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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나무 ㅣ 우리시대의 논리 5
김진숙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5월
평점 :
이책을 받아드는 순간 지은이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책장을 펼치며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며 예전에 내가 어디서 그녀의 모습을 접했는지 하나씩 생각이 났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녀서 학교에서 가끔씩 외부의 큰 집회가 있을 때면 종종 연사로 올라왔던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또랑또랑 자신의 주장을 외치던 그녀의 모습은 몹시 인상적이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옆에 있던 선배가 그녀를 조선소의 용접공 출신의 여성 노동운동가라고 얘기해서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가까운 울산이나 마산, 창원보다는 어려운 노동운동 상황에서 험한 조선소의 여공출신이 더군다나 학생운동 출신도 아닌 이가 그렇게 지역을 대표하는 노동운동가의 모습을 보여준 건 정치적 방법론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지만 그녀를 내 기억에 묻어두기엔 충분했다.
그시절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현장을 떠나 그럭저럭 살아가며 그시절에 대한 부채와 아직도 그현장에 남아있고 떠난 자들을 주위에서 보며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하던 내 의식도 조금씩은 무뎌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곳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당시 그녀가 지지했던 정치인이 대통령도 역임했고 그시절 그녀를 소개했던 총학생장이 무슨 무슨 비서관이 됐다고 신문에도 나지만 글들 속에서 그녀는 변함없이 자신이 지켜야 할 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녀가 인터뷰하며 소개했던 많은 이들이 골리앗을 외치며 노동자의 깃발이라고 불렀던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에서 제명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으로 뉴스가 나올 때도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어딘가에 또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화려하고 빛나지 않은 들꽃, 무수한 발길에 짓밟혀도 모진 환경 속에서도 수천 수백의 꽃씨를 뿌리는 민들레처럼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사는 모습을 보며 스무살 나만이라도 홀로 정의롭고 싶었던 그시절의 내가 그리고 그때 함께 같이 있었던 벗들이 지금은 서로 가끔씩 안부를 물을 뿐이지만 그시절의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시절이 안타깝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