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1월말까지 이어진 프로젝트 때문에 휴가도 못가고 방학동안 아이들이랑 대로 놀아주지도 못했는데 작년에 못쓴 휴가를 2월말까지는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혹시나 하고 신청한 회사의 법인콘도가 당첨되는 행운으로 거기다 근속휴가비까지 받아서 그걸 밑천으로 부산엘 다녀왔다. 지금 다니는 회사로 옮기며 부산을 떠난지 10년이 지났고 부모님도 자식들 따라서 수원으로 올라오신 후로는 부산에 가볼 기회가 없었기에 아이들과 가족여행으로 다녀왔다.
2월19일 첫째날
전날 늦게까지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무작정 짐을 싸서 아침 8시30분 새마을 기차에 온 가족이 몸을 실었다. 지혜랑 종은이는 평상시 기차를 탈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신나서 바깥 경치 구경하며 둘이서 놀고 피곤한 아빠, 엄마는 꿈나라를 헤메며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해운대 한화리조트에 방을 잡고 27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운대 바닷가와 광안대교를 일별하고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며 달맞이 고개로 가서 해운대 바다를 보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둘째날은 강행군이 예상돼서 가급적 해운대 주변에서 재밌는 것들을 찾고 맛난 것들을 많이 먹기로 했다.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다 아쿠아리움이 보였다. 수원에서부터 국내 최대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코엑스 아쿠아리움이랑 별 차이도 없을 것 같아서 건너 뛸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네식구가 같이 보기엔 가격도 만만찮다.- 애들이 꼭보고 싶다 그래서 수족관, 상어보트, 3D라이더 패키지권을 끊어서 수족관을 둘러보고 보트를 타고 상어들을 좀더 가까이서 보며 먹이도 주고, 입체영상을 봤는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재미있어 했다.
해운대에 예전에 없던 갈매기들이 명물로 자리 잡았는지 여기저기 새우깡을 갈매기에게 먹이로 주는데 지혜, 종은이도 하고 싶다고 해서 먹이로 주는데 아이들은 갈매기를 무서워 하면서도 또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재미있어 했다. 백사장을 지나가시던 분이 그렇게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면 갈매기들한테도 안좋고 백사장 환경을 더럽히니 먹이를 주지 말라셨지만 애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워서 조금만 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엔 애들엄마 사촌동생이 놀러와서 다같이 해산물뷔페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생선 못먹는 남편때문에 좋아하는 회를 못먹어 항상 불만인 애들엄마가 오랜만에 마음껏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다.
2월 20일 둘쨋날
처음 일정은 부산대 앞으로 가서 학교다니며 맛있게 먹었던 사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본 후 남포동, 국제시장 일대를 돌며 돌고래라는 유명한 순두부집에서 저녁을 먹는 거였는데 애들이 전날 해운대 구경하며 고래고기 파는 식당을 보더니 돌고래가 고래고기 파는 집일 거라며 절대 안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오전에 동백섬을 산책하며 APEC회담을 했다는 누리마루를 둘러 각종 전시된 사진과 회의장들을 돌며 이것저것 구경을 했는데 아이들은 안내 로봇이 신기해서 그곳에서 체지방측정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즐거워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빧듯해 부산대쪽은 포기하고 바로 남포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운대에서 버스를 타고 남포동 피프광장 앞에서 내려서 잠시 구경하다 배가 고파서 유명한 원산면옥에 들러 냉면을 먹으려 했는데 전날 애들엄마 사촌동생이 예전의 원산면옥 맛이 아니라고 해서 그옆의 가야밀면 집에서 밀면을 먹었다. 그러곤 국제시장 광복동 일대를 돌며 여기저기 구경하고 용두산공원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엄청난 무리의 비둘기떼를 보곤 지혜가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고 싶다고 해서 공원 매점에서 먹이를 사서 나눠주는데 엄청난 비둘기떼가 동시에 날면서 공원주위를 두세바퀴씩 도는 장관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하늘을 덮는 듯한 모습에 잠시 쫄기도 했다. 부산에 30년 가까이 살면서도 어릴 적 딱한번 올라가봤던 부산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며 아이들에게 이곳 저곳 설명도 해줬는데 아이들은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관보다는 그곳 휴게실에서 먹은 아이스크림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았다.
애들엄마와 지혜는 국제시장 노점에서 파는 엑세서리 가게들을 신기하고 재밌게 구경하며 쇼핑하는 사이 힘들어 하는 종은이를 데리고 가까운 인도 찻집을 찾아 짜이 한잔을 마시며 기다렸다. 그찻집이 처음 오픈했던 1994년(메뉴판에 오픈년도가 찍혀있었다.) 구경삼아서 한번 가봤었는데 아직도 똑같은 이름으로 그위치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오랜시간 고향을 떠나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중고등학교 떄 타고 다니던 버스노선이며 국제시장을 여러 가게들을 보니 최소한 그곳만큼은 그리 변한 것 같지 않았다.
2월 21일 마지막날
올라가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않아서 아침에 인터넷으로 차표를 예매하고 숙소에서 가까운 민락동 수변공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바다 구경을 시켜줬다. 다른 무엇보다도 애들이 바닷가에 풀어만 놔도 좋아해서 이번 여행이 보람 있게 느껴진다.
수변공원을 둘러보고 민락동 회센터쪽에서 애들엄마가 먹을 광어와 내가 먹을 오징어를 한마리씩 사서 광안리 바닷가에서 바다를 구경하며 회를 먹었다. 마침 어제가 대보름이라 해운대도 광안리도 백사장에 달집을 이미 지어놓고 저녁에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들이었다. 광안리에서는 애들엄마 말로 초증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된다는 좌수영어방놀이를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해운대에서 부산역까지 가는 여러 코스 중에서 광안대교를 한번쯤 건너고 싶어서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했다.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된 광안대교을 보며 한편으론 탁트인 바다를 막는 것 같았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긴다리를 이용해 먼거리를 단축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언제 또 가족나들이로 부산엘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처음엔 제법 긴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서 시간에 쫓기다보니 인사해야 할 분들, 가고 싶은 곳도 다 못둘러보고 와서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