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실로 가다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랜드마더스>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기에 기대를 하면서 본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이었는데,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분위기나 느낌이 많이 달랐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단편집이 더 강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표제작인 <19호실로 가다>가 가장 주제를 잘 드러내었다고 생각되지만 이 책에 실린 다른 이야기들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19호실로 가다>의 주인공이 여성이고,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에 비해 가정주부는 자신이 아니라 가정의 구성원으로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 수전도 아무도 모르는 위치의 호텔 19호실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가 그 작은 평화를 잃어버릴 위기가 오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길을 택한다. 

내가 보기에 이 이야기를 비롯한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은 사회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할하기 (코스프레라고 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영국과 영국>의 찰리를 보면 가정 속의 자신의 역할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을 강하게 느낀다. 학생시절이나 결혼을 하기 전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나면 개인의 시간이 사라지게 된다. 이는 가정주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자신이 아닌 하나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을 꾸린 후에도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정상적인 사람은 그렇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제법 스트레스의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내 경우는 1년에 1~2번 혼자 출장을 가는 경우가 있는데, 출장업무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서 혼자 시간을 보내면 특별히 어떤 것을 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리는 인류는 초사회성을 가지고 있어 현재 위치에 다달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회성으로 인한 피로감이 작지 않다는 것도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