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집 큰아이 지혜는 요즘 책을 잘 안 읽는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랑 내가 짬짬이 많이 읽어주고 주말이면 동네 도서관에 가서 좋은 책도 빌려다 읽히고 간간히 동네 서점엘 들러 책구경을 다니기도 했다. 글씨를 혼자서 읽기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소홀해진 면도 있고 학교 가며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며 책읽기보다 재미있는 여러 경험들을 하게된 것도 이유겠지만 책에 대한 관심에 예전에 비해 많이 적어졌다.
반면에 유치원 다니는 둘째 종은이는 요즘 부쩍 책에 관심을 보인다. 집에선 글씨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유치원에서 글씨를 배우며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한다. 글씨를 몰라도 혼자서 책을 펼쳐들고 그림과 몇자 안되는 아는 글씨로 책을 읽으려고 끙끙거리기도 한다.
이 차이가 무얼까 많이 고민을 해봤다. 혹시 지나치게 많은 책들을 안겨줘서 지혜가 책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책을 읽으며 생각되는 점은 바로 독서록이다. 학교에서 일기쓰기를 장려하 듯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독서록 쓰는 것을 장려한다. 그런데 1주일에 몇권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게 있어서 애들 엄마가 매주 책을 몇권 읽었는지 독서록을 썼는지 검사를 한다. 책을 읽고 독서록을 썼는지 여부가 포인트였다가 어느 순간에 맞춤법을 제대로 지켰는지 띄어쓰기는 잘 되었는지로 관심이 옮아갔다가 이제는 책의 줄거리가 아니라 느낌을 올바로 썼는지 어떤지를 가지고 얘기한다. 제대로 책을 읽고 글쓰는 연습을 시킬려고 하는 의도가 아이에겐 검열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느티나무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읽히려고도 독후감을 쓰게도 하지 않는다. 책을 매개로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그게 얼마의 기간이 되건 짬짬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긴 하더라도 책읽기가 강요받는 행위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좀 더 책에 친밀감을 느끼고 스스로 책을 집어드는 건 아닐까?
처음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라는 제목만 봤을 때 아이들의 독서 생활을 지도하는 류의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그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파트로만 가득찬 수지라는 동네의 한귀퉁이에서 책읽기가 숙제가 되고 부담이 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책과 충분히 친해질 수 있음을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다가가면 책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 질 수 있나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집 아이들에게도 앞으론 책이 인생을 살아가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친구이지 결코 자신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하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그리 멀지 않은 동네 수지로 이사가서 아이들에게 좋은 도서관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줄까 하는 욕심을 부려봤었다. 하지만 느티나무 도서관이 환경이 힘들고 주변에 도와줄 어른이 없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그아이들에게 옛날 마을의 느티나무가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며 시원한 그늘에서 서로의 애정을 나누는 공간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내가 힘이 된다면 내가 사는 주변에도 그러한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책을 즐길 수 잇는 공간을 만들 방법을 고민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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