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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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말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삼다(三多)' 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바로 그것인데,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글을 쓰는데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거기에 비춰봤을 때 여우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활자와 종이에 중독된 것처럼 끊임없이 책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정신적으로뿐 아니라 먹어버림으로써 물리적으로도- 나간다. 예전에 선배들이 영어사전을 찢어 먹어가면서 영어단어를 외웠다는 전설들이 생각날 정도다. 좋아하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들 쏟아 붓는 자세도 배울만 한 모습이다. 어떤 일을 하는데 광적으로 즐기면서 하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어디 있을까? 

급기야 도서관과 서점에 있는 남의 책까지 손데는 금단 현상이 일어나더니 책을 읽을 수 없는 감옥에 감금되면서 새로운 경지에 오르게 된다. 자급자족 자신이 먹을 책을 집적 써나가다 끝내는 훌륭한 작가가 되어 더이상 먹을 책이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게 된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각자가 문학의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였다. 글공부 좀 했다는 양반치고 문집이 없는 사람이 없고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는 많은 작품의 작자들이 전업작가보다는 학자로 문인으로 생활하던 분들이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문학과 출판에 대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면서 많은 독자들은 대부분이 영원한 소비자로만 한정되어 가고 있다. 이런 모습을 깨고 진정한 독서하는 이들의 모범을 이 여우가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굳이 출판사를 통해 판매되는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이 독서하고 공부한 것들을 남기는 작업들이 진행된다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삶의 질(質)이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을 읽는 행위가 단순히 공부만을 위한 것이거나 소비적인 행위로만 굳어진다면 문화의 발전은 더디게만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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