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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불어요! ㅣ 창비아동문고 224
이현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6년 5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보는 순간 "어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자장면이라는 표준어에 기죽어 말할 땐 짜장면이라고 하면서도 글로 표현할 땐 자장면이라고 써야 하는 찝찝함이 있었다. 하지만 자장면이라면 왠지 중국 출장 가서 한인 식당에서 나온 자장면처럼 모양은 똑같지만 내가 아는 맛이 아닌 다른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그래야 그 이름이라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글의 주인공 기삼이는 철가방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철가방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과 사회의 모습을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즐겁게 살아가는 아이이다. 염색한 머리에 자신의 철가방을 들고서 "빠라 바라 바라 밤" 달려가는 기삼이의 모습은 결코 어린 아이만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거기서 어떤 경지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결코 어리지만은 않지만..
運七技三. 태어나면서 부모에게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물려봤으며 부여되는 七의 운(運)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 나간다는 기삼( 技三)이의 이름은 그의 생활 모습에 너무나도 어울린다.
하지만 이책의 다섯 이야기들은 그리 가볍고 즐겁지만은 않다. 가정환경으로 인해 친구끼리 서로 미워하고, 어린 나이에 부모의 부담을 줄여 주기위해 중국집 배달, 스티커 붙이러 다니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어른들의 전쟁과 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를 떠나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른 체 언젠가는 친구를 만난다는 바램을 품고 지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성문제, 교우문제, 가정문제, 사회 환경문제 등 어른들의 욕심과 편견, 고집들로 인해 외로워 하고 아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책에서 다룬 아이들의 고통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는 경쟁에만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어른들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기삼이의 모습을 들여다 보면 이 모든 어려움과 힘듦을 우리 아이들이 헤쳐 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가 "빠라 바라 바라 밤" 하며 철가방을 들고 가는 곳마다 즐거움과 서로에 대한 사랑이 퍼져 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준 자장면에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게 짜장면을 배달하는 기삼이의 모습이 어떠한 잡역도 고난도 자신이 가진 三의 技로 헤쳐 나갈 것이다. 비록 적게 가졌더라도.
어릴 적 아버지 월급날에는 우리 가족은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그때는 그만큼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버지께는 한달간의 고단함에 대한 위로가 되셨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