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심상찮다. 자살가게라니..."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당신의 죽음만큼은 보장해드리겠습니다!"라는 섬득한 카피도 그리 현실감이 들지 않았지만 뭔가 재미있는 프랑스 소설이란 느낌은 들었다.
집안 대대로 자살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용품을 판매하는 걸 가업으로 삼고 있는 자살가게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며 정말 세상사는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자살을 돕는다는 가게가 막내 알랭의 활약으로 가족들과 이웃 주민들에게 삶의 욕구를 부어주는 가게로 변하는 것은 이미 예감된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과정 속에서 기지 넘치는 에피소드들과 캐릭터들은 충분히 유쾌하고 흥미롭게 볼만하다.
작가는 역설적으로 자살이라는 방편을 찾는 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얘기해 주고 있다. 알랭으로 인해 세상을 달리 보게되는 그의 가족들과 이웃들처럼 주어진 현실을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즐겁고 유쾌하게 살 수 있는게 인생이란 생각도 든다. 광고의 카피처럼 영화로 제작된다면 꼭 보고 싶을만큼 프랑스적 유머를 확실히 보여준다.
다만 우리 주변에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이 흔히들 얘기하는 "죽을 작정으로 하면 뭐든 못하겠냐"며 자살보다는 삶의 의욕을 강조하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그들을 설득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고민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결코 그길을 선택한 이들의 개인적인 인성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몰고가는 사회와 현실에 대한 각성을 가지고 자살가게의 막내아들 알랭과 같은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