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직장인들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꼭 하고 싶지만 못하는 일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여러가지 대답 중 빈도가 높은 것 중 하나가 여행일거다.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명절연휴나 휴가를 이용해 멀리들 가곤하지만 가정이 있고 학교다니는 아이가 있고 맞벌이인 경우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가족여행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고 혼자만의 여행은 어지간해서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수도 있다.

이병률의 끌림은 독특하다. 여행을 소재로 했고 여행지의 사진을 잔뜩 담았지만 여행서로 부르기엔 뭔가가 다르다. 12년간 50여개의 국가 200개가 넘는 도시들을 여행하고 70개의 꼭지로 100장이 넘는 사진으로 책을 엮었지만 일반적인 여행서에 나오는 여행지 중 꼭 가봐야할 명소가 어딘지 쇼핑이나 숙박을 위한 팁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책을 여행서로 봐야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가 여행지에서 느낀 점이나 문뜩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한 여행노트의 메모들이 주는 끌림도 있었지만 내시선을 끌어들였던 건 어느 곳에선 강렬한 원색의 사진으로, 멋있는 흑백사진으로, 잘못 찍은 게 아닌가 하는 사진들로 그가 여행지에서 받은 느낌을 시각적으로 전달한 백여장의 사진들이었다. 관광명소에서는 쇼핑몰이나 면세점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느낌을 강하게 받고 어딘지 모를 타국의 어느 길모퉁이를 걷고 싶은 끌림을 느낀다.

한편으론 시인이란 자유직업을 가진 그가 부럽고, 그의 글솜씨가 부럽고 그의 사진들이 부럽지만 내가 떠난다면 난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할지, 그걸 느껴볼려면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데 매번 어디론가 가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게 내 숙명인지...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