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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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쳐들 때까지는 강신주란 인물에 대해 아는게 아무 것도 없었다. 서점에 가면 내가 읽지 않은 베스트셀러들은 가급적 손에 들지 않는 편인데 철학자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바탕으로 인간의 감정들을 명작소설과 함께 풀어준다니 흥미로워서 쉽사리 다른 책들처럼 거부할 수 없었다.


책을 읽고나서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내가 읽었던 작품들에서 놓쳤던 디테일한 인간 감정의 표현을 찾을 수도 있었고, 저자가 예를 들었던 몇구절의 인용때문에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소설들도 있었다. 거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찾아서는 읽어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스피노자의 에티카에서 정의된 내용이 적절히 배치되고 그러한 본문을 정리하며 예로 든 작품들의 작가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저자가 글을 마무리 지으며 출판자의 편집자가 이책이 출간되는데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데 그러한 편집자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좋은 책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내가 책을 잘못 선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책은 나같은 나이먹은 아저씨가 보기보다는 어린 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싶다. 책의 내용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걸 떠나서 작가가 소개한 48권의 작품들은 젊은 시절 꼭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인 건 맞고, 그러한 책을 소개받는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스피노자의 철학을 이책에서 보고 배우기는 쉽지가 않을 듯 싶다. 물론 저자는 훌륭하게 스피노자를 이해하고 <에티카>의 내용을 적재적소에 사용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에티카>의 인용은 따로 노는 것 같았고, 소설을 벗어나 우리 생활에서 뽑아낸 예들은 그리 깊이가 있다고 하기엔 부족했다.


각 장의 마지막에 있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도 내가 너무 진지하길 원해서 고리타분한 시각을 가지고 봐서 그런지 몰라도 철학자가 주는 조언치곤 가볍지 않나 싶다. 물론 이책 자체가 잡지에 격주로 연재되던 내용을 엮었기 때문에 그랬을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만큼의 지문을 좀 더 깊이있게 내용을 다루는데 할애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여지껏 못봤던 책속의 작품들을 빨리 읽어야지 하는 의지는 샘솟게 해줬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책을 읽히면 나처럼 독서에 대한 의욕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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