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함께 읽기
강준만 외 지음 / 돌베개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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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영복선생의 책을 처음 접한 건 대학에 입학한 89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하 사색)을 접하면서다. 비슷한 시기에 옥중 생활을 청산한 시인 김남주와 신영복선생은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두분 다 어마어마한 조직 사건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었지만 날 선 칼날과 같이 투쟁의 의지로 가득찬 시인의 노래와 힘든 옥살이 중에도 생활 속의 작은 진리를 찾는 구도자와 같은 모습의 신영복선생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책에 참여한 많은 이들처럼 나도 <사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더운 날씨와 좁은 공간으로 인해 나와 살을 맞대고 있는 이를 미워해야 하는 여름 옥살이에 관한 것이다.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도 내 주변의, 나를 사랑해 주는 이들을 미워하는 현실에서 깜빵의 온갖 잡범들 속에서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고 자신을 수양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많이도 반성하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게 되었다.

여름 옥살이만큼이나 많이 회자된 '청구회의 추억'의 경우 이후에 추가된 내용이라 내가 직접 원문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선생의 그러한 삶의 자세로 유추했을 때 짐작이 된다. '청구회의 추억'에 관한 글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은 가난한 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아던 선생이 당시의 청년 전태일을 만났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점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 땅의 모순을 풀어 나가려고 애쓰던 청년 학자와 이땅의 모순을 몸으로 깨뜨리려 했던 청년 노동자가 만났더라면 그들과 우리 사회에 커다란 전환점을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사색> 이외에 읽은 선생의 저서는 <나무야 나무야>가 있지만 다이 호우잉의 책을 번역한 <사람아 아, 사람아!>가 선생과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문화 대혁명'의 와중에서 11명의 상징적 인물을 통해 진정한 휴머니즘을 그린 책을 보며 저자에 대한 관심도 컸지만 이토록 인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작품을 찾아 소개한 역자의 안목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이제 세번째 만남은 그의 글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을 통해서 그의 인생과 철학을 엿보는 기회였다. 그의 철학을 사상을 논하는 건 짧은 내식견에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라 접어두고 많은 이들이 한결 같이 평하는 그의 삶의 자세,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발전해 나가는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그의 사상이 그의 생활 속에 오롯이 구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위 사람을 배려하고 그 속에서 동화되어 가는 생활의 자세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다만 함께 읽기의 많은 필자들 중 그가 평생을 바친 사회 운동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평가도 포함되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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