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라는 첫 편부터 심장을 탁 치는 글이다. 감기가 걸려 몸상태가 메롱인데도 다음 편을 계속 읽고 싶게 하는 글이다. 나이든 남자가 산에 가고 친구가 죽고 하는 이야기가 뭐가 좋겠나... 그러나 이 분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수준급이다. 문장이 유려한데 멋부리지 않고 마무리가 된다. 나의 ‘노년‘을 생각해보게 해서 슬플 것 같은데 하나도 안슬프다. 역시 글쟁이는 다르다. 산문집은 이런 글이여야 한다. * 처음엔 ‘중급불유월‘로 읽어서 검색이 안되었다. 내가 이제 이 정도 한자도 제대로 못읽나 슬퍼지려 하다가 구글 검색에 ‘급불유월‘이 잡혔다. 앞글자가 ‘수‘였다. 제주 ‘돌문화공원‘에 새겨진 글귀랜다. 휴~ -----------노경에 접어들면서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꿈꾸게 되었다. 노경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이 적지 않은데, 그중 제일 큰 것이 포기하는 즐거움이다. 이전 것들에 너무 아등바등 매달리지 않고 흔쾌히 포기해버리는 것. 포기하는 대신 얻는 것은 자유다. 얼굴은 주름 잡혔지만 심장만은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 그러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것이다.나는 그동안 등한히 하거나 무시했던 나무와 꽃에게, 달과 강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서정시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그리고 싸우는 동안 증오의 정서가 필요했고, 증오가 가득한 가슴으로 ‘사랑‘이란 말만 들어도 속이 느끼했는데, 이제 나는 그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대해서도 그것을 노래한 사랑의 시에 대해서도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한다. - 본문중에서#소설가는늙지않는다#현기영#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