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 비교적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고 오랫동안 해 온 일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독서라는 활동도 많은 수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비교적 귀가 얇아 책에서 말하는 내용에 쉽게 현혹되는데 저자인 정희진은 굉장히 객관적이고도 날선 비판으로 책을 대한다. 남들과 다르게 읽고 자기 자신만의 독후감을 써내는 정희진의 시선에 또 얇은 귀를 가진 나는 팔랑팔랑 거린다.
P. 45 나는 용서와 평화를 당연시하는 사회에 두려움을 느낀다. 2차 폭력의 주된 작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 벌레이야기, 이청준P. 74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라? 내가 몹시 경계하는 말이다. (...) 생각한 대로 사는 것은 `지금 자기`를 부정하고 욕망을 따르는 가치 지향적 삶이다. 그 가치가 바람직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 이 말은 경쟁 사회의 자기 다짐이고, 다이어리 첫 장에 등장하는 문구이다. - 손무덤, 박노해P. 137 고물이 보물이 되려면 사람의 마음과 일이 필수적이다. 내게 별로 득이 되지 않으면서 `주고 욕먹을` 가능성이 많은 일이다. 그게 귀찮아서 다들 그냥 버리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들에겐 물건을 새로 사는 게 재활용보다 편하다. 자원을 아끼고 나누는 데는 노동이 요구된다. 나는 이 노동이 자본주의를 구제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이 이미 체제다. 변화는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망가진 세상을 수선하는 일이다. - 운현궁의 봄, 김동인
프리모 레비는 자신의 기억을, 증언을 더이상 듣지 않는 세상을 염려했고, 독일인들을 끝내 이해하고자 했으나 폭력을 가한 고문자들의 평범성을 말하여 독일인 전체가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밝힌다. 침묵하는, 방관하는 사회의 다수자들의 무관심과 무기력이 나치즘의 폭압과 학살을 가능하게 했다는 교훈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뼈아프게 읽히는 대목이다. 레비가 염려하듯이 오늘날 더 큰 위협과 폭력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깊이 읽고 나의 무관심과 무기력을 반성하는 계기가 된 책이다.
드디어 손에 넣은 독서도우미^^한손으로 책 들고 보기엔 편리하네요.
24/7 은 일주일 내내 24시간 가동됨을 의미한다. 현대의 삶은 잠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24시간 불밝힌 상태를 지향한다. 잠이 게으름의 상징이 되고 생산을 위한 불가피한 휴식이라는 개념으로 가치 하락된 것은 근대이후이며 쇼펜하우어가 예외적으로 우리는 잠 속에서만 인간 존재의 진정한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잠에 대한 침해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현재 2장까지 읽은 부분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만만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꾹 참고 읽어볼란다! 다행히 그리 길지 않으므로^^
세상을 향해 겨눈 칼과 나를 향해 겨눈 칼. 내 칼의 적은 세상인가, 나인가?
칼의 노예가 돼서 백정짓을 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칼을 다스리는 진짜 칼잡이가 있다. 백정놈은 모든 걸 칼로 해결하려하니 칼집에 칼이 박혀있을 새가 없지만,칼잡이는 매번 칼집을 더듬으며 `이 칼을 뽑아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니 칼집에서 칼 빼기가 쉽지 않다. 백정놈의 칼집은 제 칼 하나 간수 못해도 칼잡이의 칼집은 칼 뿐 아니라 마음까지 단속한다 이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적신(알몸뚱이)으로 태어나 적신으로 죽어요. 그 적신을 모두들 벼슬이나 학문 등으로 가리는데 환경이 열등해서 기회가 없는 저는 칼로 가리려고 애를 씁니다. 사실 그동안의 칼질로 이름은 얻었지만 껍데기를 벗고 나면 스승님의 그것과는 내용이 달라요. 똑같은 칼인데 스승님은 덕과 인품을 얻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저는 피값에 쫓기는 살인범에 불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