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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물리학 - 런던 대학교 물리학 교수가 들려주는 일상 속 과학 이야기
헬렌 체르스키, 하인해 / 북라이프 / 2018년 3월
평점 :
찻잔 속 물리학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우리가 스쳐 지나며 사는 일상 속에서 물리현상을 발견하고 설명하는 책이라 기대하였다. 물론 기대하고 꼭 맞는 책이었지만, 찻잔이라는 어휘에는 일상이라는 말 이외에도 찻잔 속의 차와 관련된 현상을 주로 다룬다는 의미도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즉, 액체인 차의 거동을 설명하거나 차를 끓이기 위한 열의 이동 등, 열역학, 열전달, 유체역학이 이 책의 주된 소재였다. 개인적으로도 이 분야가 전공분야라 무척 반가운 책이었다.
이런 소재를 다룬 비슷한 책들이 기존에도 있었지만 유독 이 책이 반가운 이유는 이 책이 다루는 소재의 특이함이다. 우리가 많이 보고 먹었던 팝콘이 튀겨지는 현상이나 향유고래가 숨 쉬는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은 무척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 이외에도, 물 뿜는 코끼리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이 경우는 기존에 알던 유체역학 상식을 넘어서는 내용은 없었지만, 코끼리 코의 역할 또는 기능에 대해 고전역학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가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3장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는 기존에 비해 미세한 구조에 유체역학을 적용하면서 기존에 비해 중요해지는 표면장력이나 점성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쏟은 우유를 걸레로 닦을 수 있는 이유가 설명되는데 이는 기존에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던 내용을 차근차근 학문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잘 설명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최근 나노 또는 마이크로 구조물 등에서 유체역학을 적용할 때 기존 유체역학에서는 무시되었던 표면장력 같은 성분을 고려하여 멋지게 설명하는 논문이 소개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보여준 저자의 걸레의 흡수력에 대한 고찰방법과 거의 유사한 태도라서 약간은 소름이 돋는 느낌마저 들었다.
회전력이나 각운동량 보존에 대한 부분은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동역학 분야라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뤄진 내용이 많지만, 이 책에서 식빵이 식탁에서 떨어질 때 왜 버터나 잼이 묻은 부분이 바닥이 닿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의 설명을 따르면 너무 간단하고 간단한 중학교~고등학교 과학 수준의 사고만 필요한 부분인데 과거에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자고감마저 들기도 하였다. 이 부분에서 소개된 된 내용 중 플라이 휠을 이용하여 에너지 저장장치를 쓴다는 생가도 무척 참신한 느낌이 들었다. 향후 신재생 에너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배터리나 ESS 등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리튬같은 희소한 물질이 많이 필요하나 전 지구상을 통 털어도 그 양이 충분하지 않아 이를 대체할 아이디어가 꼭 필요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에서 제안한 플라이 휠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장치가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직관적으로는 기계적 장치니까 기존의 배터리에 비해 비효율적일 것 같아 보이지만, 냉정하게 분석하고 샐ㅇㄴ 아이디어가 추가된 설계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책의 후반부는 물리의 다른 부분을 다룬다. 전기와 자기가 주된 소재인데 고전역학을 다룬 부누에 비해 분량은 적은 편이다. 이 분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구가 자성을 띄고 있는 이유를 외핵의 액체상태 철 성분이 회전을 하면서 전자석 비슷한 작동을 하기 떄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구 자기장의 N극과 S극의 위치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큰 영향은 없을지 몰라도 항공기나 배를 조종하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계기판의 나침반에서 보정이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인데 많이 안 알려진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쉬운 과학적 내용을 기존에 시도하지 못했던 분야에 적용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본다면 과학적 사고 또는 일상에서 과학을 적용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