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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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법조계라면 어릴 적 친구 중 변호사 하는 녀석이 하나 있다는 것 말고는 전혀 딴동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김앤장의 명성이 알려졌을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로펌에 이토록 많은 의문부호가 붙어야 한다는 건 놀라우면서도 답답한 느낌이다.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오고 DJ 정권이 들어서는 정권교체기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회의 운영에 공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룰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이제 그 질서 아래서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틀은 잡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들려오는 뉴스나 이책의 내용을 보면 정말 공정함이라는 개념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권력의 유무와 경제적 토대의 차이를 인정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형식적인 공정함마져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어이없는 현실이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최소한 형식적인 면에서라도 공정함과 엄격성을 담보해야 하는 법률을 서비스하는 법조계에서 그것도 그중에서 그분야를 대표한다는 최대 규모의 로펌이 저지르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모습을 보면 과거 권력의 시녀라는 야유를 들었던 법률기관들보다도 더한 도덕적 타락과 해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국가의 부를 해외기업들에게 헐값에 매각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러한 과정에서 보여주는 법의 체계를 스스로 깨뜨리고 전관예우와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권위를 이용해 특정집단이 부와 권력을 누리는 방식이 이렇게까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들의 시선 뒤에서 재판당사자들이나 문제의 당사자들에게만 시선이 쏠린 사이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양 뒷짐지고 있는 김앤장의 모습이 정말 미국영화에서나 보던 권력과 재물에 눈이 먼 파렴치한 변호사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이 보였다.

이책을 읽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관련으로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았고 그와 관련된 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국세청이 김앤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다는 뉴스들이 나왔다. 물론 조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 진실이 다 밝혀질 수는 없겠지만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한 의도만 아니라면 앞으로 점진적으로 진실을 향해 다가설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는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일 것이다.

예전에 듣던 우스갯 소리 중 지옥에 사는 이들이 계속 천국을 습격하고 천국에 사는 이들을 괴롭혀서 참다 못한 천국주민들이 지옥에 사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신에게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경고를 하니 지옥주민들의 반응이 "훌륭한 변호사들은 다 우리동네에 산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얘기가 있다. 변호사나 로펌이 물론 자본주의 하에서 자신들의 성공과 이윤도 추구해야겠지만 법에 기반하지 않고 권력에 기대어 성공을 추구하는 모습은 더 이상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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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8-03-1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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