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이프라인
이채윤 지음 / 창해 / 2025년 11월
평점 :
현대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미래의 중요 에너지원 후보인 수소의 공급방법인 파이프 라인에 대한 기술 및 역사, 정치경제적 의미를 담은 책이다. 1장은 파이프에 대한 기술적인 내용이 소개되었는데, 유지보수 방법인 피그 활용이나 핫태핑 기술 등이 소개되어 흥미롭게 보았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의 역사와 그 정치경제적 의미를 담은 내용인데, 냉전이 진행중인 1969년 소련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의 건설 협약이 이루어지면서 유럽의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이 시작되었고, 독일통일 등의 기반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일의 선진 제조업 발달의 기반 중 하나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저렴한 에너지의 공급이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기반이 흔들리게 되어 독일산업의 경쟁이 약화된 것도 주목할 만한 것 같다. 그밖에도 이란 혁명이전에는 이스라엘-이란 간 파이프라인이 있었고, 빕ㄴ번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슈를 피해가기 위해 사우디나 UAE가 홍해쪽으로 파이프라인을 건설한 것도 무척 흥미롭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튀르키예가 다양한 천연가스 공급망의 종착지를 자기나라로 만들어 자국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이루었을 뿐 아니라, 주번국들에 대한 에너지 보급에 대한 패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으로, 지정학적 우위를 무척 잘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중국 역시 나름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에너지 수급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만 섬처럼 똥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고, 몇년전부터 이야기가 나온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배관 설치를 남북관계가 나아지면 다시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존의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고 재편되고,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이 이 분야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 상당기간 기존의 천연가스 공급망이 흔들리고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도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나라의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천연가스나 석유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전환에도 힘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