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의 글 전문이 보고싶다.

씁쓸하고 허탈하고 화나는 마음 지울 수 없없던 하루가 지나가는 군...

 

김원우, 후배 소설가에 쓴소리


“형식에의 변주를 시도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수많은 자료와 간접경험을 나름의 시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사건의 전개에 치우쳐 관념의 개진을 약화시킨다.”

소설가 김원우씨(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후배작가인 김영하·배수아·정이현의 작품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김씨는 최근 발간된 계간 ‘대산문화’ 봄호의 기획특집 ‘2004년 봄, 젊은 소설을 읽다’에서 김영하의 ‘검은 꽃’,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식당’,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분석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지난해 발표됐는데 배수아의 ‘일요일…’은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김영하의 작품도 2군데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문학과지성사의 신인문학상 1호로 등단한 정이현의 첫 작품집 ‘낭만적…’ 역시 여론의 호평을 받으며 대형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김원우씨는 이 소설들이 “균형감각을 잃었고(검은 꽃) 사실주의 기법이 아니라 에세이풍 서술에 치우치며(일요일…) 신선미가 떨어지는 데다 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잠시 걸친 듯 날림공사에 그친다(낭만적…)”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형식의 패러디, 그것들의 의도적 뒤섞음, 서술기조의 탈장르화 등의 기획은 어떤 식으로든 안착돼야 형식미라는 이름에 값한다”며 소설전통의 파괴만큼이나 수호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해 오늘날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며 “교훈적·정보적 가치의 공급원으로서 소설의 위력이 미미해진 반면 어떤 이야기라도 작가의 독창적 해석에 따라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층층의 격조를 빚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검은 꽃’은 수많은 정보에 치인 감이 있으며 두 작품도 세부적인 인용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검은 꽃’에서 멕시코 초기 유민들이 정글 한가운데 근대국가를 세우는 대목은 이론적 짜깁기라는 혐의가 짙다고 지적했다. “날 것의 자료를 버리기 아깝다고 마구 인용할 때 작품의 정보 부각에는 무해무득하다”는 게 김씨의 지론이다.

김씨는 또 ‘우리 젊은 소설에 유전인자처럼 확고하게 자리잡은’ 영화적 기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자연시간으로서의 현재와 인위시간으로서의 과거를 뒤섞은 장면의 스냅식 전환이나 미흡한 수준에 머문 아이러니와 풍자와 해학의 직조, 너무 다사다난해서 신파극 같은 주요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세파의 부대낌 등이 관념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사건의 지칠 줄 모르는 조작행위는 인간의 위상을 몰라볼 지경으로 떨어뜨려 가혹한 현실에의 노예화에 이른다”며 “반영화적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일지 모르나 그런 아집이 장르 감각의 독보성 유지에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결론적으로 “최근 한국소설의 개간이 이뤄지고 있으나 그 개간지는 아직 너무 거칠어서 사람다운 사람의 운신을 제한하는 수준”이라며 “땅뙈기를 무작정 넓혀가기보다는 작지만 조촐한 채전밭을 일궈가는 데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정기자〉


경향신문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1일 18: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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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4-04-0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고집스런 김원우씨의 얼굴이 눈에 보일 듯 하네요.세 자매이야기를 읽고부터 그의 글을 좋아했지요. 모두들 띄워주는 작가지만 늘 20% 부족하다 싶었고 불만스러웠으나 딱 꼬집어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김원우씨가 잘 썼네요.

아라비스 2004-04-08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가 아니고 20%시라구요?^^; 알라딘에서도 워낙 인기가 높아 이 글 올리고도 조마조마 했었는데, 그래도 님이 동감해주시니 괜히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