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위대하지 않다 (양장)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를 비판하는 책들이나 성경의 오류를 분석해 내는 책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한 것처럼 함축적이면서도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어나가며 소위 독실한 종교인이라는 이들이 저지른 폭력과 오류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역사상의 수많은 사례들을 작가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고대의 사건들부터 가까이는 살만 루시디의 사례나 북한의 종교적인 이념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종교, 혹은 인간의 신념이 역사에 그리고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들을 다양하고 설득력있게 펼쳐내는 걸 보니 정말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인의 지식인 중에서도 상위권에 자리잡을만한 인물인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불편한게 느껴졌다. 그가 제시한 수많은 논증들이 신의 존재나 위대함을 비판한 것들이라기 보다는 광신자들이나 종교를 잘못 해석한 근본주의자들의 지나친 행동으로만 한정 짓는다면 인간들의 잘못이고 신념의 잘못이지 그것이 진정 신의 위대함이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와 물음에 답을 요구할 근거들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고 강제했던 종교의 폐해와 그 종교가 가지는 비과학성을 비판하는데 넘어서 이데올로기나 인간의 정치적 신념까지도 종교라는 틀에 얽어서 매도해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반대로 누군가 종교라는 이름으로 훌륭하고 존경받는 행위들만을 논거로 서술한다고 그것으로 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건 아니듯이 말이다.

또 기독교와 유태인들이 십자군전쟁 이후 종교적인 이름으로 끊임없이 자행한 이슬람에 대한 공격과 경제적 수탈의 행위들과 방법론으로는 분명 비판 받아야 하지만 이슬람이 지하드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행위들을 단순히 종교적인 폐해와 악행으로 등가로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은 종교를 비판하는 저자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서구중심의 생각으로 충돌과 문제점들을 그냥 덮어버리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최근 개신교를 중심으로 창조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성경의 진리, 종교의 위대함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게 작가나 리처드 도킨스가 비판하는 지적 설계론의 일종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종교나 비종교, 유신론이나 무신론을 떠나서 바라봐야 할 것이 있다. 그건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하느냐가 아닐까? 신념이나 정치적, 종교적 결사는 단순히 논리로만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누군가 무슨 종교를 가졌느냐 아니면 종교가 없느냐로 평가하는 것 보다는 그가 어떠한 행위를 하고 어떤한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마음에 평안을 주고, 세상의 평화를 담아내고 진정한 진리가 이땅에 실현될 수 있다면 그게 어떤 이름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겁없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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