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주의는 아까운 세월을 허송만 했는데, 딱 한 가지 공을 세운 게 있습니다. 그건, 자본주의를 강화시켜준 역할입니다."........."냉전시대를 통해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한테 안 먹히려고 사회복지제도를 얼마나 강화시켜왔어. 만약 그런 노력 하지 않고 돈 놓고 돈 먹기로 자본가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더라면 사회주의보다 더 먼저 무너져버렸을 거다 그거야."(P.182)

월북 후 남파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어떠한 임무 수행도 못하고 체포된 윤혁. 이념의 분쟁이 심한 시기에 남에 있던 가족들의 생활은 풍비박산이 나고 북에 두고 온 아내와는 긴 이별을 맞이한다. 폭력적인 전향에 대한 협박과 회유를 이겨내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전향한 후 그는 무국적자가 되었다. 남에서는 보호관찰 대상의 빨갱이로 북에서는 적에게 굴복한 배반자로.

어느 하나 의지할 곳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지' 박동건과의 간헐적인 만남, 부모를 잃고 어렵게 살다 자신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경희와 기준과의 나누는 시간, 자신의 생계를 도와주기 위해 번역 일거리를 구해오는 활동가 강민규와 정세에 대한 토론 그리고 자신을 감시하는 김형사와의 신경전을 벌이는 것들이었다.

가까운 '동지' 박동건이 세상을 떠나고, 믿었던 사상의 조국 소련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피땀 흘려 지켰던 북은 굼주림 속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끊임없는 폭력 속에서도 전향하지 않았던 몇몇은 체제의 선전 도구가 되었던 어찌되었던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남의 가족들에게는 외면당하고 북의 가족에게는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의 그가 선택한 길은 이곳에서 외롭고 힘든 이들과 가슴을 맞대며 체온을 나누고 사는 것이었다.

"인간은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그 무엇인가를 모색하고 시도해서, 더러 성공도 하고, 많이는 실패하면서 또 새롭게 모색하고 시도하고................ 그 끝없는 되풀이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한 '연습'이 아닐까 싶다."(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우리 민족의 큰 아픔도 더 나은 삶을 위한 연습으로 돌리자고 하지만 수백만이 목숨을 잃고 남겨진 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사는 이상황도 연습이라고 돌리기엔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어떠한 이데올로기가 옳으냐 틀리냐를 떠나서 <태백산맥>의 염상진, 하대치 같은 이들이 그토록 바랬던 그들의 이상이 현실에서 무너짐을 보는게 안타깝고 이땅에 아직도 경희와 기준이 같은 아이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게 슬프다. 어떠한 모습이건 인간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서로를 사랑하며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가 한시 빨리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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