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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는 천자의 제국이었다 ㅣ 우리 역사 바로잡기 2
이덕일.김병기.박찬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요즘은 가히 고구려 역사의 홍수 속에 지내고 있다. 고구려의 시조 추모대왕을 다룬 드라마 <주몽>이 성공한 후 <연개소문>, <대조영>, <태왕사신기>라는 이름으로 고구려의 영울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그인기도도 대단하다. 그리고 각종 고구려를 다룬 역사책들도 한두권이 아니다.
왜 여지껏 잊고 지내다시피한 고구려의 역사에 이렇게 관심을 기울이고 열광하는 것일까? 먼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발심이 있을 것이다. 얼마전 뉴스에 중국에서 쑥과 마늘을 든 웅녀의 동상도 만들 정도로 고조선과 고구려의 역사를 중국의 주변 역사로 편입하고자 하는 중국의 시도에 제대로 우리 역사를 알리자는 의도가 그것일테다.
그리고 지금껏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왔던 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보이는 역사관이 소극적이고 진취적이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서 글로벌 시대에 세계를 개척하고 경영하겠다는 다양한 계층의 의지가 만주를 비롯한 동아시아 최고의 제국을 건설하고 경영했던 고구려에서 정당성과 모델을 찾으려는 시도도 한 몫했을 것이다.
작가 이덕일은 책을 읽으며 감탄이 절로 나게 만든다. 근래에 그가 내놓은 작품이 적지 않음을 아는데 고구려의 역사를 <삼국사기>, <삼국유사>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국의 다양한 사서들과 과거 고구려 지역의 답사 등을 통해 여지껏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숨어있는 고구려의 역사와 잘못알고 있던 것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사료가 불충분한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구려인들의 삶과 역사를 복원하려고 하는 노력은 다음엔 그가 어떤 주제로 역사를 다룰까 하고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고구려는 독자적인 천하관을 지닌 천자의 제국이었다. 호태왕-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시기에 그 위세의 정점을 지나고 평양으로의 천도가 보여주는 외교중심의 정책이 국가를 급격히 쇠퇴하였다는 평가 속에서 우리는 고구려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
고구려는 우리가 외치던 그런 단일민족 국가는 아닐었을 듯 싶다. 고구려의 역사가 주변의 수많은 국가와 민족을 복속시키고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과정이었으니. 개중에는 고구려에 저항하며 자신들의 독립을 꿈꿨던 이들도 있었을테지만 을지문덕이나 대조영이 말갈이나 북방계통이라는 얘기들이 나오고 하는 걸 보면 다민족으로 이뤄진 국가지만 그속에서 하나의 국가를 지키려고 했던 결속력도 크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이제는 단일민족이란 말로 우리를 규정하기에 이땅에 사는 이들도 다양한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살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각자가 사회의 구성원임을 느끼게 하기 위해선 고구려의 정복과 개척의 역사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민족들이 어떻게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중국의 몇대왕조가 명멸하는 동안에도 굳건히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나에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