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애들 엄마랑 극장엘 갔다. 애들 엄마는 멜로 영화라면 사죽을 못쓰는 터라 <가을로>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두고 고민하더니 멋진 유지태가 나오는 <가을로>를 선택했다.

내경우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감독과 배우를 먼저 보는데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감독에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 <여자 정혜>의 김지수 조합이라 기대가 컸다. 특히 <여자 정혜>를 못봤지 때문에 그영화 한편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김지수의 연기가 궁금했다. 근래 TV에서 연기한 그녀의 모습은 조금 별로라 생각했었는데 영화에선 어떤 모습을 보이나 알고 싶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약혼녀를 잊지 못하고 사는 검사 현우가 맡은 사건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자신의 약혼녀 민주가 남긴 기록을 따라 여행에 나선다. 민주가 신혼여행지로 계획해 둔 우이도, 소쇄원, 불영사 등 이땅의 아름다운 자연을 따라 여행하다 우연히 잦은 만남이 이루어진 세진을 통해 민주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작품은 사랑하는 이를 못잊어 그녀와 어떤 신비한 형태로 다시 교감하는 모습이 감독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와 많은 유사한 느낌을 준다. 단순한 멜로로 그치지 않고 빙의나 동성애 코드로 논란은 있었지만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잘 표현한 전작만큼이나 이번작품도 사랑하는 이의 부재와 그녀가 남겨둔 기록과 여행을 통한 극복을 보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재로 사용한 '삼풍백화점 사고'나 '한양글로벌'로 이름 붙인 사건 등은 단순 소재로만 돌리기엔 아직도 많은 이들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데 거기에 비해 조금은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싶다. 현우나 세진을 통해 살아 남은 이들의 아픔과 고통도 표현해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이쉬움이 컸다. 다만 세진父가 체육관에서 세진母의 다리를 주물러 주다 통곡하는 장면은 그나마 사랑하는 이를 어이없는 사고에 잃은 가족들의 고통을 잘 표현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한가지 현우와 세진간의 공감이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이 새로운 길을 바라볼 만큼 컸었나 하는 느낌이다. 현우는 세진을 통해 여행을 통해 떠나간 민주를 떠올렸다지만 세진은 민주와의 추억은 있었다 해도 그렇게 쉽게 현우와 어떤 발전할 관계를 만들 수 있었나 싶은 의문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잘 풀어갔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감독이나 배우들의 전작의 그림자가 원체 컸기에 좋은 영화여도 내가 만족을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