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조금 일찍 퇴근해서-그래봐야 11시 집에 도착하는게 목표였지만- 아이들과 얼굴 한번 마주쳐줘야지 했는데 남산터널 입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때문에 지체돼서 도착했더니 아이들은 꿈나라에 갔고 애들엄마는 TV를 보고 있었다.
양희은이 보여 옆에 앉아서 같이 봤더니 그게 요즘 유명하다는 강호동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녀의 20대와 함께 했던 친구들, 음악에 대한 추억들을 들으니 요즘 연예인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 공감대와 내 추억들이 겹쳐진다. 내 10대 시절 가장 좋아했던 여자가수.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저항가수의 이미지가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면 내의식도 그렇게 남들과 달리 보이겠지 하는 허영심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쉽게 방송에서 들을 수 없고 아무데서나 부르기 힘든 노래들이 묘한 마력으로 날 끌어당겼었다.
그녀가 70년대를 표현한 코믹한 사회였다는 말이 정말 통쾌하게 와 닿았다. 개인의 기본권과 개성이 말살되고 획일성을 국가의 안위라는 이름으로 강요당하던 시기. <바보들의 행진>과 같은 영화에서도 표현되던 권력의 어리석음을 이제는 웃음거리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니 세상이 좋아지긴 많이 좋아진건지. 그러면서도 옆에 있던 친구가 갑자기 사라졌다 한참이 지난 후 피폐해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겁이나서 말도 안되는 규제에 저항할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왠지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개인적인 시련과 고통, 사회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깨치고 나아간 상록수처럼 항상 푸르른 그녀의 웃음과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