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작가 공지영 인터뷰
[부산일보 2006-05-03 12:00]
공지영(43·사진)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푸른숲). 영화로 만들어져 올 9월에 개봉되고,2006년 부산의 '원북'으로 선정됐다.
지난 1일 부산시교육청에서 열린 '제3회 원북원부산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온 작가는 "한 도시가 하나의 책을 택해 1년 동안 읽다니,놀랍다"라고 했다.
사형수들의 삶을 다룬 이 소설은 울음과 눈물의 소설이며,인간의 숭고함에 대한 소설이다.
'살아 있으라,누구든 살아 있으라!'(기형도) 그녀는 "삶은 위대한 것이며,그중 사랑은 가장 위대한 것이다"라고 했다.
-어떻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
△1997년 연말 택시를 타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23명의 사형수가 처형됐다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천주교를 통해 사형수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보자마자 울었고 석 달 열흘간 울었다.
고독했다.
그들을 통해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며 사랑만이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의 온전하고 도도한 역설!-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를 많이 했다는데.
△6개월간 취재했다.
처형된 사형수들의 자서전 5권을 구할 수 있었고 읽으면서 참으로 많이 울었다.
그걸 바탕으로 소설 속 사형수 윤수의 자서전인 '블루노트' 19편을 짤막하게 썼다.
글의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느라 어쩔 때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기도 했다.
-소설 속 삼양동 할머니가 자기 딸을 죽인 사형수 윤수를 찾아가 멱살잡이를 한 후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또 오마. 진짜로 널 용서할 때까지…"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우리를 울리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깊은 사랑,인간의 숭고함이라는 걸 나도 깨달았다.
이 소설을 쓰면서 사람을 보는 눈,제 인생,저의 소설이 바뀌었다.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은데.
△10년 전께는 "당신 인기 좋네" 소릴 들으면 상처받았다.
이젠 그렇지 않다.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모두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전 중에 당대 베스트셀러가 아닌 것은 없더라. 문학은 많은 이들과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는 이미 무거운 시대를 통과하지 않았는가.
-권하고 싶은 고전은.
△알베르 카뮈의 '단두대에 관한 성찰'이다.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굉장히 멋진 성찰이 담긴 짧은 분량의 에세이다.
대가다운 글이다.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는.
△김근태 안성기 노회찬 안치환 심혜진 등 유명 인사 1명을 1시간 집중 인터뷰하는 프로다.
소설이 사람을 탐구하는 것 아닌가. 소설과 사람의 디테일을 앉아서,돈 받아 가며 취해,뭔가 공짜로 얻는 즐거운 기분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아직도 사형수들을 만나 함께 미사를 드린다.
저의 소설과,개봉될 영화가 사형제를 폐지하는 데 조금의 기여를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삶은,사랑은 위대하다.
'이토록 오래되어도 늘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성 아우구스틴) 정리=최학림기자 theos@ busanilbo.com 사진=강선배기자 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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