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독교 사상의 세례를 받으며 자랐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지 않아 편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취미는 등산과 독서. 등산은 건강한 생명 유지, 독서는 지적 허영심이 근본적인 목적이었다. 10대 후반이 되어서 세월호 사건을 통해 내 관점은 흔들렸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은 험난했다. 30대에 접어들어서야 (조금 극단적이지만) 전광훈 목사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과거의 ‘나’와 마주한다. 김어준 총수를 통해 알게 된 박문호 박사의 세계관이 나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허무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아이러니가 재밌다. 내가 나를 상대로 무슨 길을 걷고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는 사실이. 비슷한 줄로만 알았던 타인과 내가 얼마나 다른지 조금이라도 깨닫게 됐다는 사실이.과거의 편협한 내가 타인에게 알게 모르게 준 상처가 업데이트 된 세계관에서 부메랑처럼 날아와 몸 구석구석에 박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같이 촌스럽고 편협한 인간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생존해 있는 동안 세련된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가고 싶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이만큼 걸어왔다. 핑계와 게으름으로 세계관은 한계에 다달았지만 두려움에 새롭게 만난 타인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 후회한다. 동물로써 연명할 뿐인 삶에서 죽음을 생각해보았다. 그려면서도 겉멋을 잃고 싶지 않아 황지우 시인의 말을 빌려 오늘을 위안한다. 뼈 아픈 후회황지우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완전히 망가지면서왼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그 징표 없이는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나에게 왔던 사람들,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모두 떠났다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뿌리채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이 무시무시한 곳에 함께 들어오지는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내 뼈이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떠돌다 지나갈 뿐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그 누구도 나를 믿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무당에 심취했다고 한다.10대와 20대는 '진격의 거인'과 같은 만화에 심취한다.이런 부분에서 이 책은 2001년에 발간되었지만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게임이나 소설, 영화 같은 콘텐츠가 넘쳐 나는 현실 앞에서동물적인 자기 순환(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에 갇혀 고립된 채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을 보여 주고 있다.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소통에 불과하며파편화는 '다중인격'처럼 한 명의 개인에게도 일어나고 있으니어느 때보다 풍요롭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하긴 어려운 것 같다.
[ D - 15 ] 트럼프 취임일짧지만 재밌는 책이다.하지만, 조금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이 책을 읽게 된 개인적인 동기는,'유발 하라리'와 '폴 크루그먼'의 극성 팬이기 때문에 알림이 오자마자 예약 구매했다.반나절 안 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왜 부담스러웠을까. 왜 거북했는지 돌아보았다.현재 시국이 큰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국가권력이 똥볼을 찰 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다독다작다상량에 충실하면 되는 것일까?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