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타고가던 배가 태평양 한가운데서 난파하고 구명보트에서 호랑이와 227일을 동거하며 겪는 소년 파이의 이야기. π(파이)는 대표적인 무리수이자 이책의 주인공 파신의 애칭이다. 파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펼치는 모습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에서 생존을 위해 야만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오버랩된다. <파리 대왕>의 경우 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약자를 괴롭히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의해 가해지는 폭력성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면 소년 파이가 야생에 적응하는 모습은 그가 탐닉한 종교의 선지자들이 겪었던 고난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비한 종교를 가지고 종교들을 사랑하는(?) 파이의 성장에 다윈의 진화론을 통해 종교와는 양립하기 어려운 생물학적인-동물들의 특성을 중심으로 한- 서술들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신의 권능을 강조하는 종교들에 대한 애착과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보고 배우게 되는 동물들의 생활을 통한 과학의 원리들은 이책에서는 그리 부조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한 끝이 없이 계속되는 정의가 싶지 않은 무리수 π(파이)의 경험을 100장이라는 완결의 의미를 가지는 숫자로 마감하는 작가는 과학과 종교를 통해 우리의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하려는 욕심이 많은 모습이다.

파이가 심사관에게 얘기한 두가지 경험담 중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파이와  작가만이 알 수 있겠지만 만약 두번째 경우가 진실이라면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이 그려진 또 한편의 <파리 대왕>이었을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