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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ㅣ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의 원저자인 한병기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듣기도 하고, 차이나는 클라스 방송을 보기도 하였지만, 나의 병자호란에 대한 지식은 아무래도 작년 관람한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병자호란에 대해서는 척화와 주화의 갈등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 영화에서도 서로 방향은 달라도 두 경우 모두 애국하는 태도였다고 평가한 것으로 생각한다. 영화를 본 우리 국민들의 생각은 실리적으로는 주화를 주장한 최명길의 태도가 옳지만 심정적으로는 척화를 주장한 김상헌에 더 공감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드 정국과 연계하여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가 가져야할 태도를 과거 병자호란에서 배우고자 영화 남한산성도 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거나, 국내외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척화를 주장하는 김상헌에 동도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화 <병자호란>은 병자호란 이전의 국내외 배경도 자세히 설명해줄 뿐 아니라,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외에도 다른 곳에서 벌어진 모습도 이야기를 해주어 병자호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번에는 하권을 우선적으로 보게 되어 내용이 연결이 되지 않을까 다시 걱정되었는데, 병자호란의 전체적인 내용이 하권에 다 실려 있어 병자호란에 관련된 내용은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상권에는 이괄의 난이나 정묘호란 그리고 광해군의 중립외교 관련된 부분도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데, 추후에라도 보면 병자호란에 대한 지식을 더 넓힐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만화에는 영화 <남한산성>과는 달리 김상헌과 최명길의 비중이 대폭 줄어들고 인조의 우유부단한 모습이 부각된다. 병자호란 초기 우리나라가 대처를 하지 못한 주요한 이유는 김자점의 무능한 대처 때문이고, 전쟁 후반 결국 항복하는 이유는 강화도에서 왕의 가족을 지키던 김경징이 패배하였기 때문인데, 전쟁이 끝난 후 인조는 이런 자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을 무척 주저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공신들이었기 때문이다. 청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돌아온 소현세자에게도 자신의 왕위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해서 견제하다 결국 죽게 만드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오직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치졸한 모습을 보인다. 즉, 병자호란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 사후처리까지 오로지 인조의 무능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청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동안 선진문물을 배우고 나라를 발전시킬 큰 뜻을 가졌던 소현세자가 안타깝게 자신의 뜻을 키우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병자호란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강대군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에도 계속되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면서 나라를 마치는 구세대 기득권 세력으로 인하여 새로운 뜻을 품은 청년층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힘없는 국민들만 희생당하는 모습을 확인한 것도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체제를 비롯하여 국가 내 모든 시스템에서 기득권이 자신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태도를 막을 수 있을 때,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