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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1년 10월
평점 :
1. 중학교 2학년때까지 내 장래희망은 프로야구 기록원이었다. 그얘길 들으시던 담임선생님은 "공부해서 굳이 그걸 하려느냐?" 하셨지만, 좋아하는 야구를 공짜로 원없이 보며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야구 기록원은 정말 멋진 직업이었다.
프로야구 출범직전이던 해 고등학교 야구를 처음 보며 야구라는 스포츠에 푹 빠지게 됐다. 당대 최강으로 박노준, 김건우 같은 선수들이 버티고 있던 선린상고를 지방의 이름없는 선수들이(?) 모인 경북고가 물리치며 매번 우승을 하는 모습이 준 감동(?)과 대구가 고향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난 자연스레 삼성라이온즈의 팬이 되었고 아이들까지 같이 응원하고 있다.
2. 머니볼에 실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가난한 팀에서 돈을 덜 들이고 선수를 뽑아서 좋은 성적을 남기고 그선수들을 트레이드해서 팀을 운영한다는 내용. 그런 모습은 굳이 머니볼이나 국내 야구에서도 그런 형태로 운영하는 모팀의 이야기뿐 아니라 EPL의 Big4 이외의 팀들이나 네덜란드 프로축구팀들처럼 유망주를 발굴해서 적은 비용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선수들을 부자구단에 보내서 돈을 버는 비지니스는 그닥 새로운 얘기가 아니었다.
거기다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2002년에서야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본 팀의 골수팬으로선 적은 투자로 더 좋은 성적을 내며 우승하는 팀들을 볼 때 "이렇게 투자 안하는 구단들의 성적이 좋으니 한국 프로야구가 발전을 안한다." 생각을 가진 나에겐 그리 좋은 모습도 이야기도 아니게 보여서 야구를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지만 <머니볼>을 책으로든 영화로든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3. 최근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긴데 "야신"으로 불리는 프로야구 감독분이 한국 프로야구 현역 감독으로 계실 때 원정 숙소를 묵는 호텔 직원들 사이에 기피인물이셨다는 얘길 들었다. 동일한 숙소를 이용하는 다른 팀의 감독의 경우 침대에 자고 나온 흔적 외엔 깨끗하게 사용하다 가시는 것에 비해 그분은 사방벽에 온통 포스트잇이나 자료들로 도배를 해서 떠난 이후에 방을 청소하는게 엄청난 일이었다고 한다.
야구는 대표적인 기록 스포츠다. 잠시만 야구중계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타자와 투수뿐아니라 주자며 각 팀들의 온갖 기록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데 머니볼의 주인공인 빌리 빈은 그전까지 흔히 타자의 대표적인 기록인 타율, 타점 도루 등보다는 출루율과 장타율에 촛점을 맞춰서 팀을 운영한다. 남들과 다른 시각을 이용해 저평가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그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 기대이상의 성적을 얻고 그선수들을 부자구단으로 보내며 팀을 계속 운영하는 동력을 얻었다. 그덕에 요즘 야구중계를 보다보면 예전엔 못보던 OPS(출루율+장타율) 기록은 타자를 평가하는 기본적인 기록으로 제공될 정도로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 준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사례다.
근래 IT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Big Data다. 기술동향을 평가하는 권위있는 가트너에서 매년 미래를 주도할 기술로 Big Data를 꼽다가 내년에는 빼버린 이유가 이젠 모든 것이 Big Data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하는게 무의미하다고 할 정도로 산업의 여기저기서 각광을 받고 있다.
머니볼도 남들이 그냥 흘리고 넘기던 기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커다란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Big Data 분석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근래에서야 내가 이책을 읽은 이유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많은 기록과 흔적들(핸드폰 통와기록, SNS 기록, 인터넷 서핑 로그 등)을 통해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취향을 알고 새로운 상품을 추천받고, 대통령선거 시기에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고, 신종 플루가 유향하면 어떻게 확산될지가 예측되는 세상에 우린 살고 있다.
요즘 내가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이런 데이터 분석기법으로 세상을 , 회사를 살펴보자는 건데 정말 멀리 있는 남들의 얘기가 아니라 이젠 우리 생활주변에서도 머니볼처럼 각 분야의 데이터로 나를 평가하고 나에게 그결과를 피드백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