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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1 기사(503호)입니다.

문화포커스- “우린 서평으로 먹고산다”

책 골라주는 책벌레들의 맹활약… 문학 · 영화평론가의 전성기 넘어 출판평론가의 시대로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먹고는 살 수 있겠냐”

허구헌날 방 안에서 책만 읽는 아들을 향해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렇게 묻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만이 삶의 즐거움이던 아들 역시 대학 시절까지 자신이 도대체 뭘 해서 먹고살 수 있을지 몰랐다. 단지 좋아서 책을 읽고, 책을 곱씹어 글을 썼다.

 

책, 책, 책… 책 이야기만 한다

그, 표정훈(36)은 이제 ‘표정훈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책벌레’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정평이 난 출판평론가다. 당연히 그를 찾는 곳이 많아 지난해 내내 1달 평균 12~13편의 서평을 쓰고, 일주일에 6개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책 이야기를 했으며, 독서를 주제로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중국 철학과 사상에 관심이 많아 그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쓰거나 번역했고, 그에게 출판기획과 관련된 조언을 구하는 출판사들도 많다. 그리고 그의 아파트에는 7천여권의 책이 함께 살고 있다. “편집증적으로 책에 대해 계획을 세워놓고 읽은 책에 대해 기록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지금도 해외 사이트까지 헤매다니며 우리나라에서 번역했으면 좋겠다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둔다. 읽는 것도 좋지만 원하는 책을 만나기만 해도 냄새를 맡아보고 행복해할 만큼 책 자체가 너무 좋다.”

그처럼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 출판칼럼니스트 같은 직함을 가지고 책을 소개하며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는 전문 ‘책벌레’들이 이제 방에서 나와 세상 밖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권우, 최성일, 한기호, 임지호, 강유원, 한미화, 김지원, 박천홍이 쓰는 책 이야기나 출판계 소식은 이제 왠만큼 책을 좋아하는 열혈 독자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70년대가 문학평론가의 한 시대였고, 90년대가 영화평론가의 무대였다면 2000년대는 출판평론가들의 시대가 되고 있다.

돌아보면 불문학자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나 소설가 장정일의 〈장정일의 책읽기〉처럼 책읽기를 주제로 한 시대를 매혹시켰던 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현이나 장정일이 문학을 연구하고 소설을 쓰면서 ‘부업’으로 서평을 썼던 데 비해 최근 등장한 출판평론가, 도서평론가들은 서평으로 먹고사는 프로 독서가들이다. 이들은 이전의 문학평론가나 소설가들에 비해 훨씬 대중을 염두에 두소 쓴 다양한 서평을 내놓고 있다.

표정훈씨는 “오랫동안 언론매체에 글을 쓰려면 교수나 사회적 명사여야 한다는 ‘장벽’이 높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대중들이 대중문화에 열광하게 되면서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영화평론을 중심으로 한 문화비평이 엄청나게 늘었고, 출판계에서도 문학의 지위가 하락하고, 정통 학술서가 아닌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같은 대중적 교양서들이 주목을 받았다. 예전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쓴 서평에 대해 ‘뭐야, 학위도 없고 전공도 안 했으면서’라는 비판이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지금 출판평론가들의 역할은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고급 정보를 골라주는 것이다.

독서평론가들은 지금 당신이 이것을 읽으면 이런 점에서 재미있고, 이런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고 쓸모도 있다는 식으로 독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대화를 한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학자들처럼 깊은 것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만 집중해 어렵게 쓰지 않고, 친절한 글로 다양한 책과 독자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점이 호소력을 얻고 있다”고 최근의 흐름을 설명한다. 이들 평론가들의 ‘대부’격인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열린 감성과 직관을 중요시하는 매트릭스 사회에서는 전통 사회에서 중시하던 문·사·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책읽기가 중요하다. 대중사회는 요약을 원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증도 크다. 수많은 컨텐츠를 자유롭게 바라보고 연결하고 요약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독서·출판 평론가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스타평론가 배출

2000~2001년 무렵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들 독서평론가들은 대부분 서적광, 서적애호가라는 뜻의 ‘비블리오파일(bibliophile)’들이다. 표정훈씨는 수많은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중국어, 일본어 실력을 가지게 돼 번역가로 활동하다 “2000년 9월 일간지에 서평을 쓰기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청탁이 몰려들어 졸지에 평론가가 됐고” 이권우, 최성일씨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저널〉을 통해 출판계로 들어온 뒤 전문적으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와 〈이크와 각주의 책읽기〉 등을 낸 이권우씨는 “책 읽고 쓰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책이라는 이름의 성채에 머물 때면 어머니의 자궁에 들어가 있는 듯 편안했다. 사람들이 집에 책을 몇권 가지고 있냐고 묻는데 그런 거 세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어쨌든 가지고 있는 책의 10%만 읽어도 박사될 정도”라고 말한다. 문화일보에 ‘사서 읽은 책’ 코너를 연재하고 있는 강유원은 한 회사의 웹마스터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밤에는 공부하고 강의하는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80권의 책을 도발적으로 평한 서평집 〈책〉을 내놓기도 했으며 “책은 직접 내 돈 주고 사서 읽고, 냉철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독특한 서평을 쓰고 있다.

이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책을 이야기하는 무대가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0년대에 들어서 〈TV 책을 말하다〉 〈즐거운 문화읽기〉 〈라디오 책세상〉 같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앞다투어 독서 프로그램 또는 책 관련 코너를 만들었고, 일간지마다 거의 잡지에 가까운 정도로 방대한 북섹션들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잡지, 웹진들까지 책 관련 코너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은 많지 않은 평론가들이 한 사람당 일주일에 열 개가 넘는 서평을 쓰거나 방송을 맡다가 과로로 몸져 눕는 사태가 잇따르기도 했다.

인터넷 역시 이들이 활동하는 주요한 공간이다. 표정훈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궁리의 사이트(www.kungree.com)에는 역사, 철학과 관련된 책 정보들과 책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창립 멤버로 편집장과 웹마스터로 활동한 뒤 프로메테우스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하는 도서평론가 임지호씨 역시 개인 홈페이지 리드 오어 다이(www.readordie.net)를 통해 꼼꼼하게 새로 나온 책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평을 올리고 있다. 강유원씨의 홈페이지(armanius.net/ex_libris)에서는 주로 학술, 인문서에 대한 실랄한 평들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은 또한 보통 사람들을 ‘아마추어’ 평론가로 만들고 또 그 중에서 스타 독서평론가를 발굴해낸다. 웬만한 인터넷 서점마다 일반 독자들의 서평을 보여주는 북로그, 나의 서재, 서재의 달인, 리스트의 달인, 리뷰의 달인 같은 코너를 선보이고 있다. 소수가 책에 대해 훈계조로 이야기하던 시대는 가고, 만인이 만인을 상대로 책에 대해 평가하는 시대다. 그 가운데 ‘조금 내공이 있어 보이네’ 하는 평을 받으면 각광받는 온라인 평론가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가영아빠’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그림책 읽어주는 남자’로 유명해진 류증희(33)씨는 “학사 장교 시절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동안 그림책 읽는 재미를 뒤늦게 깨닫게 되면서” 진솔하고 핵심을 짚은 어린이책 평을 올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글은 〈하하 아빠 호호 엄마의 즐거운 책고르기〉라는 책의 일부로 묶여 나왔고, 지금은 ‘가영이랑 은수랑’(kidbook.co.to)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자료와 서평을 담고 있다.

사상최악의 출판시장 불황 속에서…

류증희씨의 전문 분야가 어린이책이라면 다른 출판·도서 평론가들 역시 ‘전문 분야’가 있다. 박천홍씨는 역사, 이권우씨는 문학과 인문, 표정훈씨는 철학과 사상, 한기호씨는 베스트셀러와 실용서, 변화와 트랜드, 한미화씨는 어린이책, 여성을 독자로 하는 실용서적, 문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평을 쓴다. 정재승씨는 과학전문 서평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출판평론가들은 책을 평론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출판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고, 출판사의 기획위원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책의 생산자가 되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는, 오랜 세월 책벌레로 다져온 이들의 책에 대한 감각을 원하는 출판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권우씨는 사계절 청소년 시리즈와 단행본 기획자이며, 표정훈씨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와 궁리의 출판기획자도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한권 한권의 책에 대한 평을 넘어 책이 만들어지는 세계인 출판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하고, 출판계의 현실과 흐름, 제도와 현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난 3월26일 오후 서울 신촌의 출판마케팅연구소 사무실에서 한기호 소장과 도서·출판 평론가 이권우, 한미화, 이면희씨, 번역가 강주헌씨 등이 모여 출판계와 어린이책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금요일마다 모여 요즘 무슨 책을 읽었는지, 출판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애들 책은 왜 꼭 하드커버여야 하는 거야? 오히려 너무 무겁고, 다칠 수도 있잖아?” “다들 유명 그림작가들에게만 몰려가니 어린이책 그림 하나 그리는 데 2년씩 기다려야 하고 비용도 외국의 유명 작가에게 맡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 이제 새롭고 신선한 작가들을 발굴해야 하는 것 아니야?” “애들에게 강제로 책 500권을 읽게한 뒤 4지선다형 시험을 봐서 등급을 매기는 독서능력검증시험이란 게 생긴대. 그것도 일부 교사들이 나서서 한다는데, 도대체 이런 무책임한 독서교육이 어딨어?” “어린이책이 엄청 호황이라고 했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호황을 맞고 나서 그것을 이어나갈 힘이 없는 것 같아.”

영화평론가들이 뜨던 90년대 초는 바야흐로, 문학의 시대가 가고 영화의 시대가 오던 때였다. 그러면 출판평론가들이 뜨는 2000년대에 책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올 상반기만 본다면 그런 기대와는 반대로 출판시장은 정말 심각한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으며 얼어붙고 있다. 경제가 어렵자 사람들이 책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고 있으며, 대학시절 사회과학 서적으로 단련된 30~40대와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정말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이다. 실용서는 많이 팔리지만 불황에도 끄떡없다던 어린이책도 출판사들마다 자회사를 세우고 뛰어들어 경쟁을 하다보니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빛깔있는 책들이 보여주는 희망

그러나 한편에선 책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개성 있고 신선한 책들이 고루 나오고 있다는 데에 희망이 있다. 전통적으로 창비, 문지, 민음사, 한길사, 사계절 같은 몇몇 주요 출판사들이 주도해가던 출판시장에서 중소 규모 출판사들이 전문성을 강화해 좋은 책을 내놓고 있다. 이권우씨는 “2~3년 사이에 좋은 책이 많이 나왔다. 규모가 큰 출판사는 기본을 하고 작은 출판사들이 색깔 있는 책을 많이 냈다. 주제도 좋고 접근 방법도 새롭다. 푸른역사가 내놓은 역사책들, 그린비의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같은 새로운 인문서들, 동아시아, 지호, 승산, 한승, 이끌리오의 과학책들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몇년 동안 ‘386이 주독자’라는 말이 나올 때 참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들의 취향만을 고려하고 새로운 독자층을 개발하거나 20대를 끌어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말았다. 이 점을 극복하면 출판시장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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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4-0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대단히 부러분 직업이기도 하지만...내공이 딸리면 그저 아마추어로 만족하는게 좋을듯....^^;; 권력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더이상 공고히 성을 구축하지 못하더니...영화도 아마추어들의 넘치는 리뷰에 더욱 풍요로와졌구....책도 다시 르네상스를 맞게 되는걸까요? ^^

프레이야 2004-04-08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리뷰어들 중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계신 분들(스스로 알고 계시죠?) 슬슬 나서보심이 어떨지요! 물론 전 한참 멀었구요. 아무튼 우리 도서출판업계에 청신호로 보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되지 말아야할 듯... 이 기사 퍼갑니다~

아영엄마 2004-07-2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마음에 두었던 기사 내용인데 그 때 퍼가질 않았네요.. 이제서라도 퍼가서 넣어두렵니다. 님도 서평을 참 잘 쓰시는 분이신 거 아시죠? 이 동네엔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개인적으로 좀 슬픕니다..ㅠㅠ 제가 리뷰 당선 축하인사를 드렸던가요?
 

경향신문

[문화로 읽는 세상]사랑 그리고 결별해야 할 것


3월12일, 의회반란이 있었던 다음날 나는 한 일간지의 앞면을 장식한 한 편의 시를 읽었다. 안도현이 쓴 ‘울지마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2004년 3월12일을 죽음이라 부르자”는 김지하의 운으로 시작되는 그 시는 얼핏 상투시였다. 한줌도 안되는 금배지들에 의해 쿠데타를 맞았으니 국민의 힘으로 이에 저항하자는 말이니 시인의 노여움치고는 꽤나 밋밋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시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 앞에서 시인인들 별다른 말이 생각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의 한 두 구절은 그래도 눈에 밟혔다. “이건 아니다 백 번 천 번 양보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구절, 그리고 “사랑해야 할 것과/결별해야 할 것이 분명해졌으니”라는 구절이었다. 알다시피 안도현은 80년대에 같이 시를 썼던 다른 시인들이 거의 낙백의 수준으로까지 시를 내려놓았던 90년대 내내 거꾸로 상당한 정도의 문명을 날려왔던 시인이다. 그의 편안한 시풍과 적당한 연성 메시지들이 그 어떠한 거칠고 날카로운 것들도 남김없이 흐물흐물하게 만들어버렸던 90년대라는 시공간에서 대중적으로 넓은 호소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마뜩찮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백 번 천 번 양보해도”라는 구절 속에서 나는 자신이 그동안 사실은 굴복했었던 게 아니라 양보했었다고, 그동안 한번 시대 앞에 한없이 너그러워졌었노라고,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너그러울 수 없고 양보할 수 없노라고 하는 시인의 변명이자 자기확인이 읽혀졌다.

시인들도 혀 내두른 탄핵그리고 ‘사랑해야 할 것’과 ‘결별해야 할 것’을 분명히 구별하겠다는 구절에서 3월12일 이후 그의 시적, 인간적 실존이 선택한 자리가 어디인지 엿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3월15일, 이번엔 젊은 소설가 서른여섯명의 시국성명 ‘남겨진 6월항쟁의 뒤 페이지를 위하여’를 접할 수 있었다. 거기선 김남일 방현석 정도상 안재성 등 8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부터 은희경 공선옥 김형경 송경아 하성란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 그리고 김종광 김현영 이명랑 표명희 등 2000년대에 등단한 새내기 작가들까지 한데 모여 “6월항쟁의 뒤 페이지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었다”는 반성과 “등이 휘는 무거운 작가적 실존으로 6월항쟁의 서사를 진정으로 마무리”하리라는 각오를 나누고 있었다. 마침내 시인들이, 작가들이 정신을 좀 차린 것일까? 조금은 바뀌는 것일까?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정신적 공황상태 속에서 차마 흐린 펜끝을 더 어찌하지 못해 펜을 내던졌다가 근 10년만에 다시 향해 말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수년 간이나마 먼저 싸움을 걸어오는 동안 ‘외롭다’는 생각이 절실했던 나로서는 동료·후배 시인·작가들의 이런 변명과 각오들이 차라리 생뚱맞다고 할 정도로 새삼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고맙고 대견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라는 생각이 먼저 나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나선 것은 부지깽이도 기가 막혀할 이 특수국면에 한해서일 것이라는 예단을 피할 수 없다. 이 수십명 작가들이 지난 10년 동안에 쓴 수백편의 작품들이 근 몇 년 동안 나온 단 서너편의 영화보다도 이 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문학의 위의가 무너져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가들의 문학이 조금만 더 올바른 정치의식 아래 생산되었다면, 아니 정치를 의식하기라도 했더라면 어쨌든 지금과 같은 공허한 기분은 없었을 것이다.

문학한다는 부끄러움에…결국 그동안 이른바 지식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나태와 방관이, 정치로부터의 소외가 누적되는 동안 오늘과 같은 낯 뜨겁도록 무식한 광경이 부패한 암실 속에서 현상되고 인화되어 왔던 것이다. 그동안 문화적 마이너리티가 되어버린 문학만이라도 올바로 섰다면, 우리의 21세기적인 혼곤한 일상 속에, 나날의 소외 속에 이런 황당한 ‘정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음을 작은 소리로나마 외쳐주기라도 했다면 문학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날 옛적 80년대에 어떤 민족해방파 평론가가 호기롭게 하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날 따뜻하니까 식민지 아닌 것 같지?”

〈김명인 문학평론가〉


최종 편집: 2004년 03월 23일 19:03:23

한겨레 21에서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역시 김명인씨 글 시원~깔끔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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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4-03-2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들어왔는데, 김명인 씨 글 보니 한 마디 안 쓸 수 없네요. 이 분 글은 항상 맘에 들더라구요. 이 글도 좋네요.

아라비스 2004-03-30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들어오셨어요?^^ 저도 님 서재에 어쩌다 갔었는데...^^; 종종 왕래할까요?
 

음... 그의 글 전문이 보고싶다.

씁쓸하고 허탈하고 화나는 마음 지울 수 없없던 하루가 지나가는 군...

 

김원우, 후배 소설가에 쓴소리


“형식에의 변주를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수많은 자료와 간접경험을 나름의 시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사건의 전개에 치우쳐 관념의 개진을 약화시킨다.”

소설가 김원우씨(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후배작가인 김영하·배수아·정이현의 작품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김씨는 최근 발간된 계간 ‘대산문화’ 봄호의 기획특집 ‘2004년 봄, 젊은 소설을 읽다’에서 김영하의 ‘검은 꽃’,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식당’,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분석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지난해 발표됐는데 배수아의 ‘일요일…’은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김영하의 작품도 2군데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문학과지성사의 신인문학상 1호로 등단한 정이현의 첫 작품집 ‘낭만적…’ 역시 여론의 호평을 받으며 대형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김원우씨는 이 소설들이 “균형감각을 잃었고(검은 꽃) 사실주의 기법이 아니라 에세이풍 서술에 치우치며(일요일…) 신선미가 떨어지는 데다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잠시 걸친 듯 날림공사에 그친다(낭만적…)”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형식의 패러디, 그것들의 의도적 뒤섞음, 서술기조의 탈장르화 등의 기획은 어떤 식으로든 안착돼야 형식미라는 이름에 값한다”며 소설전통의 파괴만큼이나 수호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해 오늘날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며 “교훈적·정보적 가치의 공급원으로서 소설의 위력이 미미해진 반면 어떤 이야기라도 작가의 독창적 해석에 따라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층층의 격조를 빚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검은 꽃’은 수많은 정보에 치인 감이 있으며 두 작품도 세부적인 인용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검은 꽃’에서 멕시코 초기 유민들이 정글 한가운데 근대국가를 세우는 대목은 이론적 짜깁기라는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날 것의 자료를 버리기 아깝다고 마구 인용할 때 작품의 정보 부각에는 무해무득하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김씨는 또 ‘우리 젊은 소설에 유전인자처럼 확고하게 자리잡은’ 영화적 기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연시간으로서의 현재와 인위시간으로서의 과거를 뒤섞은 장면의 스냅식 전환이나 미흡한 수준에 머문 아이러니와 풍자와 해학의 직조, 너무 다사다난해서 신파극 같은 주요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세파의 부대낌 등이 관념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사건의 지칠 줄 모르는 조작행위는 인간의 위상을 몰라볼 지경으로 떨어뜨려 가혹한 현실에의 노예화에 이른다”며 “반영화적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그런 아집이 장르 감각의 독보성 유지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최근 한국소설의 개간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개간지는 아직 너무 거칠어서 사람다운 사람의 운신을 제한하는 수준”이라며 “땅뙈기를 무작정 넓혀가기보다는 작지만 조촐한 채전밭을 일궈가는 데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정기자〉


경향신문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1일 18: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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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4-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고집스런 김원우씨의 얼굴이 눈에 보일 듯 하네요.세 자매이야기를 읽고부터 그의 글을 좋아했지요. 모두들 띄워주는 작가지만 늘 20% 부족하다 싶었고 불만스러웠으나 딱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김원우씨가 잘 썼네요.

아라비스 2004-04-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가 아니고 20%시라구요?^^; 알라딘에서도 워낙 인기가 높아 이 글 올리고도 조마조마 했었는데, 그래도 님이 동감해주시니 괜히 감사하네요....
 

이 사주의 행운은 북동쪽, 남동쪽, 남서쪽, 북서쪽에서 시작된다. 사업상 사람을 만난다거나 거래처를 확보할 때에도 이방향에 가서 일을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또한 이사를 할 때에도 이사방향을 이쪽으로 잡으면 다른 것을 따져보지 않아도 좋은 경우가 많고 집의 좌향도 이방향의 집이 좋다. 행운의 시간 하루중에서 대체로 중요한 일은 대낮에 결정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은 운세를 불러오는 지름길이 된다.>>> 행운의 계절 1년중 가장 행운이 많은 계절은 환절기가 될 가능성이 많고 이때에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잘 마무리되어 쉽사리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사업을 하거나 어떤 일을 시작하는 시점도 환절기에 시작하면 어려움을 덜 겪고 쉽게 안정을 할수 있다. 행운의 색상 우리가 살아가는데 온갖 색깔과 많은 관련을 맺고 살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이 사주는 황색계열이 좋다. 옷색상을 선택할때는 황색의 계통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특히 속옷은 더욱더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가정이나 사업장의 색상을 선택함에 있어서 이러한 계통의 분위기가 나면 알게 모르게 색의 좋은 기운이 작용하여 좋은 운세를 띄게 하여 준다. 행운의 인연 이 사주는 평생 살아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만 만나는 사람의 성씨가 "우,왕,원,화,윤,이,영,현,안,인,임,오,연,여,옥,유,호,하,홍,허,황,양,한,음,엄"씨와 같이 ㅇㅎ로 시작하는 사람일 경우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또한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사람중에 이러한 성씨의 사람이 많다. 동업관계나 의뢰를 해야 할 사람의 성씨가 위와 같으면 의외로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게 된다. 행운의 숫자 전화번호, 차번호, 집주소등 여러 가지의 숫자 조합이 있으나 이 사주에게 가장 좋은 숫자는 끝자리가 '5' 혹은 '0' 이 들어가는 경우이다. 이러한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는 행운의 기운이 존재하게 되니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수 있는 숫자라면 이러한 번호와 항상 가까이 하는 것이 운명을 좋게 하고 나쁜 사주를 뛰어넘는 지름길이 된다. 감정 처리법 <<<이러한 사주는 지나치게 성을 많이 내게 되면 위에 손상을 많이 주게 되어 건강도 악화 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좋은 기운을 약화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니 항상 평온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좋은 가택 풍수 창문과 출입문은 남쪽 방향으로 문이 나 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재물이 모이지 않고 흩어지게 된다. 하수구는 서쪽 방향으로 흘러가야 운이 좋아집니다. 가족중에 아픈사람이 없게 되고 재물을 쓸 때에도 적재적소 필요한 곳에만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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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좌(aries) 늘어진다. 엉금엉금 다닌다.. 비타민 결핍상태처럼 축 처짐. 불평불만 말하기.모험하지 않기. 즉흥적으로 하지 않고 준비하는데 늘 늑장부리기. 약속시간에 늘 늦기.

황소좌(taurus) 음식에 대해 무관심하기. 꽉 붙은 옷 입기. 냉담하게 행동하기. 음악 싫어하기. 예술, 짐승 싫어하기. 밀어 붙이기. 도회지 좋아하기.

쌍동이좌(gemini) 집에만 있기. 구식으로 살기. 책 안 읽기. 얘기하는데 흥미없어 하기. 듣기만하기. 얼굴,표정,옷 등을 항상 같게 하기. 주변을 신경쓰지 않기. 앞뒤 안 맞는 얘기 하기. 감정적인 반응 - 울기,들러붙기 등 -. 의지하기[난 당신밖에 없어요]. 소유하려고 하기.

게좌(cancer) 자신을 비난하기. 불안, 질투나게 하기. 딴사람과 친하기. 무드를 놀리든지 지배하기. 너무 떨어져 있기. 좋아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기. 시끄러운 친구를 끌고 다니기.## 특히 가정(어머니)를 욕하기.

사자좌(leo) 최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 놀리기. 무시하기. 기념일 잊어버리기.

처녀좌(virgo) [너 필요 없어 !] 하는 것. 일감 안 주기. 그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기. 집에서 소리치기. 쌍스럽게 말하기. 감정적으로 행동하기. 비이성적인 행동하기. 남의 잘못을 꼬집는 것을 받아주지 않기. 말없이 똑똑한 척 과묵하기.

천칭좌(libra) 비 이성적 행동, 감정적인 행동하기. 주변을 추하게 하기. 매력없음. 어울리는 색의 옷 안 입기. 버릇없게 굴기. 남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기. 기념일 안 챙기기.

전갈좌(scolpio) 바람 피우기. 성(性)에 흥미없기. 관계에 흥미없기. 질투나게 하기. 뭐든 결단력 없고 믿지 못하게 하기. 신뢰감 없고 우왕좌왕 하기. 기다리게 하기(못 참는다). 계획을 계속 변경하기. 예측 못하게 중구난방으로 하기. 나를 조종 못하게 할때.

사수좌(sagittarius) 가둬 놓기 [당신 집안에 있어]. 지나치게 소유하기 질투하는 장면 보이기. 조크할 때 안 웃기. 다른 종교 갖기. 동물 싫어하기. 집에 쳐박혀있고 여행 싫어하기.

염소좌(capricorn) 상대의 부모를 무시하기. 무례하게 행동하기. 번쩍거리는 옷 입기. 천박하게 행동한다. 오랜 건물, 가구, 전통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물병좌(aquarius) 친구 싫어하고 욕하기. 집에만 있기. 주장하는 사상을 인정하지 않기. 생각등을 함께 나누지 않기. 그를 CONTROL하려 할때. 말하지 못하게 하기. 감정적으로 울고 불고 하기. 들러붙기. 불평하기.

물고기좌(pisces) 둘이 싸울 때 지는 사람에 대해 친절하지 않기. [왜 꿈이나 꾸고 있냐]고 비판할 때. 바가지 긁기. 뜯어 고치려 하기-자신을 도덕적으로 일인자라고 생각한다. 감정 상하게 하기. 혼자 놔 두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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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3-0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병좌? 히야~~

아라비스 2004-03-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라뇨?^^; 비발님도 혹?......^^

푸른바람 2007-09-1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양좌(aries) 늘어진다. 엉금엉금 다닌다.. 비타민 결핍상태처럼 축 처짐. 불평불만 말하기.모험하지 않기. 즉흥적으로 하지 않고 준비하는데 늘 늑장부리기. 약속시간에 늘 늦기.

--------> 쪽집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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