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친애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1
백수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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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엄마-할머니, 여성 삼대의 이야기다. 짧은 소설인데 셋이서 얽힌 관계의 서사가 매우 탄탄하다.

할머니 손에 자란 딸은, 대학교수 엄마를 극복하기 힘들어한다. 사회적으로 잘난 것 뿐만 아니라, 보통 엄마같은 살가움이 자기 엄마인 할머니에게도 없고 딸인 자신에게도 없다. 할머니는 딸에게 투영하고 싶은 자신이 있었으며, 엄마는 엄마대로 할머니를 힘들어하고 있었던 점이 있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일년 반쯤 함께 살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몸에 생긴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제목이 <친애하고 친애하는>인 것을 보면, 할머니와 엄마에 대한 친애함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싫어도 좋아도 엄마, 아빠, 나아가 조부모와의 관계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마주쳐 평생을 영향받고 살게되는 필연적인 관계이다. 개인 각각이 독특하고 개별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어 그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이다. 나는 나의 소설을 어떻게 써나가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딸도 나를 극복하느라 힘들겠지...하며.

"예전에 돼지비계로 부쳤는데, 세상 편해진거 봐라." 할머니는 식용유를 팬에 한 번 더 두르며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도 "봐라, 인아야. 세상엔 다른 것보다 더 쉽게 부서지는 것도 있어. 하지만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녹두처럼 끈기가 없어서 잘 부서지는 걸 다룰 땐 이렇게, 이렇게 귀중한 것을 만지듯이 다독거리며 부쳐주기만 하면 돼."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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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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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준씨가 전자책으로 낸 <제주에서 한달 살기>를 재밌게 읽었으면서도, 책 제목 딱 보고 이걸 읽어말어 살짝 망설였음을 솔직히 밝힌다. 왜냐하면 ˝너무 부러운데...˝ 심리였다. 사실 재벌 부모님의 유산이 있지 않는 한 누구도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는 ‘돈‘에 자유로울 수 없는 걸 알면서도, 그저 마냥 부러웠다. 아직 다행히 남편이랑 꽤 죽이 잘 맞는 편인 나도 ‘놀면 잘 놀 수 있다‘는 막연한 부러움이 섞인 질투심ㅋ

그래도 의리가 있지, 함 읽어보자, 한줄평이라도 쓸라면하며 읽기 시작했다. 남녀가 사귀기 시작할때의 연애 심리, 소소한 생활의 이야기, 때론 어려움, 실수담들을 읽기 시작과 동시에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버려, 빨리 끝을 보고 싶어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울 회사 사람들, 이 줄은 안본 척 해주시라) 다행히 금방 토요일이 되어 후딱 다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쓰는 문장이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건, 카피라이터로 다져진 습관인 듯 하다. 보통 페북 글도 충분히 그런데, 책에 쓴 글은 더욱 그렇다. 자신의 허당끼를 나열하면서도 문장의 재미에 빠지게 한다. 또 하나 깨닫게 된 점은, 우리 부부도 자의던 타의던 금방 ‘둘 다 놀게‘ 될 것이며 그랬을 때 성준씨네 부부만큼 엉뚱발랄하게 잘 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각자의 삶에서 잘 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젤로 행복한 거다. 사는거 뭐 있나... 싫은 사람 안만나고, 큰 곤혹을 치르지 않고, 슬렁슬렁 맛있는 거 먹어가며 살 수 있으면 되는거지^^ 성준씨네 부부가 계속 ˝잘 놀 수˝ 있기를(play) 바라며, 나도 그들의 노하우를 엿보았다가 언젠간 그렇게 살아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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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준 2020-11-11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워 안 읽으려다 더시 읽은 분 리뷰 치고는 너무 호의적이십니다. 고맙습니다. 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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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 책의 한 줄 요약이다.
요약하면 그야말로 건조한 한마디인데, 펼쳐보면 한 숨에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저자인 김완을 알게 된건 <페이퍼 2019. 겨울호>였다. 누군가는 꼭 해야하지만, 그 누군가가 되기는 힘든 역할... 이 책은 고독사, 자살 이후의 뒷정리를 하는 역할을 ‘직업‘으로 삼게된 사람이 경험하고 느끼게 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모든 개인의 죽음은 개별성을 지니지만, 마지막을 누가 지켜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삶이 떠난 육체는 그 즉시 묻혀지거나 소각되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제도권 내에 있다면, 병원이라는 시스템 내부에서 이루어지다면, 그야말로 평범한 마무리... 그 외의 장소와 시간에서 죽음을 마주치는 것은 그 누구에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시를 전공한 저자의 글은 너무나 담담해서 오히려 슬픔이 극대화된다. 삶보다 죽음이 훨씬 어렵다. 타인의 죽음을 보는 것은 더 어렵다. 그렇지만 한번쯤 보고 느껴볼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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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0-11-13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조금 전 다 읽고, 막상 리뷰를 쓰려니 느끼는 그 감정 그대로 보물선 님께서 이야기해주시네요. ˝펼쳐보면 한 숨에 감당하기 힘든, 그런데 요약하면 건조한 한마디˝
 
복자에게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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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의 소설과 산문이, 곁에 와서 연달아 읽었다. 그녀의 첫 작품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소설집의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으니, 알게 된지 벌써 6년.

김작가의 소설엔 이렇다 할 대단한 스토리가 있진 않다. 참으로 소소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삶은 그저 평범하다. <복자에게>는 어릴적 제주 고고리섬-가파도 정도의 작은 섬-에서 만났던 옛친구 복자랑, 나이들어 판사와 원고의 위치에서 재회하게 되는 내용이다. 한 문장으로 해놓으니 조금 거창해 보이는데, 소설로 읽으면 그렇지 않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게 다시 얽히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는 것이다.

주변인물들을 통해서 다른 라인의 이야기를 섞어 놓는 것도 그녀 글의 특징이다. 90년도 투쟁시기에 일어난 고모 이야기, 주인공을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오세, 경제적으로 능력없었던 가족, 해녀였던 복자네 할망이야기, 이선 이모 이야기... 이 또한 자연스러운 삶의 이야기들이다.

그녀는 이제 문단에서 상도 많이 타는 중심(!) 작가이다. 산문집을 보면 마흔 근처인 듯 한데, 그녀에게 또 다른 인생의 굴곡이 생길때마다 어떤 이야기로 깊어질지 기대가 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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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02 00: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물선님 오랜만이예요.
잘 지내셨나요.
새 글 보고 인사 드립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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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집이다. 서너페이지만에 스토리가 완성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짧은 글도 이기호가 쓰니 이렇게 완성도가 좋구나 하며 한 편 한 편 웃어가며 금방 후루룩 읽었다.
짧은 글에 익숙해진 우리시대 사람들에게 딱 알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금방 하나의 스토리를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기호 작가가 장편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짧은 글은 누구든 쓸 수 있지만, 장편은 아무나 못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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