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이지만 그만큼 아쉬운

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중학교 세계사시간에 인도의 카스트제도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브라만부터 수드라까지 네개의 계급(계층)이 있어 모든 생활을 그 굴레에서만 해야하는 폐쇄적인 계급제도. 카스트제도에 대해 여기저기서 접하게 되면서 네개의 계급안에서도 수많은 세분화된 카스트들이 존재하고 카스트 바깥에 존재하는 불가촉천민이라는 카스트가 존재한다는 것도 얼마전 알게 되었다. 엄격한 카스트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에서 카스트 밖의 카스트라는 건 이책의 제목처럼 신에게서도 버림받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이름이다.

마을사람들에게 고귀한 손님의 도착을 알리고 마을 전체의 공인된 머슴노릇을 하는 마하르라는 불가촉천민에 속하는 다무는 자신의 카스트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인간다운 삶,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는 삶을 살겠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내와 가족들이 말렸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보장해주던 기초적인 생계의 도움도 뿌리치고 일용직 노동자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꿈을 실현하려 애쓴다.

3500년이 넘게 이어진 계급제도의 굴레를 혁파하겠다는 달리트-불가촉천민-의 지도자 바바사헤브의 주장에 동조해 불가촉천민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과거의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무는 자식들의 교육에 열중했다. 바바사헤브를 추종하는 수많은 달리트들의 노력이 미약하나마 그들의 지위를 향상시켰고 다무의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의 결과로 여섯남매가 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중 막내 나렌드라 자다브는 인도중앙은행의 요직을 거쳐 인도푸네대학의 총장이 되엇고 인도대통령 후보군중 한명이 되었을만큼 성공했다.

나렌드라 자다브는 엄격한 카스트제도 속에서도 상위카스트의 배우자를 얻었고 이름 높은 힌두 성전을 방문하면 사원의 관계자들이 총출동해서 대접하는 VIP 불가촉천민의 지위를 획득했다. 부모가 인간적인 삶을 살기를 결심하며 눈앞의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자식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강조하며 가르친 결과가 아직도 자신의 더러운 발자욱을 지우기 위해 빗자루를 매달고 다녀야 하는 1억6천만명이 넘는 불가촉천민 중에서 브라만에게서도 인정받는 불가촉천민들에게 성공의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 가족의 성공스토리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버지 다무는 자기 가족의 성공만이 아니라 수많은 달리트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는 평등한 세상을 꿈꿨지만 성공한 아들이 그러한 아버지의 염원을 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소개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역할에 한계를 짓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책의 마지막에 다무의 손녀이자 나렌드라의 딸이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의학을 배우며 자신의 조상이 자신을 세상의 모든 소녀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흘린 피땀과 자신을 위해 밝힌 횃불은 얘기했지만 성공한 달리트의 후손으로서 인도에서 아직도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는 수많은 달리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면 내 욕심이 과한 것일까?