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五行大義 -上 ㅣ 대유학술총서 1
김수길.윤상철 옮김 / 대유학당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생활주변에는 우리도 모르는 동양 철학적인 요소가 많이 숨어 있다. 흔히들 얘기하는 사주팔자라는 것도 십간십이지에 맞춰 오행의 어울림으로 인생의 길흉화복을 점쳐본다는 것이고, 단오나 24절기 등도 오행과 음양의 이치를 따져 탄생하게 된 절기들이다. 하긴 우리나라의 국기인 태극기도 건곤감리를 바탕으로 동양철학이 깊이 있게 자리잡은 것이다. 한의학에서 사람의 체질을 따지고 거기에 따라 기운을 북돋는 처방을 하지만 그자세한 내용을 아는 일반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간혹 잡지에 나오는 어설픈 사상의학에 따라 내가 태음인인지 소양인인지나 얘기하며 4개의 혈액형으로 모든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수준만큼의 이해와 앎이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오래된 전통인 동양철학이 우리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았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이들이 이제 얼마나 될까?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의 5행이 각각 서로를 돕고 서로를 견제하며 조화를 이뤄 우주의 질서를 이룬다고 하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온 것들은 이러한 조화와 질서와는 다른 내용들이다. 원자, 분자로 모든 가치와 의미로부터 독립된 체계로 배운다든가 자연과 인간과 사회는 각각 별개의 존재로 역사나 행위에 의해서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지 그존재 자체가 각각의 기운에 의해 조화를 이루고 질서에 의해 존재하고 사멸해 나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이책을 읽는 내내 이건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배우며 수업의 교재로 사용한다고 해도 대다수의 학생이 오행과 음양과 색깔이나 신체장기 수나 절기들에 대해서 기계적인 암기를 통해 답을 써내지 이내용을 다 이해하며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주역 읽기를 좋아해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열심히 봤다는 책이 주역이다. 나처럼 어설픈 독자가 읽어서는 그러한 동양철학의 정수가 무엇인지 작가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세상의 질서를 음양과 오행으로 정리한 고대의 문헌들을 정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주려 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근대에 해설을 위해 쓰여진 것도 아니고 수나라 이전의 오행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을 한글로 번역한 정도의 책자를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없는 이가 읽는 것은 고역이었다.
다만 세상을 이렇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걸 배웠다면 그나마 소득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