피소드마다 놀라웠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자폐증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형제는 수에 대해서 만큼은 뛰어난 이른바 `백치천재`다. 그들의 능력은 티비쇼에 나오기도 하고 해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있지만 올리버 색스는 그들의 내면을 보려고 했다. 그들을 오래 지켜보고 소통한 결과 숫자에 대해 둘이서 기묘한 대화를 할때 범상치 않은 신성하고도 엄숙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소수들을 주고 받는 대화, 이것이 그 형제들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런데 비극은 당시 의학계는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는 게 좋다고 결정한 것이다. 그것이 그들 자신을 위해 좋다는 이유로. 둘이서만 소통할 때의 즐거움을 담당 의사는 관찰하지 못했나 보다. 그 후 쌍둥이 형제는 따로 격리 수용되었고 심한 감시 속에서 용돈벌이 수준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겉으로 보아 정신적으로 이상하긴 하지만 별 문제 없이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긍정적치료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삶의 기쁨은 잃어버리고 끊임없이 일에 시달리는 존재가 되어버린것이다.
이 책의 결말 부분에 소개된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그런게 바로 이 책의 매력이다. 병보다는 인간에 관심이 있는 의사 올리버 색스. 그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최근의 기사들을 읽으며 많이 안타까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팟캐스트들을 들어보아야겠다. 그리고 그의 전작 <소생awakenings>을 영화화 했다는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1991년작 <사랑의 기적>도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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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08-2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너무도 잘 보았습니다^^ 알고있던 책이지만 읽어볼까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리뷰 보니깐 읽어보고 싶네요ㅎ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08-27 01:50   좋아요 1 | URL
칭찬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전체적으론 책이 좀 두꺼운 편이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긴 한데 다 따로 따로 읽어보아도 괜찮을 내용이에요. 저는 앞으로 사람에 대해서 지칠 때,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가끔씩 꺼내 볼 거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5-11-26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도 좋은 리뷰네요~^^

쌍둥이이야기도 참 감동적이죠ㅠㅠ

살리미 2015-11-26 23:07   좋아요 1 | URL
저도 방금 고양이라디오님 리뷰를 읽고 이 책 다시 생각나서 찾아보고 있었어요^^ 댓글 달아주신 덕분에 제가 쓴 리뷰도 다시 읽어보네요 ㅎㅎ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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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추리소설들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 딱히 어떤 평을 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다. (또 좀 뒤늦은 감이 있다. 다들 읽고 재밌다고 했을때도 그닥 손이 가진 않았던 작품인데 나름 여름특집이라 생각하고 펼쳐들었다.)
일단 추리소설 작가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출판 당시는 굉장히 화제가 되었겠지만 그간 너무 끔찍한 영화나 현실을 많이 봐와서 그런가 그렇게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수많은 인물이 얽히고, 이야기가 끝도 없이 계속되고,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밤 늦은 시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충분했다.
모두가 잘 알고 지내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 그런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 시험하는 듯 하다. 왜, 모두들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하고 답답해지던 중 마지막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 내리기 힘든 결정을 대신 해주고 그들의 보잘것 없는 인생을 대신 책임져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아주 좋아합니다. 전체 그림을 볼 줄 알고 필요할 때 조치를 취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납니다!˝
영화 베테랑에서도 본 재벌의 횡포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의 대사다. 배려와 미덕의 아이콘으로 가장한 그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짓밟을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정말 극한 상황에 몰리면 판단력을 잃고 권위에 복종해 버리기를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이 원래 그런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계속 작품을 통해 일깨워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작품속에서 겁도 없고 권위에 복종할 줄도 모르는 인물을 만나면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겠지.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같이 끈질긴 피아와 보텐스타인 덕분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지만 우리 현실과 그닥 다르지 않은 상황들때문인지 마음한켠이 계속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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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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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다. 습지에 생태하는 그들이지만.
현실이 슬플수도 괴로울 수도 있지만 당당한 그들을 보면 일단 웃음이 난다. 행복해진다.
역시 최규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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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8-2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둡지는 않나요?

살리미 2015-08-22 21:10   좋아요 1 | URL
네^^ 가난하다고 너무 궁상맞지는 않아요. 오히려 밝고 당당한 젊은이들을 보는게 즐겁답니다.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위즈덤 하우스의 이보영 힐링쿠션에 당첨되어서 오늘 선물이 도착했네요~^^
생각보다 넘 맘에 들어서 설레었어요.
살다보니 이벤트 당첨도 되보네요. 행운이랑은 거리가 먼 줄 알았는데....^^
암튼 감사합니다~
책 읽는 모습은 언제봐도 넘 예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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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8-2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ㅜㅜ 부럽

살리미 2015-08-20 18:25   좋아요 2 | URL
저도 믿기지않는 행운이에요^^

오거서 2015-08-20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쿠션의 안락함이 전해지네요.

살리미 2015-08-20 19:2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쿠션 끼고 앉아서 책 보기 딱 좋네요^^

해피북 2015-08-20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왓~~쿠션 너무 이쁜걸요! 오로라님 정말 행복하시겠요 보는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쿠션이라 말이죠!

살리미 2015-08-20 19:28   좋아요 0 | URL
제게 너무 과분한 행운이 왔나봐여^^

지금행복하자 2015-08-20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쿠션 정말 예뻐요~ 축하드려요~^^

살리미 2015-08-20 19:30   좋아요 1 | URL
저도 쿠션이 넘 이뻐서 실례인줄 알지만 자랑질을 했네요^^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08-20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영의 화보 쿠션 넘 멋진데요?^^
저책속 책 읽는 이보영의 모습 넘 이뻐서 눈에 아른아른하던데 쿠션으로 따악~~소장하고 있음 좋을 것같아요^^
이걸 계기로 행운이 굴러오려나봅니다

살리미 2015-08-20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기회에 함 읽어보려구요. 책읽는 이보영 모습 넘 이뻐서 자꾸 보게 되네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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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 하는구나.
사람 냄새나는 만화. 너무 좋다.
간결하지만 하고 싶은 말, 내가 평소에 했던 고민들이 다 담겨있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쳐녀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나는 공감이 덜 할줄 알았는데 고령화 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 묻어있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는게 좋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무얼하면 좋은 걸까?
그녀의 책을 읽고나니 적어도 사람의 향기를 잃지 않고 지금의 여유도 즐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가끔 친구를 만나서 차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시간도 가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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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8-1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마스다 미리 책들이 하도 여기 저기 들려서 한 번쯤 봐 줘야 될 듯합니다. 노처녀이야기라...재밌을 듯합니다..ㅎ

살리미 2015-08-19 14:06   좋아요 0 | URL
저도 벼르다 벼르다 읽게 되었는데 실망시키지 않더라고요^^ 어젠 책을 읽고 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찾아 봤네요 ㅎㅎ

해피북 2015-08-20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스다 미리의 여자공감 시리즈 편을 모두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동생에게 보냈더니 동생역시 공감되는 이야기 많다고 좋아하고 주위 친구들에게 빌려주기도 하더라구요 ㅋㅂㅋ 덕분에 한정판으로나온 사이즈로 다시 구입해야 했답니다^~^ 아직 영화는 못봤는데 저두 찾아봐야겠어요ㅋㅂㅋ,

살리미 2015-08-20 08:37   좋아요 0 | URL
여자공감 시리즈가 있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예전에 마스다 미리의 책(제목이 기억도 안나네요.. 뭔가 숲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도 같은데.. ㅋㅋ) 을 읽고서 괜찮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책은 정말 공감이 많이 가더라고요. 사람들이 참 따뜻하게 그려져서 흐뭇한 미소가^^

해피북 2015-08-20 08:52   좋아요 0 | URL
읽으셨던 책이 `주말엔 숲으로`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ㅎ 저는 공감시리즈 중에 `아무래도 싫은 사람`도 좋았고 공감시리즈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 내가 정말 원하는게 뭐지`편도 좋았어요ㅋ 마다스 미리 수필집도 많지만 수필보다는 만화가 좋더라구요^~^

살리미 2015-08-20 08:54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봐요^^ 수짱 정말 맘에드는 캐릭터에요. 저도 마스다 미리 책 좀 사 모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