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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 한 젊은 예술가의 뉴욕 이야기
박상미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얼마전, 줌파 라히리의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읽었다. 줌파 라히리의 소설로는 《축복 받은 집》, 《그저 좋은 사람》에 이어 세번째 책이었다. 첫번째 소설집 <축복 받은 집>을 무척 괜찮게 읽어놓고도 알수 없는 이유로 사지 않고 미뤄두었다가 그보다 늦게 나온 <그저 좋은 사람>을 먼저 읽고서 읽은 책이었는데, 역시나, 참 좋았다.  

그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문체라고 할까 그 분위기가 좋았다. 줌파 라히리의 문장은 촘촘하게 직조된 실크의 느낌을 주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빈 공간이 없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랄까. 이건, 내가 좋아하는 김훈의 문장과는 또다른 대극점에 있는 문체인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블랙홀이 있"고 (문장과 문장사이의)"전압이 높은"(따옴표 안은 김훈 본인의 표현 인용) 김훈의 문체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이렇게까지 촘촘한 문장을 좋다라고 느끼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호감이 갔다.  

 가끔, 번역 소설을 읽다보면 원문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이 문장의 원문은 무엇이었을까, 원문도 이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을까, 이 번역자가 과연 바르게 옮긴 것이 맞는 것인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청바지 위로 가려운 곳을 긁고 있는 듯한 이런 느낌은 번역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되어주기도 하고, 영어에 관해 거의 공포심 수준의 울렁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영어 공부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순간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은,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증오심도 생기고, 이런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 번역까지 하게 되는 사람에 대한 열등감까지. 아. 나 정말 이러다 언젠가는 영어를 정복해버리고 말거야. 나의 불행한 잉글리쉬 포비아. 

이럴때 나는 번역자에 관심을 가진다. 김연수는 김연수 스럽게 번역을 하고 이윤기는 이윤기 스럽게 번역을 한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번역된 소설은 자연스럽게 번역자의 스타일이 반영되게 마련이라고 생각하니까. (적어도)내 머릿속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움베르토 에코는 닮은 꼴이다. 둘다 이윤기의 번역으로 읽었으니. 그때 내 눈에 띈 책이 이 책이었다. 

한때,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꾼 적이 있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내가 모르는 곳에서의 새로운 삶은 말 그대로의 매혹이었다. 내가 선택하는 새로운 탄생이랄까. 그렇다고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저 떠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트인다는 기분이 들곤 했었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곳은 뉴욕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미드는 <C.S.I> 시리즈와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본 <프리즌 브레이크>가 전부인 내가 뉴요커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나는 아직도 뉴요커가 뭔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대한 상징인지도 모르고 더 솔직히 말해서는 관심도 없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내가 굳이 뉴욕을 선택한 건 아주 단순한 우연이었고, 뉴욕은 뉴욕이 아니라 런던, 파리, 시카고, 헬싱키 어디여도 상관이 없었다. 물론 지금도 상관없고. 그곳이 어디든 나는 떠나지 않을테니까.  

 어쨌든, 떠난다는 상상만으로도 숨길을 틔울수 있을때, 난 뉴욕에 관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산 책은 뉴욕 여행 안내서였고,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 쓴 책들이 그 뒤를 이었다. 그때 산 책이 이 책이다. 사 놓고 3-4년이 넘도록 펼쳐보지도 않았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줌파 라히리와 번역자 박상미는 전혀 달랐다. 문체도 느낌도 분위기도 모든 것이 다. 소설가와 미술가의 차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만큼 달랐다. 이 책의 박상미는 그저 평범한, 압구정동에도 있을 법하고 인사동에도 있을 법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냥 뉴욕에 관한 책이었다. 뉴욕에 사는 한국 사람의 여행기가 아닌 생활기. 줌파 라히리에 대한 기대덕에 약간은 실망스럽기까지 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만을 놓고 보자면, 그럭저럭 괜찮다. 찬양에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뉴욕에 억눌리지도 않고, 외국 문화에 대한 반감도 없이 말 그대로의 생활기로 잘 읽힌다. 한국 도산공원 앞의 이야기와 비슷하달까. 나고 자란 문화가 아닌 전혀 새로운 문화 속으로 뛰어들어 사는 사람의 이질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뉴욕에 잘 동화되어 사는 사람이구나,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든다. 그리고 그 안도감은 "이곳이 아닌 저곳"을 꿈꾸던 나의 숨길을 좀더 크게 열어준다. 그래, 뉴욕가서도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문득 무럭무럭 든달까. 

그런 의미에서 특별한 책이었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관해 쓴 책인데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고 그래서 편안하게 읽힌다.  

밑줄 그은 구절 하나.  

"사람이 어딘가 쏟을 수 있는 열정이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거든. 한 곳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버리면 다른 곳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고 생각해."
(p.197)

 ps. 재미있게도, 이 책에도 김훈이 나온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훈의 소설 <화장>에 대한 감상이. 이 사람도 김훈에 감탄하는 구나, 신기했다. 결국 이쪽 끝과 저쪽 끝은 서로 닿아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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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2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시마님. 떠났다가 돌아오시는 건가요, 아니면 아주 떠나시는 건가요?

아시마 2009-11-23 12:17   좋아요 0 | URL
당근 돌아오죠. ㅎㅎㅎ 한 4년 있다가 와요. 아직 떠나는 것도 좀 남았구요.
아참, 뉴욕으로 가는 건 아녜요. 글 써놓은 게 꼭 나 뉴욕가, 라고 써놓은 것 같아서 사족 달아요. ^^

다락방 2009-11-23 12:41   좋아요 0 | URL
사족 땡큐에요. 뉴욕 가시는 줄로 알았거든요. ㅎㅎ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어느해의 크리스마스 였는지, 닉 혼비의 《어바웃 어 보이》를 읽으며 낄낄거린 생각이 난다. 함께할 사람 없는 크리스마스의 우울을 멋지게 날려준 유쾌한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도 전혀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인 "책에 관한 책" 인데다, 닉 혼비가 썼다니까. 

물론 이 책도, 닉 혼비 답게 유쾌하다. 순간순간 빵빵 터지는 부분도 있고, 꽤 진지한 통찰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고. 작가 매제에 관한 구절이나 <빌리버> 편집진에 대한 구절은 나올때마다 웃겼다. 책에 관한 관점도 비슷한데가 많고, 책에 대한 취향도 닮았다. 

그런데,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원래가 이런류의 취미와 관련된 책은(독서도 취미의 일종이란 전제하에) 취향을 타기 마련이지만, 이번에 새삼 느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책은 취향을 타는 것이구나. 라고.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닉 혼비의 독서는 영미권 문학(그것도 디킨스와 체호프를 제외하면 최신의 현대문학)에 국한되어 있다. 치중도 아닌 국한. 책에 관한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책이 내가 읽은 책이기만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언급되는 작가에 대한 정보나 책에 대한 것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영미권 현대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은 나로서는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사람 같고, 저 책이 이 책 같고, 이 책이 그 책 같아서,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중간중간에 달려있는 옮긴이의 주석을 보면 이 책에서 언급되어 있는 책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한국에서 번역되어 있는 것 같던데, 디킨스와 체호프를 제외하고라면, 내가 읽은 책은 거의 없어서 좌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게 만드는 게 닉 혼비의 저력일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간 내가 한국사람이 쓴 책에 관한 책을 즐겁게 읽었던 건, 내가 알고 있는 작가나 나도 읽었던 책에 관해서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었다. 이건 달리 말하면, 영미권의 현대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무척 재미있고 유쾌하게, 닉 혼비의 농담을 즐기며 읽을 수 있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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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2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아시마님. 저도 이 책을 꽤 즐겁게 읽은건 제가 읽고 아는 작품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었어요. 만약 닉 혼비가 언급한 작품들이 죄다 제가 모르는 것들이었다면 지금 읽었던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을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할 때, 아니, 우울까지는 아니고 기분이 가라앉거나 처질 때 나는 책을 사거나 읽거나, 책장을 정리하거나 한다. 사방벽을 책으로 가득 채운 서재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기분이 많이 나아진다. 서재에서 내가 찾는 것은 안정감이다. 책을 주문하고 책장을 책으로 메우는 건 이미 나에겐 일종의 강박 수준이다.  

정을 주는 것이 두렵다. 무언가, 특히 그것이 생명체일 경우엔 헤어짐보다 정을 붙이고 있는 동안의 책임감이 더욱 두렵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상대가 원하는 만큼의 관심과 애정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은 강박으로 발전해서 관계를 넓히는 자체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만, 생명체와의 관계는 내가 돌보아 줄 수 있을 만큼만으로 한정짓는다. 사회생활을 할땐 정기적으로 휴대폰의 메모리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지우는 게 습관이었다. 결혼과 함께 (적어도 내겐) 축복받은 칩거의 세상으로 들어와서는, 웬만해선 휴대폰에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랄까. 내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가까웠던 누군가가 멀어지는 것만큼이나 싫다. 

헌데...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사람이 떠난 자리를 책으로 메웠다. 이책의 구절처럼 "사물들은 멋대로 떠나버리는 대상보다 더 쉽게, 더 잘 통제할 수 있기 때문"(p.133)인 것만은 아닌 것 같고, 사물은 무정하니까. 관심을 주지 않아도 내 마음이 무겁지 않으니까. 나에게도 특정한 몇몇 사람 말고 관심을 표명할 뭔가가 필요하니까. 더 정확하게는 나는 물건, 책을 "자신의 일부처럼 인식하면서 정체성의 한 요소"(p. 137) 로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실존하는, 실체로서의 타인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싫고, 누가 나의 상처받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싫다. 타인을 위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그 사람의 상처받은 마음이 전해져와서 아프고 무겁다. 감당할수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타인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다. 그 사람도 아프고 무거울테니까. 그래서 그냥 책이나 읽고 있는거다. 이건 분명 약간의 자폐 성향인거고, 이 책의 말대로 "독서는 그 자체가 이미 자폐적인 행위" (p.155)다.  

나의 독서 목록은 다양하다. 물론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소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나의 독서는 온갖 잡다구리한 곳으로 뻗어나간다. 김훈 식으로 말을 하자면, 계통을 찾을 수 없는 독서다. 이걸 김형경은  

"내가 책의 종류와 유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은 내 무의식 속 빈 공간이 그토록 크고 깊었다는 의미"(p.228) 

라고 풀이한다. 그런걸까. 

김형경의 글은 읽다보면 아프다. 맘이 아프다 슬프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몸이 아프다. 솔직하게 말해서 김형경의 글을, 특히 소설을,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소설가 김형경이 그다지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데도 역시나 김형경의 글을 읽고 있는 것은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인데 어쨌든 새 책이 나올때마다 꼬박꼬박 사서 읽고 책장에 모셔둔다. 가끔은 김형경이 생각나기도 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읽다보면 이 사람도 참 많이 아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팠구나, 말 할 곳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구나,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아프구나, 많이. 

하는 생각.  

김형경의 글은, 내가 알고 싶지 않은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내 속을 들여다보게 만들면 그건 감사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들여다보고 나서도 느낀다. 아... 나 이거 알고 싶지 않았는데, 라고. 이 책을 읽고서도 그랬다. 나, 내가 책에 집착하고 있다는 거 알지만, 왜 집착하는지 알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라고. 난 왜이렇게 책이 좋지? 라는 건 그냥 그 의문의 수준에 만족하면 되는 거였는데, 그 뚜껑을 왜 열어버리냐고, 막 투덜거리고 싶어진다.  하나도 감사하지 않아.

그리고 나는 살포시, 그 뚜껑을 다시 닫는다. 알겠어 알겠어. 나에게 애도가 필요한 거 알았어. 하지만 나는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나는 다시 살포시 뚜껑을 덮어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또 김형경에게 변명을 한다. "독서는 훌륭한 애도 행위"(p.229) 라며. 나 애도 하고 있어. 그것도 매일 매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나는 내 마음의 한자락을 보여줬다. 말하기 표현하기, 이런게 정신건강에 무척 중요하단다. 그리고 또 한번, 독서는 훌륭한 애도 행위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읽어라, 그것이 무엇이든.  

마음속에 심연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나의 상처를 과장하고 싶지 않다. 나는 대한민국을 살아온 사람 평균치 만큼의 빈 공간을 가지고 있는 아주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표현 방식이 어떻건 누구에게나 이만큼의 빈공간은 있을 거다. 그 빈 공간때문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김형경의 글은 아프지만 따뜻한 위로가 된다.  

글을 잘 쓰건 못 쓰건, 내 속의 심연을 들여다본 것이 감사하건 아니건, 

때때로 나는, 김형경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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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고양이 2009-11-23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아시마 2009-11-24 01:47   좋아요 0 | URL
제가 감히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었다니 기쁩니다. ;)
 

이건 아무래도, 내가 그동안 알라딘에 너무 많은 돈을 갖다줬다는 반증같다. 

마이리뷰 세편 썼는데, 세편 모두 다음 블로거 특종에 당선되어서 5,000원씩 모두 15,000원을 받았다. 이건 뭐냐... -_-;;; 리뷰 쓰는 사람 모두한테 돈을 뿌리는 건 아닐테고, 아무래도 일종의 특별고객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느껴진단 말이지.  

주니 고맙게 쓰긴 하겠습니다만, 

은근 기분이 나쁜;;;;;;;;;;;;;;; 

헉, 이 포스팅했다고 앞으로 돈 안주면 안되고, 줄거면 2만원씩 달란 말이지.  

아하하... 

이번엔 창피해서 블로그 메타사이트에도,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글 보내기 안할란다.  

 

ps. 오늘도 알라딘서 5천원 받고 알라딘에 5만원 갖다줬다. 아하하하하하 이건 항상 밑지는 장사야. 앞으론 알라딘에서 버는 돈만가지고 책을 산다는 말도 안되는 원칙이라도 세워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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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09-12-0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저두 저번에 깜놀했자나여.
책을 5만원어치 구매했는데 결재금액 25,000원만 결재하고서 구매할수 있다는거에요.
좋기도 한데...어안이 벙벙해서...그때 어찌해서 마일리지가 거의 그정도가 생겼는지.
여튼 좋기도 한데.님말대로.
받는것보다 나가는게 더 많아서..저두 구매 나름대로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ㅋㅋ
여기오면 제구매목록은 명함도 못 내밀겠는데요..ㅋㅋ
그럼 점심때가 다 되어가네요 점심맛나게 드세요
전 점심먹으로 고고씽합니다.ㅎㅎ

아시마 2009-12-08 14:09   좋아요 0 | URL
헤헤... 전 이런 의심을 할 만해요. -_-;;; 돈을 좀 갖다 줬어야 말이죠. 냐하하하... 점심 맛나게 드세요. 전 점심 먹고 아기들 목욕시키기 전에 잠시 짬내어 들어왔답니다.
 

앤 패디먼의 책에 관한 위대한 책《서재 결혼 시키기》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책에 대한 책은 안 사고는 못 배기는 성미다"(p.191)  

나도 비슷하다. 나도 누군가의 독서록(그게 문인의 것이면 특히 좋다. 왜냐면 글쓰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의 리뷰는 리뷰 그 자체로 한편의 작품이 되니까.)이나 서재에 관한 책은 열광하며 본다. 사실 꼭 어떤 책의 리뷰들을 모아놓은 책보다는 책 그 자체에 대한 책을 좋아한다. 자신의 서재에 얽힌 이야기라든지, 원하는 책 한권을 얻기 위한 분투기라든지.  

지금 내 서재(아, 이 "내 서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까지, 나는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9살 겨울, 결혼과 동시에 나에게는 서재가 생겼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남편을 무지하게 사랑한다. 서재로 만들 빈방이 있는 큰 집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신랑.)엔 대충 10권 남짓한 책에 관한 책들이 있는데, 

어제, 한권 더 샀다. 닉 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헌데, 이 책의 제목은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인 것일까 그냥 <런던 스타일 책읽기> 인 것일까. 책등을 기준으로 하자면 그냥 <런던 스타일 책읽기>가 맞는 것 같긴 하다.)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다 한 다음 책을 집어 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p.11-12) 

흠. 나는 (닉 혼비의 견해에 따르자면) 그 극히 드문 부류중의 하나다. 올 한해 내가 몇권의 책을 읽는지(사람들이 가끔 1년 독서 목표 몇권 이런 걸 세우길래.) 체크해 보고 싶어 작년 연말에 받은 알라딘 탁상 달력에 매일매일 읽은 책을 기록했다. 나의 30년 독서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걸 우선 밝혀두고. 

1월 - 18권 
2월 - 7권 
3월 - 7권
4월 _ 7권
5월 _ 11권
6월 - 11권
7월 - 7권 
8월 - 22권
9월 - 24권
10월 - 32권 

1월에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건 작년 12월 중순에 둘째놈을 낳아 1월 중순까지 몸조리를 했던 덕분이고, 그 뒤엔 갑자기 애 둘을 보느라 정신없어져서 줄었다가 4월 말,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가면서 독서량이 또 늘었다. 7월엔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와 2주간 한국에 있었다. 8월에 비약적으로 독서량이 늘어난 건, 8월 중순경 컴퓨터가 고장나 2주간 A/S 센터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니까 내 독서를 방해하는 주범은 육아도 살림도 TV도 아닌 남편과 인터넷 웹서핑 되시겠다.  

8월 말에 노트북을 찾아와서도 계속 독서량을 유지해 10월엔 무려 하루 한권이상의 책을 읽어치운건, 책읽는 습관을 찾은 덕이기도 하고 후반부에 퇴마록을 읽어 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 비슷하게 애 키우는 엄마들이 묻는다. 도대체 책 읽을 시간이 어떻게 나느냐고. 37개월 11개월의 아이 둘을 주변 도움 없이, 남편도 없이 혼자 키우면서. 

글쎄. 시간이 어떻게 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는데 걍 읽는다. 남편이 없으니까 저녁시간이 한가하고, 우리 애 둘 잠자리 습관하나는 기가 막히게 들여놔서 두놈다 저녁 8시 이전에 잠들어 버리니까, 8시부터 새벽 1-2시까지는 온전히 내 시간이다. 그야말로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저녁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다 한 다음' 책을 읽는 거다. 물론 책만 읽지는 않는다. 

선덕여왕도 보고, 조금 있다가는 개그 콘서트도 볼거고. 웹서핑도 하고, 글도 쓰고, 재봉틀 돌려 애들 옷도 만든다. 결혼하면서 만든 십자수 쿠션이 낡아서 새로 만들려고 십자수도 놓는다. 십자수는 항상 TV 볼때 하고, 책 읽다 지루하면 옷 만들고, 옷 만들다 지루하면 웹 서핑 한다. 옷 만드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가을 겨울 애들 내복을 무려 여덟벌 만들었다. 올 가을 겨울은 내복이나 실내복은 더 안사도 된다. 지난 여름에도 애들 옷 한벌도 안사주고 둘째놈은 큰놈거 물려입히고, 큰놈은 재봉틀 돌려 원피스 몇벌 만들어 입혔다. 나 이렇게 알뜰한 엄마다. 그러니까 한달에 몇십만원쯤, 책사는데 써도 된다!!!!!!!!!!!!!!!!!!!!!!고 누가 울 남편한테 말좀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저녁 시간에 책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고 낮에도 책 종종 본다. 작은 놈 업어 재울때, 젖 먹일때, 카레나 이유식을 만들거나 해서 불 앞에 서서 냄비를 휘젓거나 할때, 한손에 책 들고서 본다. 뭐, 많은 양을 읽을 수는 없고, 기껏해야 3-4장 넘기는 정돈데, 이게 모이면 크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이것도 일종의 독서 강박증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닉 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는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그 존재를 알아낸 책인데(그러므로 다락방님의 서재는 나에겐 지뢰밭이다. 정확히는 남편에게. 장바구니를 순식간에 채우게 만드는 곳이므로.) 거기서 또하나 발견한 재미있는 건, 가름끈에 관한 거였다. 

가름끈이 없다고 투덜거리다니.  

이건 습관에 관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긴 한데, 난 가름끈을 쓰지 않는다. 책 날개도 쓰지 않는다. 물론 책갈피도 쓰지 않고 책 귀퉁이를 접어두지도 않고, 읽던 페이지를 펼쳐 엎어두지도 않는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서너장(예닐곱페이지)를 읽다 독서를 중단할 때도 그렇고, 한참 읽다 중단해야 할때도 그렇고, 난 그냥 책을 탁 덮어둔다. 그리고 다음번 읽을때 펼쳐서 대충 이즈음이겠지 하면, 내가 읽다 그만둔 부분을 쉽게 찾을수 있어서 거기서부터 또 읽는다.  

그래서 난 가름끈이 있는 책이 무척 싫다. 한때는 가름끈이 붙어있는 부분에 바짝 붙여 쪽가위로 똑 잘라내서 버리기도 했는데, 너덜너덜해 보이는게 싫어서 그것도 그만뒀다. 매번 자르기도 귀찮고, 일단 붙어있는 걸 자르는 건 책을 훼손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이 가름끈이라는 게 책 밖으로 나와있으면 책을 꽂아놨을때 지저분해 보이기도 해서 반쯤 접어 책 사이에 끼워놓는데, 책을 읽는 중간에 가름끈이 있는 페이지가 나오면 거슬려서도 싫고(안그러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이상하게 이런 끈종류가 꼬여 있는 걸 못봐주는 성미이기도 해서 판판하게 펴서 꼬이거나 접힌 부분이 없이 펼쳐서 책사이에 끼워두려고 하니 그마저도 일거리의 하나가 되어버려서, 내 독서의 방해물 중의 하나다.  

헌데 요즘 하드커버본은 가름끈이 없는 책이 거의 없다. ㅠ.ㅠ  

무겁니 비싸니해도 어쨌든 책은 양장본이 좋은데, 나는.  

아, 물론 책날개나 띠지를 책갈피 대용으로 쓰는 것도 별로. 애초 나야 책갈피라는 것 자체를 쓰지 않는 인간이긴 하니 그렇다쳐도, 책날개를 책갈피 대용으로 쓰면, 날개가 구겨진다. 약간 둥글게 휜다고 해야하나.  

딱히 책을 곱게 본다거나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이런것들은 거슬린단 말이지. 가름끈이 끼워진 채 오래 덮어두면 그주변 몇페이지에 가름끈 자국이 남는다든가 하는 거.  

아. 잡설은 그만두고 개콘보러 가야겠다.  

다락방님 포스팅보고 생각나 주절주절 써봤다. 쓰는 도중에 제목을 몇번 바꿨는지 모르겠다. 

 

아, 창 닫았다가 한가지 추가. 책갈피를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난 내가 읽은 책에서 어떤 구절을 찾아내야 할 때 그걸 무척 쉽게 찾는 편이다. 페이지까지 외우는 건 아니라도 어디쯤에 있겠구나, 어느 장면뒤에 그런 문장이 있었다, 뭐 이런식으로 기억이 난다. 이건 나름 자랑질이고. 어제 잠깐 본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기억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데, 난 언어화된 것에 대한 기억력은 남들보다 조금 나은 편인 것 같다. 문제는 언어화되지 않은 기억력은 남들의 반의 반도 안된다는 게 문제겠지만. 예를 들어 길 찾기 라든지, 음악을 외운다라든지. 그런거 있지 않나. 어떤 멜로디를 듣고, 아 이건 비발디다 바하다 또는 시크릿 가든이다 앙드레 가뇽이다 등등등. 이런거, 난 절대 안된다. 가사가 없는 음악은 매번들어도 매번 그 제목과 매치 시키지 못한다. 븅.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전혀 즐기지 못하는 건, 내가 들은 음악을 그 다음에 찾아 들을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거.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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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그러니까 책갈피에 대해서는 저랑 완전히 상반되는 입장이신 거군요. 저는 책날개를 쓰는게 가장 좋은데, 그러니까 책 날개가 말씀하신 것처럼 구겨지고 낡아도 저는 또 그게 그대로 참 좋더라구요. 찾고 싶은 문장은 저도 아시마님처럼 밑줄 긋지 않아도 찾을 수 있긴 한데, 또 그게 책에 밑줄이 있어도 또 좋고 말이죠. 저는 새 책 처럼 보이는 것 보다는 헌 책 처럼 보이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책장을 접는건 안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접기도 해버리자, 싶어서 어제부터는 책을 읽다가 접기도 했어요. 하하하핫.

저도 길찾기는 정말 안되요. 전 이쪽으로는 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요. 처음 가는 빌딩에서 화장실을 찾아 간다면 나올 곳을 찾지 못해 버벅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그리고 책 읽기 말인데요, 아시마님. 혹시 속독이 가능하신건 아닌가요?

아시마 2009-11-16 09:48   좋아요 0 | URL
하하하 속독까진 아니구요. 글 읽는 것도 하도 하다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빨리 읽는 정도예요. 눈에 띄게 빨리도 아니고 그냥 약간 빨리, 정도요. 그대신 다른 일들을 안해요. 일주일에 두번 청소하는 아줌마가 와서 하는 거 말고는 청소도 거의 안하구요. 애들이 노는 공간만 손걸레질 하는 정도.
창피해서 다락방님한테만 살짝 말해주는데요, 아줌마 오기 전날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은 설거지도 그냥 쌓아놔요. 다음날 오셔서 닦아주시거든요. 아하하,,,,,,,,, 걍 애들 밥해먹이고, 애들하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는 거 말고는 다른 살림을 안하고 놀맨놀맨 책만봐요. 그럼 저렇게 읽어져요. 아하하.

아, 길 찾는 거요. 저도 하도 안되어서 도대체 왜 이럴까 하고 주변에 물어봤는데요, 동서남북을 인지하는 센서가 기본적으로 내장된 사람들이 길을 잘 찾는 다고 하구요. 거리를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길찾기를 잘한대요.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이동했는지는지, 여기서 저기까지가 몇백미턴지 이런거 바로 파악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전 뭐, 걍 포기했어요. 아하하... 우린 길찾는거 말고 다른 일을 잘 하잖아요!

blanca 2009-12-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글이네요. 저는 애 하나지만 우야든동 아홉시에는 재워 버리고 살림 작파하고 독서 들어갑니다. 그 시간에 남편오면 막 짜증내잖아요 ㅋㅋㅋ 그런데 옷까지 만드신다니 대단하십니다.

아시마 2009-12-07 23: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희 집안 꼴보면 기절하실 걸요. 오죽하면 남편이 아줌마 쓰는 비용만은 두말없이 대줄까요. 원래도 청소를 못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고, 어질러진 꼴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 무딘 성격이라, 난장판 한가운데 앉아서 걍 내가 하고 싶은거 해요. 치워봐야 내일 또 어질러질거 뭐. 이러면서. ^^;;;

덕수맘 2009-12-0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저두 님처럼 울아들 재워놓고서 맘편히 책을 읽고싶은데 울아들12시에 자버릇해서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버릇들인 재탓인걸..어떡해든 재우고 싶은데 버릇이 무섭다고 그시간되야 잠이드니..아웅..남 원망할게 아니라 오늘부터 아들 일찍 재우기에 돌입해서 책읽는 재미를 더 느껴야겠네요..ㅋㅋ전 나름대로 21권 올해 읽은것두 식구들한테 막자랑하고 단녔는데..ㅋㅋ여기에는 말도 못 붙이겠는데요.여튼 글을 너무 잼나게 쓰셔서 읽다가 시간 가는줄 모르겠네요..이젠또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네요..열심히 일을 열심히 해봐야 겠네요.

아시마 2009-12-08 15:00   좋아요 0 | URL
제가 애 둘 키우면서 남들한테 자랑할만한 거라고는 잠자리 습관 딱 하나랍지요. ^^ 잠잘때만 효녀예요.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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